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발표 당시 독일 문학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특히 괴테는 그녀를 ‘낯선 영역에서 활동하는 기이한 종족 출신의 여인’이며 ‘친해질 수 없는 여인’이라고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 때문인지 당대에는 공연되지 못하다가 1911년, 작가가 죽은 지 꼭 100년 만에 비로소 ‘무대에 적합한 극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펜테질레아의 어떤 점이 그토록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을까?
펜테질레아는 적장 아킬레우스를 마주하자 집착과 애정이 뒤섞인 반응을 보인다. 아마존족의 내력과 함께 그 이유가 밝혀진다. 아킬레우스의 배반이 명백해지자 그녀는 돌변한다. 펜테질레아의 무시무시한 광기와 분노는 극을 끔찍한 결말로 이끈다.
클라이스트가 친지들 앞에서 처음 이 극을 낭독했을 때 “경악을 금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흘렀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출간 이후 평가는 가혹했다, “펜테질레아는 소름 끼치는 괴물이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완전히 경계를 초월한 작품이었다. 당대의 시민적 도덕관과 고전주의 취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혼돈과 어둠이었던 것이다.
한 세기가 지나자 상황은 반전되었다. 클라이스트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펜테질레아>가 막스 라인하르트 연출로 도이체트테아터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20세기 표현주의자들에게 고대 그리스 문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었다. 클라이스트를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정립시키기에 충분한 공연이었다. 현재 클라이스트는 독일 문학사상 손에 꼽히는 고전 작가다. 그리고 <펜테질레아>는 그의 위상이 일변하는 데 계기를 마련한 작품이다.
200자평
트로이의 전장에서 펼쳐지는 아킬레우스와 펜테질레아의 대립과 갈등, 화해와 사랑을 역동적으로 묘사했다. 비극적이고 잔혹한 결말, 파격적인 형식 때문에 외면당하다가 작가 사후 100년 만에 초연이 이루어진다.
지은이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Heinrich von Kleist, 1777∼1811)는 현재 독일과 폴란드의 국경을 이루는 오더 강변의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n der Oder)에서 1777년 10월 10일 태어났다. 1811년 11월 22일 34세의 나이로 요절했기 때문에, 작가로서 활동한 기간은 약 10여 년에 불과하다. 생전에는 작가로서 크게 인정받지 못해 불우하고 가난한 일생을 보냈다. 하지만 사후에 점차 작품의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늘날 그는 독일 문학의 중요한 고전 작가로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모더니즘을 선취한 작가로도 주목받는다.
옮긴이
이원양은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문학박사). 독일 괴테인스티투트디플롬을 받았고 쾰른 및 함부르크 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연구했으며 뮌헨 대학교 연극학연구소에서 연극학을 연구했다.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 한국독일어교육학회 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 그리고 한양대학교 문과대 학장을 역임했으며, 독일연방공화국 정부로부터 1등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다. 지은 책으로는 ≪브레히트 연구≫(1984), ≪독일어 기초과정≫(1995), ≪우리 시대의 독일연극≫(1997), ≪독일 연극사≫(2002), ≪만나본 사람들, 나눈 이야기≫(2006), ≪이원양 연극에세이≫(2010)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한국의 봉함인≫(2005), ≪베르톨트 브레히트≫(2007) 등이 있다. 번역 희곡으로는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2006), <서푼짜리 오페라>(2006), <아르투로 우이의 출세>(2008), 크뢰츠의 <거세된 남자>(1987), <수족관>(1988), 슈트라우스의 <재회의 3부작>(1997), 브라운의 <베를린 개똥이>(2007), 실러의 <간계와 사랑>(2008), <빌헬름 텔>(2009), <발렌슈타인>(2012), 폰 호르바트의 <빈 숲 속의 이야기>(2009), 클라이스트의 <펜테질레아>(2011), 폰 마이엔부르크의 <못생긴 남자>(공역, 2011), 롤란트 시멜페니히의 <황금 용/과거의 여인>(2012) 등이 있다. 2010년 7월 밀양연극촌에서 <햄릿> 공연 사진전 <햄릿과 마주보다>, 2013년 3월 12일부터 24일까지 주오사카 독일문화원 및 오사카 시 에노코지마 문화센터에서 공연 사진전 <한국 무대에 오른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가졌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해설
나오는 사람들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제15장
제16장
제17장
제18장
제19장
제20장
제21장
제22장
제23장
제24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펜테질레아: 내가 전쟁터에서 싸움으로
그의 환심을 사야만 하는 것이 내 죄인가?
나는 그에게 검을 들이대며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그를 지하 세계로 보내 버리려는 것인가?
나는 다만 그를, 영원한 신들이시여,
이내 품속으로 끌어당기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