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1924년, 도쿄-교토-도호쿠-규슈-홋카이도에 이어 제국 일본은 식민지 조선의 수도 경성에 여섯 번째 제국대학을 설립했습니다. 해양 연구를 위해 설립한 타이페이제국대학과 현저히 달랐음은 사치스러운 학과 구성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문학, 철학, 사학 세 학과로 나뉘었던 법문학부 문과에 14개의 전공과 27개의 강좌가 개설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영문학과는 비록 간접적이나 ‘서구’와 ‘근대’를 체득할 수 있는 통로였습니다. 다이쇼 교양주의에 직접 접속해 있던 식민지 소년들은 문학과 예술에 이끌려 영문학과로 향했습니다.
|
언어로 지은 공허한 구조물, ≪이효석 단편집≫
졸업반 이효석은 결석이 잦았습니다. 다만 일주일에 한 번 블라이스 교수(Blyth, 1898~1964)의 강의에 출석해 키츠와 셸리를 강독했습니다. 이 강독 시간은 ‘탐미’나 ‘심미’로 말해지는 이효석 문학의 성립 배경입니다. 이효석에게 문학은 현실의 반영체가 아니라 순수한 사물이었습니다. 〈모밀꽃 필 무렵〉의 중심은 허 생원의 삶이 아니라 “소곰을 뿌린 듯이 흠읏한 달빛”입니다. 숨 막히는 달빛에 비하면 식민지 현실을 견디는 장돌뱅이의 고달픈 삶은 주변적 사실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효석 지음, 고인환 엮음
|
엘리트의 문예비평, ≪최재서 평론선집≫
최재서는 영문학과 주임교수 사토 기요시(佐藤清, 1885~1960)의 수제자로서 이 대학 최초로 일본인을 제치고 영문학과 강사로 발탁됐던 엘리트였습니다. 최재서의 교양은 영국 저널리즘과 동기화되어 있을 정도로, 당대 최고 수준의 아카데미즘에 도달했습니다. 이상의 〈날개〉와 박태원의 〈천변풍경〉 등의 난해한 작품에 허둥댔던 조선 문단에서 최재서의 〈천변풍경과 날개에 관하여−리알리즘의 확대와 심화〉(1936)는 경이로운 것이었습니다.
최재서 지음, 이경수 엮음
|
제대 영문과의 문화자본, ≪조용만 단편집≫
1933년 결성해 기성 문학을 비판, 새로운 문학을 제시했던 ‘구인회(九人會)’를 창립한 조용만. 일제 말기에는 국책에 동조하는 일본어 소설을 발표하는 등 대표적인 친일 작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함께 영문과를 다녔던 이효석 또한 구인회의 창립 멤버였으며, 그가 친일 작품을 발표했던 《국민문학》은 1년 선배인 최재서가 주재했던 잡지입니다. ‘경성제대 영문과’의 인적 네트워크는 조용만의 문학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근거입니다.
조용만 지음, 오태호 엮음
|
대체 영문학이란 무엇인가? ≪김윤식 평론선집≫
“대체 영문학이란 무엇인가?”(2008)라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김윤식은 ‘경성제대 영문과’에 꼭짓점을 찍어 대답했습니다. 경성제대 예과의 문과A 소속이었던 이효석이 어째서 법학이 아닌 영문학을 선택했는가? 법학을 선택했던 유진오와 무엇이 달랐고 어떤 차이를 빚었는가? 〈조선 작가의 일어 창작에 대한 한 고찰〉은 경성제대 영문과에 대한 가장 정밀한 보고서입니다.
김윤식 지음, 윤대석 엮음
|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지식을만드는지식 학이시습 지식공작소 박영률출판사 오디오북스 큰책
02880 서울 성북구 성북로 5-11 대표 전화 02-7474-00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