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야로슬라브 하셰크의 소설 《착한 병사 슈베이크의 모험》을 원전으로 한 개작 희곡이다. 당시 제작을 맡기로 했던 아우프리히트는 원전과 너무 유사하다는 이유로 브레히트 작품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지만 실상 원전과 성격이 다르다. 이 작품은 1955년 “제2차 세계 대전 중의 슈베이크”로 제목이 변경되었습니다. 브레히트는 자본주의와 소시민 계층의 역할을 강조하며 파시즘을 비판한다. 파시즘을 자본주의의 산물로 보고 독일 산업 구조와 베르사유 조약 이후 경제 불균형이 파시즘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분석했다. 브레히트는 파시즘을 단순한 정치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적 요인의 결과로 본 것이다.
배경을 1차 대전에서 2차 대전으로 옮긴 것 외에도 브레히트는 파시즘에 대한 저항 형태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사실주의와 그로테스크를 교차시키는 새로운 연극 형식을 시도했다. 히틀러와 같은 “높은 차원”의 인물들과 슈베이크 같은 “낮은 차원”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을 나란히 배치해 대비함으로써 두 세계의 관계를 드러냈다. 그에 따라 희곡은 원작 소설보다 의식적이고 정치적인 특징을 보인다. 브레히트의 슈베이크는 체제에 순응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저항한다. 슈베이크는 뛰어난 언변으로 체제를 옹호하는 듯 파시즘의 실체를 폭로한다. 브레히트는 슈베이크를 통해 파시즘에 저항하면서도 살아남을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원작과 개작의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차이는 ‘발룬’이란 인물 설정이다. 하셰크의 원작에서 에피소드적인 인물로 등장했던 발룬은 브레히트의 개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룬의 식욕은 자본주의적 소시민의 생리와 파시즘의 관계를 상징한다. 안락함을 추구하는 발룬에게서 파시즘에 순응하는 소시민 계층의 전형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이처럼 브레히트의 “슈베이크”는 원작과 다르다. 파시즘에 대한 비판, 소시민 계층의 태도, 자본주의와의 관계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부각하고 있다.
한편 컨베이어를 이용한 행군 장면은 연극사에 혁신적인 연출로 평가된다. 슈베이크가 컨베이어 위를 쉬지 않고 걷는데 전체 무대에서 그의 위치는 항상 제자리다. 전쟁의 무의미함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한 무대라 할 수 있다.
200자평
브레히트가 하셰크의 소설을 모티프로 각색한 희곡. 원작이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반면 브레히트는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삼는다. 풍자와 해학이라는 방식으로 전쟁과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지은이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거쳐 1908년 아우크스부르크 김나지움에 입학한 그는 이미 15세 때부터 시 작업을 시작해 학생 잡지 ≪추수≫를 발행하는 등 친구들과 문학 동아리를 만들었고 이 활동을 통해 그의 문체는 도발적이 된다. 이때 같이 활동하던 판첼트, 카스파르 네어, 뮌스테러 등과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교류했다. 특히 카스파르 네어는 망명에서 귀국한 브레히트의 무대를 만들었다. 1928년에는 <서푼짜리 오페라>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둠으로써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나치 집권기인 1933년 2월 28일 망명길에 오른 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미국을 전전하면서 15년간 독일 외부에서 활동했다. 1948년 동베를린으로 귀환한 뒤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1949)을 공연하여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부인 헬레네 바이겔과 함께 베를린 앙상블을 창단하여 연극 작업에 몰두하다가 1956년 8월 14일 베를린에서 사망했다.
옮긴이
김기선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헨 대학교 철학부 독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튀빙겐 대학교 한국학과 전임 강사, 성신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 동 대학교 명예 교수다. 번역한 책으로 《서사극 이론》, 《메피스토》, 《마하고니시의 번영과 몰락》, 《아르투로 우이의 집권》, 《사춘기》, 《속바지》, 《스놉》, 《깨어진 항아리》, 《탈리스만》 《카이트 백작》, 《윤무》, 《민나 폰 바른헬름》, 《세계 제2차 대전 중의 슈베이크》, 《거짓말하는 자 벌받을지어다》, 《아름다운 낯선 여인》 등이 있다. 《20세기 초 독일 연극과 동양》(독), 《한국의 독일 문학 수용 100년》 중 희곡 수용에 관한 글들, 독일 연극의 동양 수용, 한국의 독일 문학 수용, 독일 드라마, 독일 희곡 작품 해석, 독일 여성 문학, 독일 신화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연출
나오는 사람들
제2차 세계 대전 중의 슈베이크
부록 : 1955년 수정본에서 생략된 텍스트
해설
지은이에 대해
브레히트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전쟁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평화도 그렇긴 하지만 말야. 전쟁이 끝나면 널 데리고 ‘술잔’에 가련다. 거기 가면 발룬을 조심해야 돼. 널 잡아먹을 테니까. 아약스야! 다시 개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기겠지. 또 개 족보를 위조할 거야. 순종을 원하니까. 어리석은 일이지만 그렇게들 하는걸. 내 다리 사이로 그렇게 뛰어다니지 마라. 그럼 가만 안 둬. 자, 스탈린그라드로!
167-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