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괴뫼리 민중 발라드≫, 우이바리 졸탄 엮음, 이상동 옮김
헝가리 최고의 민속학자가 가장 헝가리적인 괴뫼르 지역의 민중 발라드를 묶었다. 헝가리 민중의 삶의 애환과 해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로 우리 민중의 노래이기도 하다. 코슈트 상을 수상한 홀로 라슬로의 삽화와, 우이바리 졸탄이 채록한 발라드 악보도 함께 실었다.
≪등불≫, 가르도니 게저 지음, 정방규 옮김
헝가리 역사소설가 가르도니 게저의 초기작으로 유년기의 기억을 반영해 시골 모습을 아름답게 그린 소설이다. 가르도니 자신의 경험이 바탕인 이 소설의 주인공은 헝가리 교육제도가 생긴 이후 당시 교회의 권력에 맞서 합리적 인생관으로 계몽주의적 교육을 실현한다. 1894년에 소설로 발표었고 1973년 영화화되었다.
≪모리츠 단편집≫. 모리츠 지그몬드 지음, 유진일 옮김
코스톨라니 데죄와 더불어 헝가리 단편소설작가를 대표하는 모리츠 지그몬드의 단편집이다. 자연주의와 사실주의 기법을 통해 20세기 초 헝가리 사회의 구석진 모습들, 농촌의 소외된 현실과 하층민의 억눌린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여 소재나 분위기가 다소 어둡고 암울하다. 하지만 그 속에 희망과 사랑, 행복과 유머가 숨겨두는 모리츠의 양면주의 기법을 사용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을 통하여 그러한 그의 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에데시 언너≫, 코스톨라니 데죄 지음, 정방규 옮김
헝가리 공산 정권이 무너지고 다시 구질서가 자리 잡는 시기를 배경으로, 부다페스트의 부르주아와 고위층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 가정부와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면모와 그로 인해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 받지 못하는 현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종다리≫, 코스톨라니 데죄 지음, 정방규 옮김
외모가 변변치 않아 시집을 못 간 딸 ‘종다리’는 부모를 극진히 모시고 살림도 완벽하게 한다. 어느 여름 종다리가 일주일간 외삼촌 집을 방문한다. 그사이 부담스러운 짐인 동시에 억압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딸에 대해 부모도 딸도 외면하던 진실을 마주한다. 작가 코스톨라니 데죄는 헝가리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마스 만은 그에 대해 “유럽의 정신 문화계에 헝가리 젊은 작가의 이름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 바 있다.
≪토트 씨네≫, 외르케니 이슈트반 지음, 정방규 옮김
전쟁을 통해 인간성이 말살되어 가는 과정을 희비극에 부조리적 요소를 혼합해 그린 소설이다. 토트 씨가 아들의 상관인 버로 소령을 접대하면서 겪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잔혹한 사건을 통해 전쟁의 파괴성을 폭로한다. 작가인 외르케니 이슈트반은 소설뿐만 아니라 연극계에서도 명성이 높은 헝가리 작가다.
≪프레스코≫, 서보 머그더 지음, 정방규 옮김
헝가리 작가로서는 외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작가인 서보 머그더의 대표작. 주인공 어누슈커가 9년 만에 고향을 찾은 열세 시간여 동안,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가족의 의미, 꿈의 의미, 인생의 의미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낯선 헝가리의 작품이지만 왜 훌륭한 작품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깊은 감동을 주는지 느낄 수 있다.
200자평
2019년은 헝가리와 한국이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양국의 문화예술 교류가 활발한 가운데 헝가리를 주빈국으로 한 2019서울국제도서전에 맞춰 헝가리의 시와 소설을 한 권의 책에 엮었다. 헝가리 민중 발라드부터 헝가리를 대표하는 문학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부록으로 헝가리 책과 문학의 역사 및 현재를 개괄한 해설을 덧붙였다.
지은이
우이바리 졸탄(Ujváry Zoltán)
1932년 1월 25일 헝가리 헤트에서 출생했다. 민속 시가, 풍습, 민속 드라마, 문학과 민속학의 연관성, 문화, 신화 등 폭넓은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가르도니 게저(Gárdonyi Géza)
1863년 헝가리 벨렌체 호숫가 작은 마을 어가르드에서 태어났다. 1898년 ≪우리 마을≫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평가를 받기 시작한다. 구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면서 과거의 값진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그는 시골, 특히 정다운 옛 마을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다. 일상과 보편적 인간의 가치, 감성적이고 도덕적인 순수하고 맑은 옛 마을 공동체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1910년 헝가리 학술원 교신회원으로 선출되었고, 1922년 세상을 떠났다.
모리츠 지그몬드(Móricz Zsigmond)
1879년에 헝가리 동부에 위치한 서트마르(Szatmár) 주(州)의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63세가 되던 1942년에 뇌출혈로 부다페스트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헝가리 최고의 문학잡지 ≪뉴거트≫의 제1세대 작가들 가운에서도 특히 뛰어난 작가로 평가받으며, 그의 많은 작품이 현재 헝가리에서 필독서로 읽히고 있다.
