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수수께끼,
쾌락은 무엇인가? 무엇에 필요한 것일까?
성적 충동의 승화가 유럽의 역동성을 형성
저자는 연구의 범위를 성(性)에 국한시킨다.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Histoire de la sexualité)'(1976)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들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유럽 역사의 독창성에 대한 고전적인 해석 중에 많은 것들이 정신과 경제라는 대립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이것을 기독교나 자본주의에 우선적으로 연관시키는 것이 그다지 만족스럽지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개념들이 객관적인 사실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산물이며, 물질적, 사회적 사건들을 대변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성적 충동의 승화가 유럽의 특성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인간관계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좀 더 폭넓은 해석을 제안한다. 보이지 않는 권력의 근원지인 사회가 개인의 은밀한 욕망을 승화시키고, 그것을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기 위해 어떻게 방향을 유도했을까? 이 책의 주제는 성적(性的)인 쾌락의 역사, 즉 학술적인 이론과 구체적인 인식을 통해 나타난 육체에 대한 질문과, 성적인 쾌락에 대해 거의 절대적인 금기와 경멸의 시대였던 16∼17세기부터 나르시시즘이 승리한 현재까지의 인간 주체에 대한 질문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500년 동안의 성의 역사
이 책은 르네상스부터 현재에 이르는 500년 동안을 다룬다. 이 기간에 깊이 있는 일관성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한 두 나라, 영국과 프랑스를 비교한다. 두 나라는 이미 잘 알려진 고정관념에 따르면 확연하게 서로 다르며, 최근의 식민지 해방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식민지를 보유했던 경쟁 국가이며, 둘 다 화려한 전통을 이끌어온 국가인데, 오르가슴에 대한 인식과 관리의 측면에서 놀랄 만큼 서로 근접해 있다. 하나는 가톨릭이고, 또 하나는 프로테스탄트인데 두 나라가 긴 세월동안 유사한 행보를 보여주었다는 것은 육체적 열정의 통제를 정의하고 정착시키는 데 종교적 요소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는, 영국의 반항적인 후예들이면서 라파예트(미국의 독립혁명에 참가한 프랑스 귀족) 시절에 경쟁자인 프랑스에 매료되었던 미국이 세 번째 모델로 사용된다. 미국이 이전부터 지니고 있던 구대륙과의 닮은 점과, 점차 쾌락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구대륙과의 최근의 차이점을 평가해 볼 수 있다.
16∼17세기
쾌락은 고통과 벌, 혹은 반항 속에서만 생각될 수 있었다.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육체의 흥분에 반대하는 오래된 기독교적 전통이 권력자들의 새로운 지지를 받게 된 때문이다. 바야흐로 여러 국가들은 백성을 복종시키는 일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자본주의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도시에서는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에게 더욱 규율을 요구하게 된다. 개인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그리고 신과 군주, 권력자들 앞에서 더욱 죄의식을 느끼도록 강요받았다. 쾌락은 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어떤 사람들은 작품이 지나치게 육체적 쾌락을 연상시켰다는 이유로 공공연하게 화형을 당한다. 이러한 기억들은 20세기 중반 ‘식스티 세대’의 변화가 있기까지 서양인들의 뇌리 속에 오래 동안 머무르게 된다.
