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동독 문단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장기간에 걸쳐 논쟁된 작품
울브리히트 체제하에 쓴 초고(영화 시나리오)와 유화적인 문화 정책을 폈던 호네커 체제하의 산문본의 결말이 서로 달라 작품에 대한 논쟁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울브리히트 체제하에서 완성된 초고에서는 주인공 에드가가 사회적 요구에 부합되는 인물로 묘사되어 긍정적인 결말로 끝나지만, 호네커 시대에 발표된 산문본에서는 주인공이 자기실현에 이르지 못하고 기성 사회의 인습과 고정 관념에 저항하다가 사고로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개와 결말이 동독의 현실을 인식시켜 주고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공방은 유화적인 문화정책이 위협을 받을 정도로 치열했다. 플렌츠도르프는 산문본을 손질하여 1973년 장편소설로 발표했는데 이 책은 이 장편소설을 번역한 것이다.
괴테의 대표작 ≪젊은 베르터의 슬픔≫을 인용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 작품
이 작품은 열일곱 살 학생인 에드가 비보가 죽기 전 약 네 달 동안의 생활을 내용으로 한다. 주인공 에드가는 개인, 사회와의 갈등 상황에서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슬픔≫의 구절을 인용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하지만 주변 인물들은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에드가를 향한 주변 사람들의 비판에, 인용문은 “비장의 무기”가 된다. 괴테의 작품 인용은 현실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화자인 에드가가 아닌 18세기 베르터의 입을 빌어 억압적인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슬픔≫이 그랬듯이 이 작품 역시 발표되자마자 동독의 젊은이들로부터 큰 열광을 받았다. 특히 고전작품을 끌어들여 모순된 현실을 더욱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제 말을 이해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작품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이 말은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한 채 이방인으로서 큰 고립감 속에서 살아온 에드가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에드가는 이처럼 개인의 삶을 억압하는 기존 사회와 성인 세계에 대하여 자기 식으로 저항하며, 이때 사용하는 수단은 유행(장발, 청바지), 음악(재즈), 문학(샐린저), 언어(은어, 속어) 등이다. 특히 청바지는 그에게 의복이기에 앞서 하나의 세계관이다. 이를 통해 억압적인 현재를 살아가는 동독 젊은이들의 현실을 대변해 주고 그들에게 새로운 분출구를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200자평
전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되고, 동·서독의 베스트셀러인 이 작품은 열일곱 살 학생인 에드가 비보가 죽기 전 약 네 달 동안의 생활을 내용으로 한다. 괴테의 대표작 ≪젊은 베르터의 슬픔≫을 인용해 억압적인 현실을 효과적으로 비판하면서 젊은이들로부터 큰 각광을 받았다.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이방인으로서 고립된 채 살아온 에드가의 삶. 이를 다양한 형식적 실험과 함께 제시하면서, 동독 문단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지은이
울리히 플렌츠도르프(Ulrich Plenzdorf, 1934∼2007)는 1934년 10월 26일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 구역에서, 노동자인 아버지 에발트 플렌츠도르프(Ewald Plenzdorf)와 어머니 마르타(Martha) 사이에서 태어났다. 플렌츠도르프는 1949년부터 1952년까지 샤르펜베르크에서 학교에 다니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퇴학당한 후 히멜포르트(Himmelpfort)의 기숙학교에 다녔다. 그의 가족은 1950년 서베를린에서 동베를린으로 이사했으며 플렌츠도르프는 1954년 리히텐베르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1954년부터 1955년까지 라이프치히 대학교의 프란츠-메링 연구소(Franz-Mehring Institut)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 철학을 연구했지만 세 학기만 다니고 학업을 중단하고 만다. 1955년 출판사 편집인인 헬가 리스케(Helga Lieske)와 결혼한 울리히 플렌츠도르프는 세 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오랫동안 지병을 앓다가 2007년 8월 9일 73살의 나이에 베를린 근교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2007년 8월 23일 말년을 보낸 젤로(Seelow) 근교 알트 로젠탈(Alt Rosenthal)에 묻혔다.플렌츠도르프는 1973년 하인리히 만 상을 수상했고 1978년 <밑으로 가야 멀리 간다(Kein runter, kein fern)>로 잉게보르크 바흐만 상을, 그리고 1995년 <내 사랑 크로이츠베르크>로 아돌프 그리메 상 금상을 수상했다. 플렌츠도르프는 다수의 소설과 희곡, 시나리오를 써서 문학,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큰 활약을 해왔다.
옮긴이
강명구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여성체험과 자아인식: R. Musil의 ≪세 여인≫ 연구>로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면서 번역활동을 하고 있다. 공역으로는 ≪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한다≫, ≪네 안의 적을 길들여라≫, ≪츠바이크가 본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 ≪미래의 권력≫ 등 다수가 있으며 단독 번역으로는 로베르트 무질의 소설 ≪세 여인≫, 지식 교양서인 요하네스 얀젠의 ≪오페라≫와 모니카 그뤼벨의 ≪유대교≫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젊은 W의 새로운 슬픔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결국 저는 베르터가 더 이상 삶을 버티어내지 못할 때의 심정을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저 같으면 저 스스로 밥숟가락을 놓는 일은 저지르지 않았을 겁니다. 못에 목을 매는 짓 같은 것도 절대 하지 않았을 거고요. 절대로! 그러나 결단코 미텐베르크로 돌아가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것을 이해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저의 가장 큰 실수는 평생 무엇이든 받아들일 줄 몰랐다는 것이겠지요. 참을 줄을 몰랐어요. 바보 같은 저는 언제나 승리자가 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