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문화연구
문화연구 특집 3. 게임을 오래 하면 어떻게 될까?
강지웅·권오태·김상우·김성윤·맹기돈·박근서·양기민·유원준·윤태진·이동연·최남도가 함께 쓴 <<게임과 문화연구>>
중독될까, 극복할까?
게임 연구는 중독 담론과 산업 담론이 주도했지만 인간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문화연구 방법이 게임을 만지면서 연구의 내용이 달라졌다. 게임이 게임을 사유하기 시작했다.
사진과 영화가 던졌던 충격은 그래도 예술과 문화의 영역에 한정됐다. 게임은 그보다 넓고 크다. 인간의 존재와 사회까지 포괄하기 때문이다. 학제적 연구 프로그램인 ‘문화연구’는 처음으로 제짝을 만난 것일 수도, 아니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일 수도 있다.
서문, <<게임과 문화연구>>, vii쪽
게임 문화연구는 무엇을 연구하는가?
게임과 문화를 연구한다. 게임 그 자체에 관한 연구이자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세계에 관한 연구다.
주요 개념은 무엇인가?
‘텍스트-수용자-맥락’이라는 얼개에서 연구가 진행된다. 매체 속성을 고려하여 전 지구화, 무국적성, 혼종성 같은 개념이 적극 동원된다. 게임 문화 현상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 <<게임과 문화연구>>는 무엇을 말하나?
문화연구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하자고 제안한다. 역사, 경제, 서사, 가상사회, 공간, 환경, 사회, 중독, 하위문화같이 게임을 이루는 다양한 층위를 통해 게임과 게임 문화를 설명한다.
문화연구 관점으로 게임을 논의하는 것인가?
그렇다. 게임은 이미 대중문화의 한복판에 있다. 영화나 텔레비전만큼 영향 있는 대중문화 장르다. 그러나 연구는 그렇지 못하다.
연구는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나?
산업 담론과 중독 담론에만 머물렀다.
산업 담론과 게임 담론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중독 담론은 게임의 효과에, 산업 담론은 이윤추구 방식에 집중한다.
게임 문화연구는 뭐가 다른가?
인간에 관한 연구다. 게임 문화연구는 게임이 다른 문화 양상과 어떻게 관계하고 어떤 문화·정치 효과를 만드는지를 탐구한다.
미디어 문화연구가 영화, 드라마, 만화를 연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가?
바로 그렇다. 게임의 표상에 침몰하지 않고 게임의 현실에 착목한다. 무엇이 그것을 만들고 어떻게 움직이며 무엇을 만들어 내는가, 그것을 통해 인간은 어떻게 변하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런 연구가 왜 이제야 등장한 것인가?
미디어 연구자들이 게임을 잘 몰랐다.
젊은 학생들은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가?
그들은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지 못했다. 다행히 지금은 젊은 게임 문화연구자들이 많이 늘었다.
해외에서는 연구가 진척되었을 것이 아닌가?
서구에서도 게임 연구의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았다.
언제부터 연구가 시작된 것인가?
2001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게임 전문 학술지가 나왔다.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컴퓨터 게임 리서치>>의 에디터는 2001년을 게임 연구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게임스터디, 게임 컬처럴 스터디, 루돌로지 같은 이름으로 게임을 문화 현상으로 접근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다.
세대 문제와 역사 문제가 원인의 모두인가?
하나 더 있다. 연구 영역 문제다. 다른 미디어와 달리 디지털 게임은 공학 영역의 문제로 인식되었다. 내용에 대한 연구도 좁은 의미의 게임 내러티브에 천착한 인문학적 관점의 연구가 게임 연구를 선점했다.
초기 게임 연구의 전경은 어떤 것이었나?
루돌로지와 내러톨로지의 논쟁으로 점철되었다.
루돌로지가 뭔가?
놀이학으로 번역되는 개념이다. 사람들이 왜 게임을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내러톨로지는 내러티브를 뜻하나?
스토리텔링 연구, 서사 연구, 내러티브 연구, 곧 문학적 전통의 연구를 말한다. 게임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를 묻는다.
둘의 차이는 뭔가?
루돌로지는 게임을 설명할 수 있는 분류와 모델을 만들고 게임의 구조, 요소, 규칙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내러톨로지는 게임 텍스트에 집중해 내러티브로서 게임을 분석한다.
결과는 성과를 만들었나?
서로 대립각만 세우며 뚜렷한 결론 없이 소멸했다.
게임 문화연구는 뭐가 나은가?
내러톨로지스트가 말하는 게임 내러티브는 중층적 구조를 갖는 게임 텍스트로 확장되어야 한다. 루돌로지스트가 강조하는 놀이문화는 다양한 차원에서 본질적 존재를 갖는 게이머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게임 문화연구의 출발점이다.
게임 텍스트와 게이머를 어떻게 연결해 연구할 것인가?
둘을 둘러싼 문화 맥락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 문화연구는 문화연구 역사가 투사하는 이론적 내용과 현실적 문제의식 그리고 미디어 문화연구의 소재적·방법론적 성격을 공유한다.
게임 문화연구의 리스크는 무엇인가?
탈이론화와 탈정치화가 아킬레스건이다.
대안은 있는가?
중독 담론이나 산업적 논리를 이겨 낼 수 있을 정도의 이론적 정치함과 학문적 내성을 길러야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윤태진이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