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전영택 단편집
2631호 | 2015년 6월 11일 발행
인간, 불굴의 역사
오창은이 엮은 ≪초판본 전영택 단편집≫
모든 인간의 보물
그이 이름은 화수분, 재물이 나오는 보물단지다.
지금 가진 것은 단벌, 냄비, 지게, 그리고 아내와 딸이다.
부부는 겨울 벌판의 긴 밤을 견딘다.
아침이 되었을 때 둘은 죽었고 아이는 살았다.
이제 다시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다.
화수분, 아니 화소분이 사람 이름인가?
작품명은 화수분, 본문에는 ‘화소분’이라 씌어 있다. ‘화수분’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를 말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의 아버지가 자식 이름을 첫째는 ‘장자’, 둘째는 ‘거부’, 셋째는 ‘화수분’이라 지었다. 가난한 삶으로 고통을 겪는 화수분의 처지를 생각하면 역설이다. 이것이 작품의 비극성을 고조시킨다.
어멈과 옥분이가 한겨울 나무 밑에서 밤을 지새운 이유가 뭔가?
화수분의 아내는 남편 없이 한겨울 날 일이 막막했다. 어린 딸 옥분을 업고 엄동설한에 길을 떠난다. 도중에 눈보라를 만나 나무 밑에서 밤을 지새우게 된다.
화수분이 어딜 간 것인가?
다친 둘째 형의 농사일을 도우러 양평에 갔다. 몸살로 누워 있다가 아내가 양평으로 온다는 편지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양평에서 오정에 떠나 걷다가 해 질 녘에야 아내와 딸을 발견한다.
사는 형편이 어떤 집안인가?
작품 속 화자의 집에서 행랑살이를 하는 처지다. 단벌 홑옷과 조그만 냄비, 날품팔이 지게가 전부다. 견디지 못해 큰딸 ‘귀동이’를 강화에 사는 사람에게 주고 나서 후회한다.
가난의 이유는?
원래는 벼 백 석을 지으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아버지와 맏형이 죽으면서 가계가 기울었다. 농사 밑천인 소 한 마리를 도둑맞고는 ‘거지 신세’가 되었다.
이제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인가?
그러지 못했다. 옥분이만 살아남는다. 소설은 사연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튿날 아침 나무장사가 지나다가 그 고개에 젊은 남녀의 껴안은 시체와 그 가운데 아직 막 자다 깬 어린애가 등에 따뜻한 햇볕을 밧고 앉아서 시체를 툭툭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어린것만 소에 싣고 갔다.”
부부는 얼어 죽었다는 말인가?
어린 것을 둘 사이에 껴안고 밤을 지새웠다. 엄동설한이었다. 죽지 않고 다른 길이 있었겠는가?
전영택의 메시지는 뭔가?
생명의 강렬함이다. 근대 초기 단편소설의 백미로 꼽힐 정도로 강렬한 충격을 준다.
이 작품을 우리 문학사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삶의 비극을 아프게 그려 냈다. 근대소설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이다. 뒷이야기를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것도 근대소설의 기법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어떤 것인가?
삶의 아이러니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포기하지 않는다. 인도주의를 지향했다. 초기 작품은 지게꾼, 버림받은 노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형상했다. 사회의 모순을 인식한 것이다.
전영택 문학의 개성은?
기독교 세계관에 서서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그렸다. 과감한 생략과 감정을 배제한 서술이 특징이다. 단편소설 발전에 기여했다.
어떻게 살다 갔나?
1894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1919년 최초의 종합 문예지 ≪창조≫의 창간에 참여했다. 1923년 아오야마 학원 신학부를 졸업하고 서울 감리교 신학대학 교수가 되었다. 1927년 목사로 취임한 이후 목회 활동에 전념했다. 독립운동 단체인 수양동우회 활동을 했고, 1944년 평양 신리교회 재직 중 설교 사건으로 구금되기도 했다. 해방 후 조선민주당 문교부장, 문교부 편수관, 국립맹아학교 교장, 중앙신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1961년에는 한국문인협회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1967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신은 누구인가?
오창은이다. 중앙대학교 교양학부대학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