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정보의 저장이 기호의 치환으로 이루어졌던 시대와 멀어지면서 우리는 서구의 정신과 로고스, 아름다운 영혼과 문학의 시대와 작별했다. ‘인간’이 중앙 신경 체제로 분화되어 연구되면서부터는 정보의 분화와 저장 그리고 재결합이 가능해졌다. 우리 시대가 직면한 이 급격한 변화의 함의는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려면 최초의 저장 매체인 ‘문자’와 그 뒤를 이은 아날로그 기술 매체의 태동기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매체가 우리의 상황을 결정한다.” 키틀러의 가장 유명한 문장이다. 키틀러는 사유하는 주체적 인간 대신 기술 변화가 만들어내는 삶의 양식에 주목했다. 몇몇 비유들로 인해 키틀러는 여성혐오자, 비관주의자, 기술결정론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키틀러의 사유는 고전적 ‘인간’ 개념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오늘날 포스트휴먼의 사유와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이 책이 제공하는 키틀러 이론에 대한 반성적 사유와 재고가 필요한 이유다.
프리드리히 키틀러(Friedrich Kittler, 1943∼2011)
독일의 독문학자, 매체이론가. 1943년 독일 작센주 로흘리츠에서 태어났다. 1963년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 입학해 독일어문학, 로망어문헌학, 철학을 공부했고, 1976년 스위스 작가 콘라트 페르디난트 마이어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독일문학사 전공 교수자격취득 논문으로 독일문학사를 정보체계의 변천이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한 『기록체계 1800/1900』을 제출해 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1987년 보훔대학교에 임용되어 매체이론가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후, 1993년부터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문화학과로 자리를 옮겨 일명 ‘베를린매체학파’를 이끌었다. 주요 저술로는 1980년대 중반에 연이어 출판되어 그에게 매체학자의 명성을 안긴 『기록체계 1800/1900』과 『축음기, 영화, 타자기』를 비롯한 많은 명저와 논문들이 있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그리스 철학과 음악, 수의 근원적 개념으로 거침없이 거슬러 올라가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사유를 펼쳤다. 2011년 독일 베를린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사상 분야 기술철학, 매체철학
연관 사상가 마누엘 카스텔, 마셜 매클루언, 미셸 푸코, 빌렘 플루서, 자크 라캉, 장 보드리야르, 질 들뢰즈
200자평
정보의 저장이 기호의 치환으로 이루어졌던 시대와 멀어지면서 우리는 서구의 정신과 로고스, 아름다운 영혼과 문학의 시대와 작별했다. ‘인간’이 중앙 신경 체제로 분화되어 연구되면서부터는 정보의 분화와 저장 그리고 재결합이 가능해졌다. 우리 시대가 직면한 이 급격한 변화의 함의는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려면 최초의 저장 매체인 ‘문자’와 그 뒤를 이은 아날로그 기술 매체의 태동기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 책은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매체 이론을 10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인류의 정보 저장 매체가 현대 기술 매체의 출현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변화에 따른 효과의 함의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지은이
유현주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부교수다. 프리드리히 키틀러가 훔볼트대학교에서 베를린 매체학파를 이끌며 강의하던 시기에 키틀러의 수업을 들으며 매체 이론을 전공했다. ‘디지털 매체의 미학적 가능성’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그 후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와 뒤셀도르프대학교 등에서 매체 관련 과목을 강의한 바 있다. 국내에 돌아와서도 매체 이론과 문화 이론 분야에서 저술·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
김남시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다. 프리드리히 키틀러가 교수로 재직하던 훔볼트대학교 문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발터 베냐민, 보리스 그로이스, 칼 슈미트, 다니엘 파울 슈레버 등의 책을 번역했으며 『광기, 예술, 글쓰기』(2016), 『본다는 것』(2013) 등의 저서가 있다.
차례
01 기록체계: 정보 저장의 네트워크
02 문자 독점 시대
03 축음기와 실재계
04 영화와 상상계
05 타자기와 상징계
06 광학적 매체
07 매체의 종말: 컴퓨터
08 인간과 기술
09 예술과 기술적 매체
10 키틀러의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