코스톨라니 데죄(Kosztolányi Dezsö)
서버드커(Szabadka)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와 빈의 대학에서 2년 동안 철학과 독문학을 공부하다 대학을 그만두고 언론인으로서 활약했다. 그는 여러 신문에 기고를 하는 한 편, 시·단편소설·장편소설을 쓰고 더불어 신문에 문학평론도 쓰는 등 문학 전반에 걸쳐서 활동했다. 헝가리 문학의 수준을 결정적으로 향상시킨 잡지 ≪뉴거트(Nyugat)≫ 창간에 함께했고, 또 세계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세계 각국 문학인과 친교를 맺었으며, 헝가리 펜클럽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외르케니 이슈트반(Örkény István)
1912년 4월 5일 부다페스트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1953년 첫 장편 ≪부부≫를 출간하고 이어서 1955년에 발간한 단편집 ≪폭설≫로 어틸러 요제프 상을 수상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외르케니는 연극계에 종사하면서 연극을 위한 대본과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한편 <글로리아>(1957), <고양이 놀이>(1963), <토트 씨네>(1967) 등자기 소설을 연극용으로 개작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1972년 노동훈장, 1973년 코슈트상을 수상했고, 1979년 6월 24일 부다페스트에서 타계했다.
서보 머그더(Szabó Magda)
헝가리의 작가로서 외국에 가장 많이 알려진 여성 작가다. 1917년 10월 5일 헝가리의 동부 도시 데브레첸에서 개신교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부르주아 출신으로 자국에서 정당한 문학적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1956년 헝가리 혁명 이후 비로소 전업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한다. 2007년 11월 19일 타계한 이후 헝가리의 통신사 ≪MTI≫ “헝가리의 가장 중요한 작가 가운데 하나인 서보 머그더가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평화롭게 잠들었다”고 그녀의 죽음을 알렸다.
옮긴이
유진일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를 졸업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대학교(ELTE)에서 헝가리 ≪뉴거트≫ 3세대 작가인 로너이 죄르지(Rónay György)의 아들인 로너이 라슬로(Rónay László) 교수 밑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 대우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발칸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헝가리어과에서 강의한다. 주요 논문으로는 <헝가리 신화의 아시아적 모티프>, <헝가리 정형시 율격의 구조와 특징>, <좌우 정권 교체에 나타난 중부유럽의 정치문화 갈등>, <케르테스 임레 소설의 구조적 특징: 순환·반복구조와 단절구조>, <턴도리 대죄의 탈전통시 시도―네오아방가르드와 포스트모더니즘 작품을 중심으로> 등 다수가 있다. 저·역서로는 ≪Kagylóhéjak≫, ≪Atigris és a nyúl-Koreai mesék és történetek≫, ≪책으로 읽는 21세기≫(공저), ≪동유럽 영화 이야기≫(공저),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공역) 등 다수가 있다.
이상동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헝가리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헝가리 데브레첸대학교에서 헝가리 발라드 장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헝가리 발라드와 한국 서사민요에 대한 다수의 비교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정방규는 1948년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의 괴팅겐에서 헝가리 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1990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헝가리 문학에 대해 강의했다. <통일 후 독일 지성인의 심리적 갈등 연구>(1993)와 같은 논문과 ≪사슴≫(1994), ≪방문객≫(1995), ≪토트 씨네≫(2008), ≪에데시 언너≫(2009) ≪등불≫(2010) 등의 번역서가 있다.
차례
추천사 / 주한 헝가리대사 초머 모세
시 / 괴뫼리 민중 발라드 Gömöri Népballadák
소설 / 등불 A Lámpás
소설 / 모리츠 단편집 Móricz Zsigmond válogatott novellái
소설 / 에데시 언너 Édes Anna
소설 / 종다리 Pacsirta
소설 / 토트 씨네 Tóték
소설 / 프레스코 Freskó
부록 : 헝가리와 책
책속으로
추천사
헝가리와 한반도 관계의 시작은 1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92년 조선 왕조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우호 통상 및 해상 협정을 체결했으나 한반도가 곧 식민 통치를 받게 됨에 따라 실질적인 관계는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사회가 양분되고 냉전에 돌입하면서 헝가리는 한반도 북쪽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에 처음 헝가리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은 한설야, 이기영 작가와 임화, 조기천, 설정식 시인 같은 북한 문학가들의 작품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헝가리 고전 문학 역시 북한에서 먼저 명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56년 헝가리 혁명과 자유투쟁은 남한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1956년 말에는 헝가리 시 몇 편과 헝가리 고전 문학을 정리한 ≪헝가리 비가≫가 한국에서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이라는 유명한 시가 탄생한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1989년에 중동부 유럽 국가 중 헝가리가 최초로 한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헝가리에서 한국 문학 작품이 많이 출판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헝가리 문학 작품들이 점점 더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가까운 장래에 서울에 개원할 헝가리문화원이 이 추세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에 한국어로 번역된 대표적인 헝가리 문학 작품을 통해 헝가리 문학의 정수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 양국 수교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양국의 문화예술 교류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헝가리가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도서전을 위해 특별히 헝가리의 거장 문학가들의 작품을 엮어 특별판으로 기획해 주신 지식을만드는지식에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헝가리 문학에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2019년 5월 27일, 서울
주한 헝가리대사 초머 모세
-iv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