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의과대학 교수인 고 박사의 집안에는 혼기에 이른 딸 세 자매가 있다. 세 딸은 할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기 짝을 찾아 연애 결혼한다. 당시만 해도 중매결혼이냐 연애결혼이냐 의견이 구구했다. 이 영화는 연애결혼을 다루므로 그런대로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좀 더 정확히는 시대의 흐름으로서 연애결혼을 다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결혼 풍속도를 경묘한 터치로 그린 멜로드라마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의 가치를 오늘날 재평가할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참하고 정성스런 시나리오였다고 해서 이 시나리오 선집에 뽑혔는지 모른다. 과거를 어설프게 고백한 것 때문에 신혼 생활이 망가졌던 큰 딸, 이를 사위가 뒤늦게 뉘우치면서 딸들의 혼사 문제가 일제히 안성맞춤으로 풀리는 식의 해피엔딩은 드라마의 갈등을 적당히 마무리 짓는 지금도 흔히 보이는 수법이다.
200자평
의과대학 교수인 고태성 박사에게는 혼기에 이른 세 딸 숙희, 문희, 명희가 있다. 할아버지의 완고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 자매가 각기 짝을 찾아 연애결혼하는 과정을 그렸다. 손녀들에게 진 할아버지를 막내 손자 광식이 창경원에 모시고 간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라스트 신이다. 당시만 해도 중매결혼이냐 연애결혼이냐 의견이 구구했다. 이 영화는 연애결혼을 다루므로 그런대로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결혼 풍속도를 경묘한 터치로 그린 멜로드라마로서 참하고 정성스런 시나리오가 돋보인다.
지은이
김지헌(1928~)
평안남도 진남포 태생인 김지헌은 해방 이전에 서울로 이주해 경동중학교를 다니면서 영화예술에 눈을 떴다. 당시 그는 명동 건너편에 있던 국립도서관에서 프랑스 영화의 시나리오들을 탐독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하는데, 덕분에 1930년대 프랑스 영화의 시적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샤를르 스파크나 자크 프레베르 같은 작가의 작품들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듯하다.
김지헌은 1956년 미당 서정주의 격찬에 가까운 추천사를 받으며 ≪현대문학≫에 시인으로 데뷔한 다음, 이 해 뒤인 195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종점에 피는 미소>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수업 시절과 출발점이 이러하다 보니 이 시인 출신의 시나리오 작가가 이후 유럽 예술영화의 시적리얼리즘을 국내에 토착화시키면서 시정 가득한 작품들로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고양시켰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초기의 수작 <젊은 표정>이 한국적 누벨바그의 신호탄처럼 인식됐을 정도니, 그가 당시 얼마나 새롭고 진보적인 작가였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김지헌은 데뷔작인 <자유 결혼> 이후 현재까지 100편이 넘는 시나리오를 써왔고 그중 영화화된 것만도 70편에 육박한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젊은 표정>(1960), <만추>(1966), <문>(197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