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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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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본질을 뚫는 돌직구
조태준이 옮긴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August Strindberg)의 ≪유령소나타(Spoksonaten)≫

삶의 본질로 직진하는 연극
1막과 2막의 서사와 내밀성은 3막이 열리면서 사라진다.
전혀 다른 이야기, 그러나 삶의 보편성, 윤회가 시작된다.
잔혹한 삶의 세계에서 구원의 희망은? 죽음이다.

노인: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학생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소?
학생: 왜 그러시죠? 전 제 자신이 세상에 알려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칭찬할 게 있으면 또 당연히 못마땅한 점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요즘 보면 사람을 함부로 비하하는 기술이 하도 발달해서 말입니다…. 게다가 전 보상 같은 건 바라지 않거든요.
노인: 학생은 꽤 잘사는 모양이군.
학생: 아니요. 정반대예요. 아주 가난합니다.
노인: 그건 그렇고 학생, 내 학생 목소리를 듣자 하니 왠지 낯설지가 않군그래. 내 어렸을 적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는 ‘창문’이라는 발음을 제대로 못했었지. 그래서 늘 ‘촹문’이라 발음하곤 했었는데. 내 평생 그런 말투를 가진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그 친구와 학생을 빼고는 말이야…. 혹시 도매업을 하던 아르켄홀츠 씨와 무슨 관계가 있소?
학생: 제 아버님이신데요.
노인: 사람 운명이란 게 참 묘하구만. 그러니까 내가 학생을 처음 본 건 학생이 갓난아기 때였지. 학생 집안이 몹시 어려울 때였어.
학생: 맞아요. 제가 태어났을 때 저희 집 가세가 한창 기울어 가고 있었다더군요.
노인: 그랬지.
학생: 저, 어르신네 존함을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노인: 난 훔멜이라고 하오. 훔멜 국장.
≪유령소나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지음, 조태준 옮김, 9~10쪽

학생 아르켄홀츠에게 노인 훔멜은 어떤 사람인가?
아르켄홀츠는 가족들이 ‘훔멜’이라는 이름을 말할 때 증오심을 품고 있었던 것만 기억한다. 집안의 원수를 우연히 다시 만난 것이다.

원수지간의 사연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아르켄홀츠 부친이 고리대금업을 하던 훔멜에게 1만 7000크라운을 빌렸다. 빚을 갚지 못한 채 파산했고 가족들은 그를 자신들의 파산의 장본인으로 여긴다.

훔멜의 입장은?
자신이 위기에 처한 아르켄홀츠의 부친을 구해 주었는데 돌아온 것은 끔찍한 증오였다고 말한다.

이제 오랜 빚의 청산을 요구할 셈인가?
아니다. 대신 자신을 위해 오늘 오후에 있을 <발퀴레> 공연을 보러 가 달라고 부탁한다.

갑자기 무슨 공연인가?
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곳에서 바라보이는 저택 주인과 그 딸이 그 공연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늘 앉는 좌석 옆자리에 아르켄홀츠를 앉힐 생각이다. 훔멜은 그 저택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상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다.

그 저택에 누가 사는가?
대령의 가족이 산다. 훔멜과 대령 부인은 과거에 연인 사이였다. 대령의 딸은 사실 훔멜의 딸이다.

공연엔 왜 가라고 하나?
훔멜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르켄홀츠가 행복해지는 걸 보고 싶다며 딸과 아르켄홀츠를 맺어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래서 가는가?
때마침 그들 앞을 지나가던 대령의 딸을 보고 아르켄홀츠는 한눈에 반한다. 공연을 보러 가고 대령 부녀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해 ‘유령 만찬회’에 초대받는다.

‘유령 만찬회’가 뭔가?
20년째 계속되는 모임이다. 대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모두 유령처럼 보여 이 집 하인이 그렇게 부른다. 늘 똑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똑같은 이야기만 나눈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 제목이 유령소나타인가?
이 작품은 ‘유령’과 ‘소나타’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극작술을 사용한다. ‘유령’은 작품의 주제와 인물, 행동, 분위기, 더 나아가 인간과 삶의 본질에 대한 작가 특유의 비전을 상징한다.

