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털보 영감은 복덕방을 운영하며 어느 정도 돈을 벌었지만 시치미를 뗀 채, 땅굴 생활에서 벗어나려면 아들 거북이를 미군 부대로 보내야 한다고 성화다. 깡통의 후처 옥매 역시 전처 소생인 복순이를 기생으로 보내 땅굴 생활을 청산하고 싶어 한다. 한편 원팔은 담배를 팔아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아내 한씨는 폐병으로 몸져 누워 있고 어머니가 살뜰한 보살핌과 기도로 그녀를 지킨다. 대학 교육까지 받고도 변변한 직장 없이 방황하는 이상주의자 동생 원칠과는 매사 갈등을 빚는다. 이들과 함께 댄스걸 옥희, 이발사, 우동집 주인 등이 등장해 당대 빈민들의 삶을 보여 준다.
방공호 세 채를 병치한 무대 연출은 각각의 공간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로 관객의 시선을 분산한다. 그와 함께 1막에서는 깡통네, 털보네, 원팔네 이야기가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펼쳐지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는 중심 사건이나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혈맥>은 극을 끌어 가는 중심 인물들을 분산하고 막에 따라 이들을 중심으로 한 사건을 교차하다가 결말에서 세 가족의 이야기를 한데 묶으며 주제 통일성을 잃지 않는다. 중심 사건들의 유기적 통일성과 단일성을 거부한 이런 구성은 작가의 주관이 조정자나 개입자가 아니라 관찰자로서만 기능하도록 한다.
1948년 1월 4일 박진 연출로 극단 신청년이 초연했으며 같은 해 6월 문교부 주최 제1회 전극연극경연대회에 참가해 작품상, 연출상을 수상했다.
200자평
3막 4장으로 구성된 사실주의 희곡이다. 광복 직후인 1947년 서울 성북동 방공호를 배경으로 도시 빈민들의 삶을 그렸다.
지은이
김영수는 191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후 일본에서 와세다대학 제2고등학원을 수료하고 와세다대학 영문과에 들어갔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34년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막극 <광풍>과 <동맥>이 각각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대학 졸업 후 동경학생예술좌 동인으로 활동했고, 귀국한 뒤에는 문학 수업에 전념하며 단편소설 <용녀>를 써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다시 한 번 당선했다. 한동안 ≪조선일보≫ 기자로 재직하며 소설과 희곡을 발표하다 신문이 폐간되자 동양극장 전속 작가가 되어 신파 극본을 썼다. 해방 이후에는 라디오 드라마를 비롯한 대중적인 작품들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했다. 1947년에는 극단 신청년을 조직해 전속 작가로서 장막극 수 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비극적인 세태를 사실적 수법으로 묘사한 작품이 많으며, 우리나라 근대 연극사에서 가장 뚜렷한 환경극 작가로 꼽힌다. 대표작에는 희곡 <혈맥>, <단층>, <돼지>와 소설 <파도> 등이 있다. 1977년 별세했다.
차례
登場人物
第1幕
第2幕
第3幕
<血脈>은
김영수는
책속으로
元七: (낮게 울음이 터지며- ) 아주머니- (하고, 고함을 치듯 소리를 지르고 안으로 뛰어 들어가 그냥 그 자리에 픽 쓰러진다.)
(깡통, 놀래어 벌떡 일어난다. 털보도 놀래어 일하던 손을 멈춘다.)
元八: (집 안에서 태연히 나오며- ) 제명이 짧아서 간 사람을 헐 수 있네? 야, 우지 마라. (하며, 元七에게로 와서 부축해 일으켰다가 바지가랭이로 드러난 피 묻은 붕대가 감긴 다리를 발견한다.) 元七아….
元七: (느낄 뿐)
元八: (가만히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