1700∼1960년대
풍속의 자유와 청교도주의라는 두 개의 커다란 흐름이 번갈아 나타난다. 계몽주의자들은 새로운 방법으로 에로티시즘을 조명했고, 이 시대에 포르노그래피가 범람한다. 그러나 1800년부터 1960년 사이에 점잖은 사람이 쳐다봐서는 안 되는 것들과 여성의 가슴을 가리기 위해 빅토리아 시대의 무거운 베일이 다시 드리워지게 된다. 19세기의 의학은 실제적으로 결혼한 남성에게만 성에 대한 모든 권력을 부여했다. 의학은 정숙한 부인들은 불감증에 이를 정도로 태생적으로 냉랭하다고 강조하면서, 남성들의 행동에 두 개의 다른 기준을 부여했다. 그것은 남성이 자신에게 완벽한 육체적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인 창녀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만나도록 허락해 준 것이다. 의학은 본능의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면서 비종교적인 차원에서의 승화를 강요했다. 자위를 하는 미혼의 젊은 남성들의 경우,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는 병으로 간주됐다. 이처럼 과학적 확신이라는 이름 아래 고통 속의 쾌락이라는 테마는 계속 진행된다.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예전의 엄격한 모델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쾌락주의가 승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육체적 행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원칙들이 많이 바뀌었다. 이전 세기에는 성스럽고 신비한 영역에 속하던 것들을 인문학과 많은 학문들이 주저 없이 설명하고, 개인의 사생활을 열정적으로 조사하면서 몇 십 년 전만 해도 매우 거북하게 여겼던 개념이나 행동에 대해 공공연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성의 오르가슴이 사적, 그리고 공적인 무대에 갑자기 출현하는 전대미문의 현상이 벌어졌고, 이것은 숨겨진 육체와 수치스러운 관능이라는 두 개의 원리에 뿌리를 두고 균형을 유지했던 성에 대한 전통적 관념에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하게 된다. 이러한 것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거시적으로 볼 때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었던 부부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이유에서 사회계약의 근본으로 여겼던 육체적 계약에 대한 재협상이 남성과 여성 사이에 진행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세 번째 등장인물이 갑자기 나타났는데, 자신들의 권리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동성애자들이다.
200자평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성적 충동의 승화가 유럽의 특성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인간관계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좀 더 폭넓은 해석을 제안한다. 저자는 연구의 범위를 성(性)에 국한시키며,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들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유럽 역사의 독창성에 대한 고전적인 해석 중에 많은 것들이 정신과 경제라는 대립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이것을 기독교나 자본주의에 우선적으로 연관시키는 것이 그다지 만족스럽지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개념들이 객관적인 사실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산물이며, 물질적, 사회적 사건들을 대변해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권력의 근원지인 사회가 개인의 은밀한 욕망을 승화시키고, 그것을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기 위해 어떻게 방향을 유도했을까? 이 책의 주제는 성적(性的)인 쾌락의 역사, 즉 학술적인 이론과 구체적인 인식을 통해 나타난 육체에 대한 질문과, 성적인 쾌락에 대해 거의 절대적인 금기와 경멸의 시대였던 16∼17세기부터 나르시시즘이 승리한 현재까지의 인간 주체에 대한 질문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이 책은 르네상스부터 현재에 이르는 500년 동안을 다룬다. 이 기간에 깊이 있는 일관성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한 두 나라, 영국과 프랑스를 비교한다. 두 나라는 이미 잘 알려진 고정관념에 따르면 확연하게 서로 다르며, 최근의 식민지 해방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식민지를 보유했던 경쟁 국가이며, 둘 다 화려한 전통을 이끌어온 국가인데, 오르가슴에 대한 인식과 관리의 측면에서 놀랄 만큼 서로 근접해 있다.
지은이
로베르 뮈샹블레는 파리 13대학 역사학 교수다. 1997년에 데카르트-위겐(Descartes-Huygens) 상을 받았다. 15∼18세기 유럽의 문화적 전이에 대한 국제 학술조사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마법의 역사에 관한 여러 권의 책과 주목할 만한 연구를 발표하여 이 분야의 권위자가 되었다. 그의 저서는 이미 12가지 언어로 번역되었다. ≪마을의 마녀≫(1979), ≪현대인 발명≫(1988), ≪왕과 마녀≫(1993), ≪문명화된 사회≫(1998) ≪악마 천년의 역사≫(2000) 등이 유명하다.
옮긴이
노영란은 서울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파리 8대학에서 조리스 카를 위스망스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파리3대학에서 쥘리앵 그라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쥘리앵 그라크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고, ≪악마, 천년의 역사≫와 ≪쾌락의 역사≫(지식을만드는지식)를 번역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차례
1부. 오르가슴과 서양
1장. 관능적…이라고 불리는 즐거움
개인의 탄생
르네상스 혹은 자본주의?
