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공작소
지식을 만드는 일터
1992년에 문을 열었다. 지식을 만드는 일터라는 뜻이다. 한자로는 知識工作所라고 쓰고 영문으로는 Knowledge Smith라고 적는다.
창업한 해에 펴낸 책은 그 이름도 낯선 ‘달력책’이었다. 하루에 한 쪽씩을 찢어내어 읽는 설치형 출판물이다. <세계의 명화>, <세계의 음악>, <세계 여행>, <세계 역사>, <자연의 세계>는 모두 365쪽의 사진과 365쪽의 설명을 담은 730쪽의 책이었다. 매달 곤충, 기상, 의복, 도구 등을 그림과 설명으로 보여주는 그림 달력책 여러 권도 이때 함께 출간했다.
인구에 회자된 책
1993년에는 전여옥이 쓴 <일본은 없다>를 출간했다. 일본이 전 세계 경제를 제패하던 시절이다. 반전의 제목 덕분에 출간 이후 1년 남짓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하며 인구에 회자되는 책이 되었다. 뒤에 재일 저널리스트 유재순은 이 책의 내용이 자신의 미발표 원고와 같은 점이 많다고 지적했으며 전여옥은 이를 부인했다. 결국 진위를 둘러싼 소송이 벌어졌다. 재판 결과 유재순의 주장이 인정되었다. 재판이 진행되고 있을 때 지식공작소는 이미 전여옥과의 출판계약을 종결한 상태였다. 그러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 유재순의 주장에 진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그의 소송을 도왔다. 그리고 짧지 않은 휴지 기간이 있었다.
중간관리자를 위한 경영전문 시리즈
2000년대 들어 지식공작소의 출판 활동은 경제, 경영 서적의 발간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일본경제신문사가 20부작으로 출판한 비즈니스 전문 시리즈와 미국 맥그로힐 출판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중간 관리자를 위한 경영 전문 서적 시리즈를 한국 시장에 내놓았다. 그때 한국의 기업 조직은 연공서열에 의한 수직 조직을 탈피해 성과 중심의 팀장 조직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일본과 미국의 앞선 경영 철학과 노하우를 소개하는 두 편의 시리즈는 한국에 팀장 조직 문화가 뿌리내리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
생명을 지키는 달리기책
2000년대 중반부터 지식공작소가 선보인 또 하나의 새로운 출판 시리즈는 달리기와 마라톤 전문 서적이었다. 달리기는 간단한 스포츠처럼 보인다. 그러나 매년 달리기를 하다 목숨을 잃는 러너의 수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수 없는 달리기 책이 러너의 생명을 지켜왔다. 한국에서도 달리기 인구가 서서히 늘고 있었다. 잘 달리고 행복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달리기를 알아야 한다. 장거리를 달리는 마라톤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지식공작소는 30여종에 달하는 달리기 책을 출판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책들은 대한민국 러너들의 안전을 지키고 행복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철학과 성과에 주목
200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지식공작소가 주목한 것은 사회적 기업이었다. 이 새로운 기업의 철학과 성과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과 노동의 거리는 점점 더 길어지고 행복한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의 수가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이런 현상이 잘 사는 나라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더욱 빠르고 깊게 진행된다는 사실이었다. 데이비드 본스타인이 쓰고 나경수 박금자 박연진이 옮긴 <사회적 기업가와 새로운 생각의 힘>은 사회적 기업의 이념과 실제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텍스트였다. 이어 출간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 기업가의 자세와 역할을 제시한다.
한국인의 삶과 기억
2010년 대에 들어와 지식공작소의 문제 의식의 초점은 한국인의 삶과 그것에 대한 기억에 모아졌다. 500년 왕조가 몰락하고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한 뒤 전승국에 의한 해방이 이뤄지고 곧 이어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한 한국 전쟁이 시작된다. 전후 군사 정권이 들어서고 근대화와 산업화가 위로부터 추진된다. 경제는 놀랍게 발전하지만 정치는 그를 따르지 못했다. 기나긴 시민투쟁의 결과로 민주주의의 시대가 열리고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다. 200년 동안 한국인은 어떤 삶을 산 것일까? 이 전무후무한 세계사의 경험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지식공작소는 오늘도 지식 공작의 풀무를 밟는다. 편견과 무지를 녹이는 열을 얻어 인간의 지식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앎의 도구를 제작한다. 그래서 우리의 이름은 내일도 지식공작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