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주인공 청년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며 학교도 잘 나가지 않는 고등학생이다. 입만 열면 욕을 하고 술과 담배를 하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친구들과 어울린다. 아버지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집에서 술만 마신다. 자신 때문에 눈이 멀어 안마사로 일하고 있는 이혼한 부인에게 돈을 받아 생활한다. 어느 날 청년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간질 걸린 여인을 집에 데려와 함께 살겠다고 선언한다. 조촐하게 차린 술상 앞에 홀로 앉아 있는 아버지, 하마처럼 보이는 비대한 간질, 술 담배를 하는 것은 물론 비속어 가득한 대화를 나누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은 이들의 무력함을 보여 주는 동시에 불안함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이 우울함은 인물들이 인간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오히려 부각하기도 한다. 청년은 아버지에게 피차 피곤하니 나가라면서도 늘 아버지가 술을 먹고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는 아내를 찾아가 곧 태어날 손주를 위해 천장에 별을 붙였다고 이야기하며 ‘당신도 함께 보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렇게 살 수밖에 없고,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삶은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우리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99년 4월 극단 골목길에서 박근형 연출로 초연한 뒤 2000년 거창국제연극제와 2004년 연극열전시리즈에 초청되었다. 1999년 초연 당시 백상예술상 희곡상, 남자신인연기상, 제36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남자연기상, 희곡상 등을 수상했고, 같은 해 한국 평론가협회 올해의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되었다.
200자평
결코 예찬할 수만은 없는 청춘의 모습을 전면에 내세워 삶에 대한 고통과 희망을 동시에 형상화한 작품이다. 거칠고 폭력적이면서도 끊임없이 애정과 희망을 갈구하는 인물들을 그렸다.
지은이
박근형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86년 극단 76에 배우로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89년 <습관의 힘>을 연출해 연출가로도 데뷔했다. 1999년 <청춘예찬>으로 그해 모든 연극상을 휩쓸면서 연출가로서 이름을 알렸고,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비일상적 상황에서 일상을 포착한 작품을 다수 창작했다. 우울하면서도 희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어둡지만은 않은 연극 분위기는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특징이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극단 골목길 대표다. 대표작으로는 <쥐>(1998), <청춘예찬>(1999), <경숙이 경숙 아버지>(2006), <너무 놀라지 마라>(2009)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청춘예찬
<청춘예찬>은
박근형은
책속으로
아버지: 기다릴까 밖에서.
어머니: 그냥 가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5만 원이면 돼요?
아버지: 돈 있는데. (받으며) 집에 한번 와 봐 천장에 별 붙여 놨어.
야광 별! 애기 나면 보라구, 예뻐.
(사이) 아! 당신은 볼 수가 없지.
어머니: 그래도 한번 보고 싶어요.
아버지: (사이) 우리 셋이 누우면 방이 꽉 끼어서 되게 따뜻해.
꼭 관 속에 누운 거 같애. (사이)
갈게, 다음엔 전화하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