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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z20120917-1

국내 최초 출간 타이완 소설. <<고도>>

긴장하지 마
이 책에는 소설 다섯 편이 있다. <고도>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동명 소설 ≪고도≫를, <라만차의 기사>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베니스의 죽음>은 토마스 만의 소설이자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에서 이름을 따왔다. <헝가리의 물>은 ‘헝가리안 워터’, 곧 근대 최초의 향수에서 빌려 온 제목이다. 뭔가 벌어질 듯한 분위기지만 소설의 첫 장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봐, 긴장하지 마….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토마스 만도 나오지 않을 거고, 비스콘티도 없어. 심지어 진짜 베니스와도 상관이 없어.”

당신은?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강의하는 전남윤이다. 이 책을 옮겼다.

어떤 책인가?
타이완 여류 소설가 주톈신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소설집이다.

대표작이란?
집필 당시 30대였던 작가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긴 수작들이다. 1997년 ≪중국시보(中國時報, Chinese Times)≫에서 10대 소설에 선정되었고 ≪연합신문(聯合報)≫ 최우수 도서상을 받았다. 홍콩 시사 주간지 ≪아주주간(亞洲周刊)≫은 20세기 중국 100대 소설로 꼽았다.

주톈신은?
1958년 3월 12일 타이완 펑산(鳳山)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주시닝(朱西寧)은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어머니 류모샤(劉慕沙)는 번역가다. 언니 주톈원(朱天文) 역시 작가이자 허우샤오셴(侯孝賢)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다.

작가 활동은?
15세에 최초 작품 <량샤오치의 하루(梁小琪的一天)>가 ≪중화일보부간(中華日報副刊)≫에 실렸다. ≪산산서간(三三書刊)≫의 편집장도 맡았고 현재는 작가 활동에 전념한다.

작품은?
초기 작품은 청춘 소설이다. 그러다가 ≪내가 기억하기에…(我記得…)≫(1987) 이후 독특한 역사관과 시간관을 드러내는 개성 넘치는 소설을 발표했다. 전후 타이완 사회를 묘사했다.

어떤 내용인가?
중국 본토 출신(외성인)인 아버지와 타이완 출신(본성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외성인 2세대’ 여성 작가다. 기억과 역사, 그리고 자신과 같은 집단의 심경을 대변하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묻는 작품들을 내놓았다.

아이덴티티 문제는?
끊임없이 열강의 침입을 받았고 식민 지배가 종식되기가 무섭게, 같은 동족에게까지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수난의 세월을 겪어야 했던 타이완 토박이, 즉 본성인(本省人)이 대륙에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에 대해 갖는 배신과 증오 감정은 필연이었다. 이처럼 과거 타이완은 복잡한 역사와 아이덴티티를 가졌기 때문에 정치가 변할 때마다 과거의 기억을 몰살하는 것으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갔다.

주톈신의 아이덴티티 문제는?
외성인 2세라는 복잡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외성인의 폭압에 못 이겨 민주화 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외성인은 떠나라!”라는 말을 숱하게 듣는다 해도 외성인 2세는 돌아갈 곳이 없다. 그들 역시 다른 타이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타이완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성인도 본성인도 되지 못하는 이들은 자국에서도 철저한 이방인이다. 아이덴티티에 대한 고민은 평생 그를 따라다닌다.

이 책의 메시지는?
근현대의 타이완은 억압과 피지배, 독재의 반복이었다. 개인의 기억이 말살되고 새로운 지배자의 역사가 쓰이는 과정이 되풀이한다. 작가는 그런 것들을 일종의 폭력으로 간주하고, 개인의 기억이 깃들어 있는 주변의 것들이 사라져 가는 현실을 통탄한다.

작품의 낯설음은?
기승전결의 뚜렷한 전개도 없고,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주인공의 이미지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고 이름조차도 제대로 알려 주지 않는다. 심지어 <고도>에서 작중 화자가 회상하는 추억조차도 ‘나’의 추억이 아닌 ‘너’의 추억이다.

독법은?
작중인물과 묘한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고도>에 나오는 여행안내 책자처럼 작가가 영리하게 배치해 놓은 동선을 따라가야 비로소 전체의 그림을 볼 수 있게 된다.

