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간스포츠》의 영화담당 기자 출신의 시나리오 작가 육상효와 김홍준 감독에 의한 영화 <장미빛 인생>은 안정된 구성과 메시지 전달의 유효성 면에서 기능 발휘가 뛰어나다. 하지만 실험적이거나 혁신적인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시나리오는 아니다. 오히려 대중적인 시각에서 인정하고 싶은 것은 정통적인 한국영화의 불완전한 이야기 구성에 대한 비판적 완성도와 소외계층에 대한 면밀한 관찰에 스며 있는 따뜻한 시선과 인간애를 던진 점이 좋았던 작품이다. 화염병을 던지는 학생들과, 방패와 진압봉을 휘두르는 전경들의 대결의 광장이었던 80년대는 이념의 시대였다. 그 당시의 사회적 존재로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결 구조가 이 영화의 출발점이다.
이 영화는 서울 변두리 가리봉동의 허름한 심야 만화방 안으로 찾아 들어가 그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세상을 들추어낸다. ‘장밋빛 인생’을 꿈꾸지만 결코 그 같은 생활, 세상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낮고 좁고 어두우며 절망으로 가득 찬 세상을 나누어 가졌던 인생의 건달, 수배자, 노동운동가, 다방 아가씨들에게 장밋빛 세상은 언제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을 뿐 얻는 것은 배신과 절망뿐이었던 시대와 사회의 그늘에서 희망을 그리던 양심들이 곧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다. 영화의 무대를 만화방으로 설정한 것부터가 이색적이다.
얼굴 반반한 마담(최명길)이 꾸려가는 이 누추한 만화방엔 오갈 데 없는 인생들이 모여든다. 사고를 치고 경찰에 쫓기는 깡패 동팔(최재성), 마담의 동생이며 수배 중인 노동운동가 기영(차광수), 현실을 빗대 무협지를 썼다는 이유로 당국의 추적을 당하는 문학청년 유진(이지형). 이들은 모두 가진 것 없고 사연은 많으며 한결같이 쫓기는 몸이다. 서로를 깡패, 불순분자로 적대시하던 동팔과 기영이 마지막 장면에서 극적으로 한편에 서면서 인간에 대한 약속과 책임을 실천해야 했던 그 시대의 공동운명체를 비극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엔딩 타이틀과 함께 희망의 여운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시나리오가 착상에서 특히 뛰어난 점으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은 80년대 사회상을 그리는데 있어서 간과되었던 ‘심야 만화방’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그 존재론적 부각을 통해, 주거지와 사회의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떨거지 인생들의 숨결을 차분하게 반영하기 위한 작가적 양식과 그 현장을 취재하는 태도다. 다만, 시나리오의 문학적 양식으로는 제대로 읽힐 수 있으나 영화적 전개에 있어서는 고전적인 양식에만 너무 충실한(그래서 잘 만들어진) 작품이 되는 까닭에 흥미로운 새로운 관심을 긴장되게 끌어가거나 창출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가능성은 보였으되 새로운 틀의 영화 만들기에는 이미 낡았다. 그러나 재능, 그 자체는 내일의 몫이다.
_양윤모(영화평론가)
200자평
1980년대 서울 변두리 가리봉동의 허름한 심야 만화방 안으로 찾아 들어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세상을 들추어낸다. 장미빛 인생을 꿈꾸지만 결코 그 같은 생활, 세상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낮고 좁고 어두우며 절망으로 가득 찬 세상을 나누어 가졌던 건달, 수배자, 노동운동가, 다방 아가씨들에게 장미빛 세상은 언제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배신과 절망뿐이었던 시대와 사회의 그늘에서 희망을 그리던 양심들이 곧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다. 영화의 무대를 만화방으로 설정한 것부터가 이색적이다.
지은이
육상효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를 거쳐 <장미빛 인생>, <축제>의 시나리오 작가로 재능을 인정받은 육상효 감독은 1993년 단편영화 <슬픈 열대>로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삼성문화재단의 멤피스트 유학제도에도 선발되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아이언 팜>을 만들었고, 2004년 <달마야 놀자 2>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