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습관을 의심하다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습관에 젖어 몰랐는데, 우연히 잘못임을 깨닫고 의심하여 살펴보니 실제와 반대로 사용하는 말들이 있었다.” 다산 정약용이 ≪아언각비≫의 머리말에서 한 말입니다. 그는 배움이란 바른말을 통해 잘못된 것을 깨닫고 이를 부끄러워하며 고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자신의 습관을 스스로 깨닫다니, 역시 다산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아언각비(雅言覺非)의 뜻입니다. 다산은 이 책에서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와 문자 가운데 잘못 사용하고 있는 450여 개의 어휘를 자연, 인사, 풍속, 제도, 관직, 동식물, 의식주, 생활 도구, 기물 등 17개 항목으로 분류하고, 중국의 문헌과 다양한 언어 자료를 고증해 어원을 밝혔습니다.
우리말의 어원을 한자어에서 찾으려는 노력은 다산뿐 아니라 이수광, 황윤석 등 다른 실학자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모나 정치함을 볼 때 ≪아언각비≫가 단연 돋보입니다. 한번 자리 잡은 이상 돌이키기 어려운 언어의 특성상, 다산이 의도했던 언어 바로잡기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말의 어원 연구는 물론 조선 후기의 문화와 생활을 파악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는 중요한 저작입니다.
실학의 대가였던 다산의 삶은 그야말로 험난했습니다. 1801년 신유옥사로 수많은 천주교 신도들이 사형을 당했을 때 다산의 가까운 친척과 지인들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어요.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안은 채 유배의 길에 올랐고요. 유배지에서도 삼엄한 감시 아래 살았고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 되었어요. 그런 상태가 무려 18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산은 유배지의 고난을 도리어 자아실현과 자기완성의 기회로 승화시킵니다. 비탄에 빠지지 않고 나름의 행복을 즐겼어요. 또 한편으로는 가정의 행복과 공공의 행복을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이 어떤 방식으로 트라우마를 치유했는지 네 장에 걸쳐 보여주고, 그가 추구한 행복의 길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다섯 장에 걸쳐 알려줍니다. 다산의 행복론을 따라가 보면 실학자가 아닌 인간 정약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호색일대남≫으로 일약 에도 시대의 대표 인기 작가가 된 사이가쿠의 세 번째 저술입니다. 이 책 또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에도 시대 3대 도시인 에도, 교토, 오사카와 그 주변 지역에서 수집한 35편의 이야기인데, 등장인물들은 당시의 중심 계층이었던 무사와 상인을 비롯해 선인(仙人), 덴구(天狗) 같은 비현실 세계의 존재까지 다양합니다.
수집만 한 것이 아니라 당대에 유행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존 설화의 일부를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다시 썼어요. 각 이야기마다 삽화도 실려 있는데, 지극히 일본적이고 당대의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줍니다. 특히 삽화에는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수수께끼를 숨겨 놓았는데, 옮긴이들이 왜 하필 그 장면을 삽화로 표현했는지와 함께 해답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주인공 요노스케는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고 환락적 소비와 향락이 허용되는 유곽을 드나들며 수많은 여성 또는 미소년을 편력합니다. 7세에 이성에 눈을 떠 60세가 되기까지 사랑을 나누었던 여자가 3742명, 남색 상대가 725명이었어요. 그의 엽색담을 통해 일본 에도 시대의 화려한 성 문화와 그 뒤에 가려진 상인들의 세계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 근대 풍속 소설의 효시이며 출간과 동시에 대히트한 에도 시대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합니다. 국내 최초 출간된 완역본이고 세종우수교양도서(2017)로 선정된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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