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집
허공
1
오늘 밤 서울은
영하 15도, 끈을 놓친 새들은
바람에 날려 가고
끈을 잡은 새는 집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아직
끈을 찾아
허공에 떠 있다
2
몇 시나 됐소?
시계가 얼었어요
젊은 양반이, 너무 오래 바깥에 있었군
끈은 좀 잡힙니까?
난 눈이 얼었소
마음이 얼었겠지요
놀라지 마시오, 마음이 얼었으면 볼 장 다 본 거요
어서 몸 녹일 데를 찾아야 할 텐데
몸 녹일 데? 난 발이라도 어디 좀 붙였으면 좋겠소
3
허공에서 허공으로 떠돌다가
바람이 달려오면
바람 밑 허공으로 몰려가는
새들, 새들의
아픈 무게를 더 받지 못하는
허공 한편이 지금
서울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감태준 육필시집 사람의 집≫, 130~133쪽
오늘 밤
서울은 영하,
당신의 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