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음악의 감동’을 철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음악을 듣고 ‘정서’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컨대 축 처진 선율, 완만한 진행, 느린 템포, 어두운 단조성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어째서 거기에서 ‘슬픔’까지 듣게 되는 걸까?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또렷하게 답하기 쉽지 않은 이 문제에, 피터 키비는 분석철학을 바탕으로 삼아 예리하고 섬세한 해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분석철학적 음악미학의 초석을 놓으며 음악철학의 지평을 한 단계 끌어올린 키비의 사상을 담았다. 우리가 음악을 듣고 정서를 느끼는 주요 원인인 음악의 ‘정서표현성’,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단순한 ‘자극’ 이 아니라 고차원의 ‘지각적·인식적’ 즐거움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 음악의 소리 구조를 형식주의 관점에서 분석할 때의 이점 등을 설명한다. 음악을 철학적으로, 즉 ‘논증과 추론의 체계’를 바탕으로 사유하며 더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피터 키비(Peter Kivy, 1934∼2017)
분석철학 전통 음악미학의 초석을 놓은 선구자다. 미시간대학교에서 철학 학사 학위와 석사 학위를, 예일대학교에서 음악사 석사 학위를 받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브루클린칼리지를 거쳐 1967년부터 2015년까지 럿거스대학교 철학과에서 교수를 지냈다. 초기에는 주로 프랜시스 허치슨을 중심으로 한 18세기 영국 미학을 연구했으나, 1970년대 후반부터는 음악철학을 주로 연구했다. 음악의 정서표현성, 음악의 지각과 이해, 음악 작품과 연주의 존재론, 음악적 감동, 음악적 심오함, 음악적 재현의 유형학, 연주의 정격성 등 음악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를 아울렀다. 특히 ‘순수음악’에 대한 관심이 이들 모든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음악의 정서표현성을 형식주의 안에 포괄해 낸 ‘개선된 형식주의(enhanced formalism)’와 ‘윤곽선 이론(contour theory)’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자평
분석철학적 음악미학의 초석을 다진 피터 키비의 사상을 해설한다. 우리가 음악을 듣고 정서를 느끼는 주요 원인인 음악의 ‘정서표현성’, 음악의 소리 구조를 형식주의 관점에서 분석할 때의 이점 등을 설명한다. 음악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며 더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지은이
정혜윤
서울대학교에서 음악이론으로 학사 학위를, 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미시간대학교(앤아버)에서 음악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학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 ≪체화된 마음과 뇌≫(2024), ≪음악 비평, 분석, 해석≫(2020), ≪미학이 재현을 논하다≫ (2019), ≪몸과 인지≫(2015), ≪예술철학≫(2011) 등이 있고, 번역서로 ≪새로운 마음 과학≫(2024)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공지능의 예술도 진정한 예술이 될 수 있을까?”(2023), “마음의 음악적 확장”(2021), “음악의 정서표현성에 대한 현대분석철학의 논의와 그 한계”(2021), “음악의 행위성: 발제주의에 의한 해명”(2018), “개념적 혼성의 음악적 적용”(2017), “신경미학, 무엇이 문제인가?”(2016) 등이 있다.
차례
음악, 분석철학의 대상이 되다
01 순수음악이란 무엇인가
02 왜 순수음악인가
03 의식의 지향적 대상
04 형식주의
05 음악 안의 정서
06 개선된 형식주의
07 형식주의에 대한 반론
08 우리 안의 정서
09 음악적 감동
10 음악적 이해
책속으로
순수음악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어떤 음악을 순수음악으로 결정해 주는 기준은 무엇인가? 작곡가의 의도인가? 키비는 아니라고 답한다. 음악 작품이 작곡가의 의도를 강력하게 저버린다면 우리는 작품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고 키비는 주장한다. 키비는 순수음악을 정의하려고 시도하는 대신 음악계가 전형적인 순수음악이라고 합의하는 작품들이 제공하는 경험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순수음악에 대한 경험의 본성은 음악에 대한 키비의 미학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제로 음악적 즐거움 그리고 이해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
_ “01 순수음악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키비는 음악을 감상자에게 어떤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으로 설명하는 자극 모델에 반대한다. 음악은 특정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수면제나 항우울제 같은 것이 아니라고 키비는 주장한다. 키비는 음악을 의식의 지향적 대상으로 규정한다. 감상자는 음악을 언제나 어떤 기술 아래 듣는다는 것이다. 지향적 대상으로서 음악이 주는 즐거움은 화학 약품이 불러일으키는 도취감과는 전혀 다르다. 음악이 주는 즐거움은 지각적이며 인식적인 즐거움이다.
_ “03 의식의 지향적 대상” 중에서
키비의 형식주의는 음악의 정서표현성을 수용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형식주의와 분명히 차이가 있다. 키비는 음악의 정서표현성이 감상자에게 환기된 정서나 외부 대상의 재현에 관여되기 때문에 형식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기존의 관점에 반대한다. 그러면서 정서표현성을 음악이 지닌 구조적 속성으로 간주해 형식주의 안에 정서표현성을 포괄한다. 키비에 따르면 음악은 그 구조적 윤곽이 특정 정서에 처한 사람이 전형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겉모습을 닮을 때 해당 정서에 대한 표현성을 구조적·지각적 속성으로 취한다.
_ “05 음악 안의 정서” 중에서
음악이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할 때 많은 사람은 그 근거를 음악적 감동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음악은 어떻게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일까? 음악의 무엇 때문에 우리는 감동하는가? 키비는 완벽한 대위법과 능숙한 종지법, 음악적 절정의 구성력 등 음악의 구조가 지닌 특징과 소리의 순수한 아름다움 그리고 음악의 구조를 자유자재로 빚어낸 작곡가의 탁월한 솜씨에 대한 인식에서 음악적 감동의 원천을 찾는다. 그리고 음악적 감동이야말로 음악이 미적·예술적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감상자에게 환기하는 유일한 정서라고 주장한다.
_ “09 음악적 감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