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룟 유다
2377호 | 2014년 12월 26일 발행
그는 예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성탄절 특집 종교 5. 이수경이 옮긴 레오니트 안드레예프(Леонид Н. Андреев)의 ≪가룟 유다(Иуда Искариот)≫
너는 왜 살아 있는가?
예수가 죽자 유다가 제자들에게 묻는다.
너희는 어떻게 살아 있는가?
어떻게 눈을 깜빡이고 피가 순환하며 큰소리를 지를 수 있는가?
너희는 왜 살아 있는가?
“그가 죽었는데 자네들은 왜 살아 있는가? 그가 죽어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못하는데 자네들은 움직이며 쓸데없는 걸 말하고 눈을 깜박이고 있는가? 그의 뺨이 창백한데 요한 자네의 뺨이 어찌 감히 붉을 수 있는가? 그가 침묵하는데 베드로 자네가 어찌 감히 소리칠 수 있는가?”
≪가룟 유다≫, 레오니트 안드레예프 지음, 이수경 옮김, 136쪽
누구의 말인가?
가룟 유다이다. 예수의 제자였으나 그를 배신해 팔아넘겼다.
누가 죽었는가?
예수 그리스도다. 갈릴리 출신의 선지자였다.
예수와 유다는 어떻게 만났나?
요한, 베드로를 비롯한 여러 제자들과 같이 지내던 예수에게 유다가 접근했다.
유다의 겉모습은 어땠는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눈은 흰자위로 뒤덮인 죽어 있는 부분과 교활한 부분으로 양분되어 있고, 뒷머리는 마치 4등분한 것처럼 굴곡져 있다. 이런 외모는 부드러운 외모를 한 예수와는 상반된다.
유다의 성격은 어떻게 묘사되는가?
성격 역시 이중적이다. 비굴할 정도로 비위를 맞추며 굽실거리는 면과, 위대한 사색가인 양 깊은 생각에 빠져 무언가를 꿈꾸는 모습을 함께 가졌다.
예수의 제자들은 유다를 어떻게 대했나?
처음에는 그의 외모와 성격을 보고 속마음을 미심쩍어했다. 하지만 점차 유다에게 익숙해져서 아무도 그의 외모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유다는 정말 외모와 달리 선한 사람이었는가?
아니다. 가끔 그는 예수 무리의 돈을 훔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제사장에게 은화 서른 닢을 받고 예수를 팔았다.
이후 유다와 예수는 어떻게 되는가?
군중은 유다를 ‘배신자’라 부른다. 예수는 빌라도 앞에서 재판을 받고 십자가형을 당한다.
유다의 최후는 어떤가?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한 절벽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다. 사람들이 와서 시신을 수습했지만 정체를 알고는 황량한 계곡에다 갖다 버렸다.
가룟 유다에 대한 이 책의 관점은 무엇인가?
전통적이지 않다. 유다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배신자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서는 새로운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무엇이 새로운가?
겉으로 배신자처럼 보이지만 배신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작가 안드레예프는 예수의 제자 중 유다가 가장 헌신적으로 예수를 사랑했으며, 예수의 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스스로 배신자라는 치욕스러운 짐을 짊어진 것으로 묘사한다.
이 작품은 예수와 유다를 무엇이라 말하는가?
고리키와의 대화에서, 안드레예프는 예수는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고 유다는 영리하고 용감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예수는 좋은 유대인, 유다는 나쁜 유대인이라고 말들 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예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예수와 기독교, 낙관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예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안드레예프는 기독교의 낙관주의는 속속들이 혐오스러운 거짓 환상이라고 본다. 또 이렇게 말한다. “하늘 왕국은 확실히 난센스다. 내 생각에 유다는 유대인이 아니라 그리스인이다. 신을 살해하고, 치욕스러운 죽음으로 신을 격하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 작품 ≪가룟 유다≫에 대한 당대의 평가는 무엇이었나?
1905년 노동자들의 평화 행진을 진압함으로써 야기된 러시아의 1차 혁명 이후, 반동기에 만연했던 배신과 밀고의 문제는 유다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이 작품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성서를 왜곡한 작품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배신자 유다의 새로운 형상을 창조했으며 작가의 재능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출간 이후 유럽 곳곳에서 번역되어 읽혔다.
안드레예프는 어떤 작가인가?
1871년 러시아에서 측량 기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암울하고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하면서도 굴하지 않는 도도하고 당당한 인간 형상을 창조한 페시미스트였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수경이다. 건국대학교 동화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