책소개
<앙드로마크>에 이어서 <이피제니>(1674)는 그리스 신화와 유리피데스의 동명의 비극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아트레우스 집안이 겪는 비극을 다룬다. 아가멤논 왕은 전쟁에 출정하려면 딸 이피제니를 희생시켜야만 한다는 신탁을 받는다. 그는 부성애와 국가에 대한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고 아내 클리템네스트라의 원성을 사지만 결국 딸의 희생을 결심한다. 극의 대단원은 제2의 이피제니인 에리필에 의해서 촉발된다. 이피제니와 결혼이 예정되었던 아쉴을 흠모한 에리필은 이피제니를 시기하여 그녀가 어머니와 더불어 도주를 시도한 사실을 밀고한다. 그러나 신탁이 요구한 것은 실상 이피제니가 아닌 에리필이었으며 이를 알고 절망한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극의 신화적 배경을 간직하면서도 합리성을 고려한 의고적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장 라신의 문체는 단순함과 용어의 정확성, 시적 아름다움과 화음이 특성이다. ≪이피제니≫를 통해 독자들은 12음절 시구로 쓰인 비극의 완벽한 형식미 속에 심리적 통찰과 시적인 힘을 융합한 프랑스 고전주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200자평
<앙드로마크>, <페드르>와 더불어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극은 프랑슈-콩테 지방 정벌 기념으로 루이 14세가 베르사유에서 연 궁정축제에서 1674년 8월 18일 초연된다. 라신의 <이피제니>는 그리스 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을 모델로 삼는다.
지은이
장 라신은 1639년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소읍 라 페르테밀롱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아홉 살 때 할머니를 따라 포르루아얄데샹 수도원에 들어갔다. 포르루아얄에는 엄격한 신앙생활을 추구하는 장세니즘을 실천하는 유명한 학자들이 은둔해 있었는데, 이곳의 부속학교에서 최상의 교육을 무상으로 받았다
1658년 철학 공부를 위해 파리로 갔다. 그러나 철학보다는 라 퐁텐 같은 작가들과 어울리며 시를 짓고, 자신이 쓴 희곡을 상연하기 위해 극장을 찾아다니는 데 열중했다. 1664년에는 몰리에르의 도움으로 비극 ‘테바이드’를 무대에 올렸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이듬해에 쓴 ‘알렉상드르’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몰리에르 몰래 이 작품을 부르고뉴 극단에서도 공연하게 함으로써 몰리에르와 절교하게 되었다.
포르루아얄의 은사가 극작가를 비난한 글을 1666년에 발표하자, 장세니스트들을 공격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여 포르루아얄과 단교했다. 이듬해에 상연한 ‘앙드로마크’는 대성황을 이루었고, 이 작품에서부터 ‘정념의 비극’이라 일컫는 라신 비극의 특징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소송광’과 ‘브라티니퀴스’를 썼으며, 1670년에는 코르네유의 작품과 같은 소재를 다룬 ‘베레니스’를 발표하여 성공함으로써 코르네유와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1672~1674년에는 정년비극의 걸작인 ‘바자제’, ‘미트리다트’, ‘이피제니’를 잇달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1673년에는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포르루야알의 사상이 반영된 ‘페드르’를 1677년에 상연하면서 단교했던 포르루아얄과 화해하고, 더 이상 극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해에 결혼을 하고 왕의 편사관의 지위에 올랐다. 이후 왕과 비밀 결혼을 했던 맹트농 부인의 청으로 두 편의 희곡을 더 집필했다. 1699년 파리에서 생을 마쳤다.
옮긴이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3대학교에서 장 라신 연구(<라신과 그 경쟁자들>)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연극을 강의했고, 순천향대학교에서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등 공연예술을 위한 ‘예술의 즐거움’을 강의하고 있다. 송민숙은 계간 ≪공연과 이론≫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연극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논문집 ≪연극과 수사학≫(연극과 인간, 2007)과 연극평론집 ≪언어와 이미지의 수사학≫(연극과 인간, 2007)이 있고, 역서로 ≪프랑스 고전비극≫(동문선, 2002), ≪서양 연극의 무대 장식 기술≫(동문선, 2007), ≪페드르≫(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이피제니≫(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바자제≫(지식을만드는지식, 2011)가 있다. 공저로는 ≪동시대 연극비평의 방법론과 실제≫(연극과 인간, 2009), ≪세계 연극 239선≫(연극과 인간, 2008), 공역서로는 ≪코르네유 희곡선≫(이화여대출판부, 2008) 등이 있다. 최근 논문으로는 <몰리에르의 연극 ‘동 주앙’과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 비교 연구>(2007), <죽음의 연극적 형상화-이오네스코의 ‘왕은 죽어 가다’>(2009),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연극에 나타난 아이러니 연구>(2009), <‘바자제’, ‘오델로’, ‘카르멘’에 나타난 질투 연구>(2011)가 있다. 이메일 주소는 ryu1501@kornet.net이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서문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아가멤농: 그런데 내게 위협조로 말하는 당신은,
지금 대체 당신이 누구에게 질문하는지 잊었나?
아실: 내가 사랑하고 당신이 모욕하는 이가 누군지 잊었나?
아가멤농: 누가 당신에게 내 가족을 염려하라고 했나?
당신 없이 내 딸을 다루지 못한단 말인가?
내가 아비가 아닌가? 그대가 딸의 남편인가?
그 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