왜 이렇게 쓰는가?
왜 이렇게 썼는지에 대해 콕 집어 설명하기는 힘들다. 개인의 경험과 그것이 깃든 것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기는 힘들다. 적당히 거리 두기를 하며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기억이 어떻게 말살되는지 살피려고 한 것 같다.

제목이 독특하다.
고금의 여러 문학작품을 비롯하여 역사서, 영화, 팝송, 오리지널사운드트랙까지 다양한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들여와 작품을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하면서 독자의 상상 폭을 확대한다.

이 작품 선택하고 번역한 이유는?
이 책은 출판계와 학계, 타이완과 미국에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독자에게 주톈신의 섬세한 필치와 예민한 감성을 소개하고 싶었다.

고도
가령 예전에는 죽어도 타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신교통 시스템인 모노레일을 탄다고 가정해 보자. 열차는 빌딩의 3층 높이에서 달리기 때문에 온갖 흉물스런 5층 높이의 낡은 아파트는 그 자리에서 대부분 깎여 나가 버리고, 어느새 단층집을 짓고 살던 시대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다. 그러면 한층 시야가 넓어져 하늘은 생각보다 더 멀고 아득하게 펼쳐진다. 너는 정말 오랜만에 이곳이 원래 해양 국가라는 사실을 생각해 내고는, 저 하늘의 끝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을 바다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가끔 열차는 분지 주변의 구릉 지대를 가로질러 갈 때도 있다. 그때 만약 운 좋게 그 아래쪽의 폐기물 처리장과 어지러이 널린 무덤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로지 햇살 아래 거풋거리고 있는 상사나무 숲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 풍경은 어느새 너에게 깊은 가을 올리브나무가 무성한 지중해의 어느 작은 섬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이따금 열차가 모 역에 멈춰 설 때면, 일찍이 권세를 잃고도 여전히 그곳을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어느 고관의 대저택을 스쳐 지나갈 때도 있다. 그곳에서 재주껏 적도의 열대우림 같은 무성한 코끼리사과 덤불을 시야에서 지우면, 바다 빛깔의 하늘을 더 돋보이게 하는 오가사와라 제도 소나무가, 틀림없이 누구나 한 번쯤은 간직하고 있을 어린 시절 진산 해변에서의 캠프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게 해 줄 것이다. 그렇지만 십여 층 높이의 호텔은 여전히 하늘을 가리고 너의 시야를 방해한다. 하늘빛이 음울한 날, 열차가 한층 더 무채색으로 보이는 빌딩과 낮은 불법 판자촌 사이를 따라 달려갈 때면, 네 마음 깊은 곳은 물론이고 아마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짧은 트럼펫 멜로디가 울려 퍼질 것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 <애니 홀>에서 자신의 유년 시절 고가 다리 아래에 살았을 때를 회상하는 장면에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왔던 <슬리핑 라군(Sleeping Lagoon)>의 그 트럼펫 소리 말이다. 그러고 보니 노래의 분위기와 가사가 아주 상반된 느낌이 든다. “적도의 달, 깊이 잠든 산호초, 그리고 너….” 이상하다, 어째서 열대 섬을 묘사한 노래가 쓰인 걸까?
그렇지만 그런 경험은 점점 더 희귀한 것이 되어 갔다. 평상시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정도의 동선만 제외하고는, 너는 잘 돌아다니려 하지 않게 되었다. 백 년 된 중양목으로 가득했던 숲이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나, 일 년 내내 참새와 동박새로 가득했던 30척 높이의 고목이 하루아침에 보이지 않게 되었던 것 같은 일과 마주하게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커다란 광고판이 세워지고 한 평에 60만 위안 이상 하는 호화 주택이 팔리기 시작했으며, 바로 그 맞은편 진화 거리 243번지에 늘어서 있던 50년 이상 된 유칼립투스들은 이 섬을 사랑하고 이 도시를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시장 어른에 의해 죄다 베어졌으며, 또 정말 얄궂게도 그 자리에 작은 나무로 가득한 동네 소공원이 들어섰다.
너는 다시는 이런 낯선 거리와 골목길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네가 갈 만한 길은 점점 줄어들었다.

<<고도>>, 주톈신 지음, 전남윤 옮김, 281~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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