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예찬≫ 오디오북
지만지한국희곡선집출간특집 10. 지금 여기서, 연극을 들을 수 없을까?
박근형의 ≪청춘예찬≫ 오디오북
오디오북이 희곡의 잠을 깨웠다
희곡은 불러 주지 않으면 깨지 않는다. 독자가 불러 주면 문학이 되고 무대가 불러 주면 연극이 된다. 이제 스마트폰이 그를 부른다.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이 되었다.
클릭하면 ≪청춘예찬≫ 오디오북 전편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은성이다. 극작가이고 극단 달나라동백꽃 대표다. 이번에 ≪청춘예찬≫의 오디오북 연출을 맡았다.
어쩌다 희곡을 오디오북으로 만들게 되었나?
2011년부터 희곡 낭독 팟캐스트인 ‘희곡을 들려줘’를 만들었다. 그래서 출판사가 나를 연출자로 고른 것 아닌가?
지만지 오디오북 첫 작업으로 ≪청춘예찬≫을 선택한 이유는?
희곡을 오디오로 들려주기에 좋은 작품이다. 인물의 정서와 대사의 말맛이 잘 어울린 명작이다.
그런 매력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청년’이 ‘간질’을 처음 집에 데려오는 장면을 보라. ‘청년’과 ‘아버지’가 ‘간질’을 집에 들이는 문제로 대화한다. 그러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 똑같은 대화를 반복한다. 이는 연극적 표현이다. 긴장과 의미를 확장하는 대목이다.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면 실연 오류라고 오해하지 않을까?
청취자가 들으면서 “어? 이상하네” 할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 여긴 이런 의미가 숨어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기 바랐다. 그래서 녹음할 때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청춘예찬≫은 어떤 작품인가?
대학 때 화초 같던 여자 후배가 이 작품을 보고 소주를 큰 컵에 가득 따라 마셨다고 했다. 소주 맛 같은 작품이다.
당신의 소주 맛은 무엇인가?
쓰고도 달다. 주인공 ‘청년’은 예찬할 수 없는 청춘을 보내고 있다. 거칠고 폭력적이지만 끊임없이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삶의 고통과 희망을 동시에 만든다.
‘청년’의 청춘은 어떤 것인가?
스물두 살에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학교는 안중에 없다. 퇴학 통지까지 받았다. 친구들과 몰려 다니다 우연히 만난 ‘간질’과 하룻밤을 보낸다. 둘 사이에 아이까지 생겼다.
다른 등장 인물은 어떤가?
부모는 얼마 전 헤어졌다. 아버지가 홧김에 뿌린 염산 때문에 어머니는 눈이 멀었다. 이혼해서 따로 살지만 변변한 벌이가 없는 아버지는 수시로 어머니를 찾아가 용돈을 타 쓴다. 어머니는 안마사로 일한다. 친구들은 몰려 다니며 술, 담배, 욕을 달고 산다.
청춘은 절망인가?
무력하고 불안한 심리를 내비치는 인물들이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곧 태어날 손주를 위해 천장에 별을 단다. 그 사실을 아내에게 알리며 ‘당신도 함께 보면 좋겠다’고 말한다. 청년은 그렇게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늘 아버지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목소리 연기자들은 누구인가?
연극 배우들이다. 그중 ‘청년’ 역을 맡은 김동원과 ‘여자’ 역을 맡은 신사랑은 ≪청춘예찬≫ 실제 공연에서도 같은 배역을 연기했다.
왜 성우가 아니라 연극 배우가 녹음했나?
희곡을 이해하는 경험은 연극 배우들이 가진 장점이다. 내면화해서 연기로 표현해야 할 텍스트로서 희곡을 접하는 배우는 그것을 대하는 무게감부터 다르지 않겠는가?
이 작품 연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뭔가?
인물들의 말맛을 살리는 데 배우들이 집중하도록 했다. 대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말하는 느낌이 나야 한다.
말맛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뭔가?
대부분의 희곡 낭독이 그렇다. 낭독이라고 해서 무대의 현장성이 사라지면 안 된다. 발음 등 정확한 표현에 신경쓰기보다는 감정 표현, 자연스러운 대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희곡을 소리로 들려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희곡도 우수한 문학성과 재미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다. 희곡을 듣는다는 것은 곧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과 같다.
이야기를 소리로 들을 때 어떤 효용이 있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바로 ‘상상력’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때문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상상하며 듣는다. 영화 <웰컴 투 맥도날드>는 오디오 드라마를 만들어 가는 성우들 이야기다. 거기에 유명한 대사가 있다. “오디오 드라마에서는 ‘자, 여기는 우주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우주가 열린다.”
당신은 돈이 되지 않는 희곡 낭독을 왜 하는가?
어떤 이야기든 듣는 이가 이야기의 새로운 주인이 될 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행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