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 시선
사람의 삶은 일정한 원칙이 있다지만
먹고 입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누구라 이것을 전혀 도모하지 않으며
저절로 편안히 지내기를 바라겠는가.
초봄에 늘 하는 농사 잘해놓으면
그해의 가을 수확도 제법 볼만해진다.
새벽에 나가 자잘한 일 두루 돌보다가
해가 지면 쟁기 메고 집으로 돌아온다.
산속엔 서리와 이슬이 도처에 쌓이고
날씨 또한 일찍 차가워진다.
농민들 어찌 고생스럽지 않으랴마는
그와 같은 고생을 마다할 수 없다.
온몸이 참으로 그렇게 고달프지만
의외의 재난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손발을 씻고 처마 밑에서 쉬며
한 잔 술로 기분 풀고 얼굴을 편다.
먼 옛날 밭 갈던 장저와 걸닉의 마음은
천년이 지났는데도 나와 서로 통한다.
다만 언제나 이와 같기를 바라나니
몸소 밭갈이하는 수고는 개탄치 않는다.
庚戌歲九月中於西田穫早稻
人生歸有道,
衣食固其端.
孰是都不營,
而以求自安.
開春理常業
歲功聊可觀.
晨出肆微勤,
日入負耒還.
山中饒霜露,
風氣亦先寒.
田家豈不苦,
弗獲辭此難.
四體誠乃疲,
庶無異患干.
盥濯息簷下,
斗酒散襟顔.
遙遙沮溺心,
千載乃相關.
但願常如此,
躬耕非所歎.
≪도연명 시선(陶淵明詩選)≫, 송용준 옮김, 29~32쪽
뿌린 대로 거두고,
땀 흘린 뒤의 한 잔 술이 더 달다.
인생이 그런데,
자주 잊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