개인과 위반
자아의 거죽
주체를 넘어서
모든 것은 성(性)이다?
푸코의 패러다임
성 문제에 대한 세 시기
가족과 육체
욕구불만인 젊은 청년들
‘세 번째 성’, 남색
성의 새로운 모델
여성, 쾌락을 정복하다
‘60년대 세대’의 성 혁명
여자를 찾아서
쾌락의 샘
2부. 고통 속의 쾌락(16∼17세기)
2장. 남성, 여성 : 인간과 육체
자아를 표현하고 말하기
짜깁기된 개인
자아의 허약함
여성들의 자아
약한 여자
여성의 역할
반항하는 여성들
육체의 유동성
3장. 육체적 즐거움과 죄악
금지된 열정
성의 기쁨
서머싯 주에서 있었던 시골의 에로티시즘
프랑스의 외설 문화
≪소녀들의 학교≫, 리베르탱의 보석
쾌락과 죄악
과도기의 동성애
억압
포르노 작가의 화형
쾌락과 질서의 파괴
3부. 악덕과 미덕(1700∼1960)
4장. 계몽주의의 에로티시즘
포르노그래피의 물결
위반의 문학
욕망의 시장
계몽주의를 위협하는 책들
성의 절제
절제하면서 즐기기
오르가슴과 결혼
남성의 이중적 기준
여성의 성기가 아니면 안 된다
자위에 대한 비난
‘나’에 대한 표현
창녀, 술주정뱅이, 방탕한 애송이들
악마화된 전기
상상의 쾌락
5장. 빅토리아 시대의 베일 뒤에서(1800∼1960)
성의 억제
사회적 역할
의학, 새로운 종교
나신과 체모
성생활은 수치스러운, 혹은 치명적인 병
불안의 시대
낭비한 씨앗, 확실한 죽음: 자위에 대한 커다란 두려움
돈으로 사는 쾌락과 매춘부
거울의 뒤에서
빅토리아 시대 사람, 월터
성의 지옥: 포르노그래피의 번성
‘위반’의 보편화를 향해서
서민계급의 쾌락
쾌락의 성쇠
4부. 혁명인가? ‘식스티’의 유산
6장. 쾌락의 시대(1960∼현재)
성에 대한 폭탄: 킨제이 보고서
‘문화 전쟁’의 기원
동성애와 자위
숨겨진 성 문화
성에 대한 이중적 기준의 존속
여성 오르가슴의 발견
여성의 쾌락
피임의 혁명
즐거운 진동
새로운 성 계약을 향해서?
사랑의 변화
쾌락의 권리
‘게이’ 결혼
성적인 평등과 두 사람이 동시에 갖는 오르가슴
오늘날의 성 혁명
결론. 자기중심적인 사회
쾌락주의의 가치
나르시시즘과 문화
책속으로
팔을 너무 넓게 벌리면 잘 껴안지 못한다고 했다. 이 책 한 권에서 광범위한 주제를 모두 고찰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범위를 성(性)에 국한시켜서, 1976년에 나온 미셸 푸코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나는 미셸 푸코와는 달리 16세기 중반부터 육체적 욕망에 대한 매우 강력한 억압이 서양 문명 속에 자리 잡았고, 1960년대부터 현실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이 오랜 기간 동안 개인의 리비도와 공동의 이상 사이에 생기는 팽팽한 긴장을 승화(昇華)시키려는 강력한 노력이 끊임없이 행해져 왔다. 그것은 종교(구교, 신교 모두)의 형태로, 18세기에는 계몽주의 철학의 이상인 절제의 형태로, 그리고 19세기에는 의사들의 법칙과 자본주의 법칙 같은 여러 가지 문화적 형태로 나타난다. 강제적인 구속의 기반 위에 세워진 17세기에 이어서 18세기에는 자유사상이 나타나고, 그다음에는 다시 속박의 시기가 교대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의 역동성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