‘소나타’는 무엇인가?
형식과 구조를 관통하는 상징체계다. 이 작품은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로 구성되었다. 훔멜과 아르켄홀츠가 만나는 1막이 제시부, 훔멜과 만찬회에 모인 인물들의 갈등이 드러나는 2막이 발전부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3막이 가진 특성 때문에 이 극은 소나타 형식으로 이해된다.

3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1막과 2막은 서사 연속성을 가지며 극적 내밀성을 유지한다. 3막은 별개 에피소드처럼 보인다. 어찌 보면 이 극은 차라리 2막에서 끝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극을 소나타 형식으로 보고 3막을 재현부로 해석하면 전막과 3막 사이의 부조화와 파격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3막은 무엇의 재현인가?
삶과 기억의 재현이다. 3막이 재현하는 대상은 삶의 본질을 상징한다. 제시와 발전, 그리고 코다로 치닫는, 유전하는 모든 삶의 재현이다. 스트린드베리는 여기서 삶의 윤회를 보여 준다. 3막 배경에 등장하는 거대한 불상으로 그런 심증을 굳힐 수 있다.

스트린드베리가 인식한 삶의 법칙이 무엇인가?
마지막 장면에서 죽음은 열반이나 구원으로 묘사된다. 죽음이 잔혹한 삶의 세계에서 희망과 동의어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스트린드베리는 이러한 모순이 삶의 본질이자 자신이 경험한 악몽의 구체적 이미지라고 여겼다.

죽음이 희망이라면 너무 잔혹한 것 아닌가?
등장 인물들은 희망을 잃은 뒤 점점 시들어 간다. 희망 없이 산다는 건 암흑 속을 헤쳐 나가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스트린드베리가 그려 내는 삶은 잔혹하기만 하다. 연극사에서 잔혹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사람은 아르토가 아니라 스트린드베리다.

스트린드베리는 누구인가?
문학사와 연극사에 기록된 위대한 극작가다. 테네시 윌리엄스와 막심 고리키, 존 오스본이 그의 영향을 받았다. 유진 오닐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스트린드베리를 현대 극작가 가운데 가장 위대한 천재라고 말했다.

그가 무엇을 했는가?
다양한 분야에서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다. 회화에도 재능을 보였다. 그의 표현주의 회화는 오늘날까지 걸작으로서 남아 있다. 극작에서는 인티마 극장 설립 후 선보인 실내극에서 자신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관객을 압도하는 스펙터클 대신 ‘글로 쓴 말을 오로지 연기자를 통해 묘사’하려 했다.

인티마 극장은 왜 만들었는가?
자기 작품만을 위한 전용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극장의 그릇된 관행과 시스템에 회의를 느꼈다. 아우구스트 팔크의 도움으로 1907년 스톡홀름에 인티마 극장을 개관할 수 있었다.

인티마는 뭐가 달랐는가?
극장 내 알코올 반입 금지, 일요일 공연 휴무, 인터미션 없는 짧은 공연, 관행적인 커튼콜 폐지, 160석 정도의 객석 규모, 프롬프터와 오케스트라 피트 철폐, 박스오피스와 로비에서 공연 대본 판매, 여름 시즌 공연 활성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비정상적으로 작은 무대와 적은 객석이 어우러져 친밀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스트린드베리의 말년은 어땠나?
1911년 크리스마스 시즌 내내 폐렴을 앓다가 간신히 해를 넘겨 1912년 3월 14일 만 63세로 생을 마쳤다. <아버지>가 뉴욕 버클리 극장에서 초연되어 그의 명성이 막 미국에 소개되던 무렵이었다. 사인은 위장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것이 암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태준이다. 배재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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