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수많은 문학 작품이 홍수를 이루듯 쏟아져 나오는 시대, 비평의 기능은 과연 무엇일까? 비평가는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의 작품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해야 할까? 좋은 비평이란 그것이 있음으로 해서, 그것이 없었더라면 알기 어려운 작품의 가치를 드러내 보여 준다. 이 고색창연한 원리는 세상이 변해도,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비평가는 좋은 작품의 선별과 안내, 그 의미와 존재 양식에 대한 해명을 담당한다. T. S 엘리어트 식으로 말하자면, ‘작품의 해명과 취미의 교정’을 넘어서 ‘문학의 이해와 향유의 조장’에까지 나아가야 한다. 시대의 변환이 너무도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오늘, 비평은 순발력 있는 대응력과 그것을 값있게 하는 정확성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젊은 평론가 12인의 평론 모음집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는 그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동시대 현장에서 감당한, 신진에서 중견에 이르는 과정의 평론가에게 ‘젊은평론가상’을 시상해 왔다. 2000년부터 출발한 이 상은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했으며, 매해 가장 활발하고 수준 높은 평론 활동을 펼친 비평가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역대 수상자들은 한국 문학평론계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면서 2000년 이후 문학비평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그동안 수상의 영예를 안은 평론가들과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회(2000년): 홍용희, ≪꽃과 어둠의 산조≫
제2회(2001년): 권명아, ≪가족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3회(2002년): 오형엽, ≪신체와 문체≫
제4회(2003년): 김춘식, ≪불온한 정신≫
제5회(2004년): 이재복, ≪비만한 이성≫
제6회(2005년): 이상숙, ≪시인의 동경과 모국어≫
제7회(2006년): 고인환, ≪말의 매혹: 일상의 빛을 찾다≫
제8회(2007년): 홍기돈, ≪인공 낙원의 뒷골목≫
제9회(2008년): 김문주, ≪소통과 미래≫
제10회(2009년): 이성천, ≪시, 말의 부도(浮圖)≫
제11회(2010년): 허혜정, ≪에로틱 아우라≫
제12회(2011년): 고명철, ≪‘민중(적) 서사’의 논쟁성과 운동성≫
이처럼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우리 평단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수상자들의 대표 평론을 묶어 세상에 내놓는다. 21세기 초반 이후 한국 문학비평의 지형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젊은평론가상’ 수상자들이 자신의 수상집에서 직접 뽑은 평론들이다. 여기에는 동시대 한국문학의 문제의식과 키워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 문단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비평적 개성들이 한자리에서 모여 저마다의 빛깔로 문학의 무늬를 수놓고 있는 열린 마당이다.
여기에 실린 평론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우리 문학의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 그 면면은 다양하기 그지없지만, 문학을 매개로 삶의 진경에 접근하려는 역동적인 의지가 각 작품들마다 살아 숨 쉬고 있다. 기존 문학의 문제적 방향성을 계승하는 동시에 그것의 고정적 관습과 어렵게 결별한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200자평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2000년부터 매해 활발한 비평 활동을 펼친 신진 평론가들 중 한 명을 골라 ‘젊은비평가상’을 수여해 왔다. 이 책은 그 상을 수상한 평론가들이 직접 뽑은 대표 평론 12편을 묶었다. 문학의 실종 그 이후, 이들 젊은 평론가들이 한국문단의 미래를 암중모색하는 증거가 여기 다 모여 있다.
지은이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젊은 평론가상, 시와시학상, 애지문학상, 유심문학상, 편운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 겸 경희사이버대학원 원장으로 있다. 주요 저서로 ≪김지하 문학 연구≫, ≪꽃과 어둠의 산조≫, ≪아름다운 결핍의 신화≫, ≪대지의 문법과 시적 상상≫, ≪현대시의 정신과 감각≫ 등이 있다.
차례
젊은평론가상
좌담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지형도
홍용희
내국 망명자와 생활 세계적 가능성의 지형
권명아
맨몸의 숭고와 ‘비판적 삶’의 종말-위기의 시대, 가족, 노동, 주체성 정치
오형엽
신체적 주체의 시 쓰기―송재학과 이창기의 시
김춘식
시적 위반, 한 줌의 불온성(?)
이재복
마돈나에서 사이보그까지―새로운 감수성을 찾아서
이상숙
한국의 생태시와 불교적 세계관
고인환
이복형제들의 교감과 연대-이명랑론
홍기돈
문학이라는 마경(魔鏡)―엄창석의 ≪비늘 천장≫에 대하여
김문주
곤혹스러운 비평의 시대, 비평의 감각과 윤리
이성천
우울한 일상의 무가(巫歌), 신처용가-김기택의 시 세계
허혜정
여자인가 죄인인가 광인인가
고명철
‘민중(적) 서사’의 논쟁성과 운동성
책속으로
생활 세계적 가능성을 보여 주는 ‘오래된 새로움’의 시편이 내국 망명자의 속성을 지닌 ‘새로움’의 시편보다 창조적 보편의 질서를 지닐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크다.
-제1회 수상 홍용희, <내국 망명자와 생활 세계적 가능성의 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