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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김상훈 시선

z20140416-s

<4·19특집> 혁명 이야기 3. 공산주의자 출입금지

남승원이 엮은 ≪초판본 김상훈 시선≫

손이 떨린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식, 집으로 향하는 황톳길과 여름날 미루나무의 살랑임. 혁명은 익숙한 모든 것에 대한 배반, 착한 손은 떨고 있었다.

아버지의 門 앞에서

등짐지기 三十 里 길 기여 넘어
갑분 숨껼로 두드린 아버지의 門 앞에
무서운 글字 있어 共産主義者는 들지 말라
아아 千 날을 두고 불러 왔거니
떨리는 손이 문고리를 잡은 채
멀그럼이 내 또 무엇을 생각해야 하느냐

태여날 적부터 도적의 領土에서 毒스런 雨露에 자라
가난해도 祖先이 남긴 살림
하구 싶은 말 가지구 싶든 사랑을
먹으면 禍를 입는 咀呪받은 果實인 듯이
진흙 不吉한 땅에 울며 파묻어 버리고
나는 마음 弱한 植民地의 아들
千 斤 무거운 壓力에 죽엄이 부러우며 살아왔거니
이제 새로운 하늘 아래 일어서곺아 용소슴치는 마음
무슨 야속한 손이 불길에 다시 물을 붓는가

徵用사리 봇짐에 울며 늘어지든 어머니
刑務所 窓 구멍에서 억지로 웃어 보이든 아버지
머리 씨다듬어 착한 사람 되라고
옛글에 日月같이 뚜렷한 聖賢의 무리 되라고
삼신판에 물 떠 놓고 빌고
말 배울 쩍부터 井田法을 祖述하드니
이젠 믿어운 기빨 아래 발을 마추랴거니
어이 歷史가 逆流하고 習俗이 腐敗하는 地點에서 地主의 맏아들로 罪스럽게 늙어야 옳다 하시는고 아아 解放된 다음 날 사람마다 잊은 것을 찾아 가슴에 품거니
무엇이 가로막아 내겐 나라를 찾는 날 어버이를 잃게 하는고
刑틀과 종 文書 진니고
양반을 팔아 송아지를 사든 버릇
小作料 다툼에 마을마다 哭聲이 늘어 가든
낡고 不純한 生活 헌신짝처럼 벗어 버리고
저기 붉은 旗폭 나붓기는 곳 아들, 아버지 손길 맛잡고
새로야 떠나지는 못하겠는가 이 아츰에…
아아 빛도 어둠이런듯 혼자 넘어가는 고개
스물일곱 해 자란 터에 내 눈물도 남기지 않으리
벗아 물 끓듯 이는 民衆의 喊聲을 傳하라
내 잠깐 惡夢을 물리치고 한숨에 달려가리라

≪초판본 김상훈 시선≫, 남승원 엮음, 17쪽

이 시는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가?
시인은 시대의 소명을 앞에 두고 “三十 里 길 기여 넘어” 집에 돌아온다. 아버지는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전통과 혁명의 충돌인가?
아버지에 대한 야속함, 버릴 수 없는 자신의 의지, 그 때문에 “어버이를 잃게” 된 상황, 그럼에도 “아들, 아버지 손길 맛잡고” 갈 수 있는 행복한 시대를 꿈꾸는 자식으로서의 도리….

그런 것들은 모두 무엇인가?
모두 작가 자신의 갈등과 고뇌다.

이 시인은 누구인가?
김상훈이다. 해방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게 활동한 시인이다.

공산주의자가 되었나?
1919년 태어나 한국전쟁 때 월북했고 1987년 사망했다.

해방 공간에서 무엇을 했는가?
1945년 ≪민중조선≫을 창간하고 ‘월요회’를 구성했다. 1946년에는 김광현, 박산운, 유진오, 이병철과 공동 시집 ≪전위 시인집≫(노농사)을 간행한다.

전위 시인이란 말이 있는가?
국어사전에서는 ‘전위’를 ‘계급투쟁 따위에서 무리의 선두에 서서 지도하는 사람이나 집단’이라고 정의한다. 말 그대로 통일 후 새 시대를 만들겠다고 민족의 과제와 사명을 최전방에서 노래한 시인들이다.

새 시대 민족의 과제와 사명이 무엇인가?
제국주의 청산과 계급 해방이다.

그는 프롤레타리아인가?
태어나자마자 이름난 부자였던 큰아버지에게 입양되었다. 생부는 끼니를 잇기 힘들 정도로 가난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충격은 어떻게 전개되는가?
봉건 친일 지주인 아버지와 대립한다. 계급 문제에 눈뜬다.

어머니는 어떤 사람인가?
어머니 덕분에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 관련한 시가 많은 것을 보면 애정이 각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그를 어디로 안내하는가?
어머니를 통해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다. 여성 인물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당대 민중의 삶의 한 단면을 그렸다.

어떤 작품들이 그런가?
<여자에게 주는 노래>, <소을이>, <순이> 등이다. 서사시 <가족>의 문제 인물  ‘복례’도 그렇다.

서사시를 쓴 이유가 무엇인가?
프롤레타리아 계급 인식과 각성을 현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서다.

재현에 성공했나?
민중 삶의 총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서사시의 본질에 완전하게 다가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
기계적인 문학적 대입을 거부하면서 현실을 그리려 한 의도 때문이었다. 예견된 실패다.

정말로 실패를 예견하고 실패를 실천한 것인가?
서사시집 ≪가족≫의 서문에서 그는 자평한다. “희랍적인 의미에서 영웅을 그려야 된다든지 민족 전체가 공감하는 신화나 운명을 노래해야만 서사시가 될 수 있다면 이 ≪가족≫은 아무래도 서사시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너무도 무력한 사람들을 취급하였고 또 지나치게 주관에 치우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서사시를 선택한 것인가?
그가 대답한다. “나는 장르의 분류에 기계적으로 충실하기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해 보려 들었습니다. 나와 내 주위에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모습을 허식 없이 시 안에 등장시키고 또 그들이 전형적인 이 땅의 가족들이기를 기원하였습니다.”

당신은 왜 이 시집을 엮었나?
이념을 앞세운 ‘전위 시인’으로만 알려진 김상훈의 진정한 시적 원동력을 밝히고 싶었다.

진정한 시적 원동력이 무엇인가?
문학적 성취보다 공감과 연민을 더 중시하는 진정성이다.

김상훈의 진정성은 어떤 모습인가?
단호하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영웅의 모습이 아니다.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은 채” 고민하는 무력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다.

당신은 누군가?
남승원이다.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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