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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지전

z20130808-1

최진형이 고르고 옮긴 ≪서동지전≫

큰 쥐는 누구였을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큰 쥐다. 선인이자 악인이다. 능력가이자 모사꾼이다. 늠름하지만 추악하다. 판본에 따라 선량이기도 하고 도둑이기도 하다. 같은 인물이 이렇게 다양하게 변신하는 사례는 드물다. 조선 후기, 세상이 그랬다.

다람쥐는 본래 성품이 표독하고 마음이 불순한지라. 서대쥐 허락하지 아니함을 보고 독한 안모(顔貌)에 노기(怒氣) 돌돌(突突)하여 몸을 떨치고 일어나며 가로되,
“분재(憤哉)며 통재(痛哉)라. 빈자소인이요 빈무성명(貧無姓名)이라더니 나를 두고 이름이라. 집이 가난하면 군자도 욕을 받고 몸이 곤궁하면 남의 천대를 받으며, 귀하여야 집안 개도 보고 공경한다 하나 시호시호(時乎時乎)여 부재래(不再來)라. 부귀도 매양이 아니라. 오호라 한나라 양기는 일문(一門) 내에 제후가 칠 인이요 황후는 삼 인이요 귀인은 육 인이요 대장은 이 인이요 공주는 삼 인이요 삼공육경(三公六卿)은 오십칠 인으로 부귀영총(富貴榮寵)이 여차하되 일조일석에 처자형제와 노비 계견이 일제 사망하였나니 부귀는 끈이 있어 매양 차고 있을 것이 아니고, 빈천은 씨가 있어 매양 빈천만 낳을 바 아니며, 옛날 북해상에서 십구 년 고생하던 소무도 돌아올 때 있었으니, 내 비록 빈천하나 귀불귀(貴不貴)를 어찌 의논하리오. 속담에 일렀으되 가빈당보세개의(家貧當報世皆疑)요 부주심산유원친(富住深山有遠親)이라. 가히 분(忿)하고 가히 통석(痛惜)하도다.”
인하여 노기발발하여 가거늘 서동지 도리어 웃고 가로되,
“옛말이 옳도다. 배은망덕이요 은반위수라 함은 어차가위(於此可謂)로다. 연이나 영피부아(寧彼負我)이언정 아불부피(我不負彼) 하리니 후일 다시 저의 함원(含怨) 풀어 주리라.” 하더라.
≪서동지전≫, 작자 미상, 최진형 옮김, 75~77쪽

≪서동지전≫은 어떤 이야기인가?
배은망덕 다람쥐의 사기극을 현명한 서대쥐가 해결하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가?
무능한 마초 다람쥐가 유능한 현인 서대쥐에게 양식을 얻어 한 해를 넘긴다. 이듬해에도 청을 넣지만 거절당하자 무고하여 송사를 벌인다. 판관 백호산군은 서대쥐의 인품을 알아보고 다람쥐의 간계를 간파한다.

다람쥐는 어떻게 되었는가?
서대쥐가 용서를 원했다. 다람쥐는 감읍하고 반성한다.

서대쥐란 어떤 쥐를 말하는가?
큰 쥐란 뜻인 듯하다. 쥐 서 자를 성으로 쓰고 큰 대와 쥐 자를 써서 서씨 성을 가진 큰 쥐를 만들어 낸 셈이다.

≪서동지전≫의 서동지는 서대쥐와 어떤 관계인가?
서대쥐가 당(唐) 천자에게 가자(加資)를 받아 동지(同知) 벼슬을 얻는다. 서대쥐를 서동지라 부르는 것이다.

동지가 어떤 벼슬인가?
동지중추부사를 가리킨다. 조선 시대에 중추부에 속한 종이품 벼슬이다.

서대쥐는 어떤 캐릭터인가?
현명하고 부유한 조선의 상류층이다. 조선 후기에 부를 축적한 신흥 계급의 자기 초상화다.

조선 후기 신흥 계급은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인식했는가?
물질 축적에 성공한 뒤 공식적 신분 상승까지 성취한 능력자다. 이 책에서 서대쥐는 물심양면에서 완벽한 존재로 등장한다.

이 책은 어떤 판본을 사용했나?
1922년 영창서관에서 출간한 활자본 ≪셔동지젼≫이다.

‘회동서관본’에서는 서대쥐의 캐릭터가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가?
그 책에서 서대쥐는 부유하지만 하급 관리에게조차 하대를 당한다. 다람쥐의 ‘무고’가 밝혀지고 송사에서 이긴 뒤에야 금력을 바탕으로 관권과 결탁해 신분 상승을 이룬다.

한문본들이 설정하는 서대쥐의 캐릭터는 정반대의 모습 아닌가?
이 판본들은 ‘서대쥐가 다람쥐의 양식을 강탈한 사건’을 명확하게 설정한다.

이건 무슨 말인가? 서대쥐가 다람쥐 양식을 훔쳤다?
그렇다. 그러나 송사에서 서대쥐가 승소한다.

서대쥐의 콘셉트는 부패와 부정이란 말인가?
‘강탈’을 실제 사건으로 설정했고 관의 판단이 있었으나 서대쥐가 승리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전달한다.

그의 승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첫째는 판관의 오판, 곧 관의 무능이다. 둘째 서대쥐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하급 관리를 매수한다. 여기서는 두 가지 얼굴이 나타난다. 관이 부패했다는 것, 금력과 권력이 유착되었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한문본 계열의 서동지전은 현실 비판 소설이란 말인가?
‘서대쥐의 악인적 면모와 관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풍자’ 정신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판본에 따라 현실 인식이 전혀 상반되지 않는가?
한문본 계열의 현실 인식은 부의 불균형과 신분 질서의 붕괴 현상이다. 문제 인물을 등장시켜 관권의 무능과 부패의 현주소를 신랄하게 비난한다.

이런 드문 현상의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조선 후기의 사회 구조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전통 질서는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때였다. 부와 권력이 서로 대립하고 구세력과 신세력이 갈등하면서 민중의 고통은 깊어 간다.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출몰이 나타난다. 여러 판본의 여러 시각은 이런 당대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겠는가?

≪서동지전≫의 현재 의미는 무엇인가?
작품에 담긴 메시지는 국가나 사회가 조정과 통합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공동체의 조화로운 공존이 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과 일치하지 않는가.

당신은 누구인가?
최진형이다. 덕성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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