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규 평론선집
2666호 | 2015년 7월 3일 발행
죽음보다 깊은 삶, 고석규의 여백
한국문학평론선집 출간 특집 5. 다시 살아난 평론가 고석규
남송우가 엮은 ≪고석규 평론선집≫
죽음보다 깊은 삶
전쟁에서 남들처럼 죽지 않으면?
삶보다 죽음이 더 익숙해지면?
그러고 나서도 살아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지금에 없는 것을 보는 것, 일찍이 없었던 것을 아는 것, 장차 있을 것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전쟁보다 이 여백의 지배를 사실 불가피하였던 것입니다. 진실로 진실로 하늘에 대한 우리들의 전망이란 무엇이겠습니까. 남과 같이 피살되지 않은 경우가 어찌하여 나에겐 그다지 신랄한 것이였던지. 죽음보다 더 어려운 목숨의 체험이란….
<여백의 존재성>, ≪고석규 평론선집≫, 고석규 지음, 남송우 엮음, 8쪽
피살되지 않은 나의 사유는 어디를 향하는가?
인간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고석규의 대답은?
여백의 존재성이다.
여백의 존재성이란?
‘지금에 없는 것을 보는 것, 일찍이 없었던 것을 아는 것, 장차 있을 것을 만드는 것’이다.
무에 대한 유, 죽음에 대한 생명의 투쟁인가?
전쟁으로 모든 것이 사라지고 허물어진 폐허를 경험하며 그곳에서 새로운 존재를 발견하려는 강렬한 열정이다.
여백의 논리, 출발점은?
죽음에 버금가는 생존의 체험에서 비롯된다. 함경남도에서 태어난 고석규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자원입대했으나 부상으로 먼저 월남했다. 전장에서 경험했던 죽음과 극한의 실존 상황이 여백의 존재성으로 승화된 것이다.
<여백의 존재성>은 어떤 글인가?
고석규 비평의 토대다. ‘L에게’라는 편지글 형식을 차용해 릴케의 예술론에 다가서려는 힘든 몸짓이다.
여백과 릴케는 어떤 관계인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기 위해서는 영혼의 창이 필요하다. 그곳에 먼저 릴케가 있었다.
릴케의 여백은 어떤 모습이었나?
그는 로댕의 조각을 연구하며 영혼의 창을 마련했다. 결과가 ≪로댕론≫이다. 이 책에서 로댕의 조각을 ‘소리 없는 소리’라고 썼다.
‘소리 없는 소리’를 통해 고석규는 어디로 가는가?
없는 것에서 있는 것으로 나아간다. 릴케에게는 상징된 미의 창조였던 여백이 그에게 와서는 실존의 부재를 통한 존재 확인으로 바뀌었다.
존재 확인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노자가 말한 시지불견(視之不見), 곧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에 닿는다. 그곳에서 무명(無明)이란 결국 유(有)의 체계이며 의미의 체계임을 확인했다.
고석규는 어떤 글을 썼는가?
1952년 부산대학 국문과에 적을 두면서 공식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 창작에 몰두했지만 갈수록 시 비평 쪽으로 관심이 기울어졌다. 1950년대의 현실에서 시 장르가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극복의 가능성으로 비평을 모색한 것이다. 26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면서 평단에서는 잊힌 존재가 되었다.
어떻게 부활했는가?
1990년대에 고석규의 유고 평론집 ≪여백의 존재성≫이 출간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996년에는 그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고석규비평문학상이 제정되었다.
국면 전환의 모멘텀은?
김윤식 교수가 논문을 여섯 편이나 썼다. 고석규의 면모를 총체화했고, 1950년대 한국 문학평론사에서 고석규의 위상을 회복시켰다.
이 책은 어떤 글을 선별해 엮었는가?
고석규의 예술론 모색의 일환인 <여백의 존재성>과 <지평선의 전달>, 예술론에서 논의한 이론을 바탕으로 이육사, 윤동주, 소월, 이상을 다룬 실제 비평인 <시인의 역설>과 <윤동주의 정신적 소묘>, 시의 본질을 천착한 <현대시와 비유>를 실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남송우다.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한국문학평론선집 목록
고석규 평론선집, 남송우 엮음 신동욱 평론선집, 김용희 해설
권영민 평론선집, 김종욱 해설 안 막 평론선집, 문경연 엮음
권택영 평론선집, 김 석 해설 안함광 평론선집, 이성천 엮음
김기림 평론선집, 김유중 엮음 양주동 평론선집, 방인석 엮음
김기진 평론선집, 오태호 엮음 이광수 평론선집, 임정연 엮음
김남천 평론선집, 남승원 엮음 이숭원 평론선집, 유성호 해설
김동리 평론선집, 정호웅 엮음 이승훈 평론선집, 이재복 해설
김동인 평론선집, 양진오 엮음 이원조 평론선집, 이 훈 엮음
김붕구 평론선집, 장성규 엮음 이헌구 평론선집, 차선일 엮음
김성곤 평론선집, 변지연 해설 임헌영 평론선집, 오창은 해설
김 억 평론선집, 김진희 엮음 임 화 평론선집, 이형권 엮음
김열규 평론선집, 오윤호 엮음 정태용 평론선집, 김유중 엮음
김용직 평론선집, 문혜원 해설 조남현 평론선집, 김학균 해설
김우창 평론선집, 이재복 엮음 조동일 평론선집, 하상일 해설
김윤식 평론선집, 윤대석 엮음 조연현 평론선집, 서경석 엮음
김인환 평론선집, 오형엽 해설 채광석 평론선집, 고명철 엮음
김재홍 평론선집, 고봉준 해설 최남선 평론선집, 문흥술 엮음/김학중 해설
김종회 평론선집, 김문주 해설 최동호 평론선집, 이상숙 해설
김준오 평론선집, 고현철 엮음 최유찬 평론선집, 오문석 해설
김지하 평론선집, 홍용희 엮음 최일수 평론선집, 하상일 엮음
김치수 평론선집, 심은진 엮음 최재서 평론선집, 이경수 엮음
김환태 평론선집, 오형엽 엮음 한설야 평론선집, 이경재 엮음
김흥규 평론선집, 고인환 해설 한 효 평론선집, 오태호 엮음
박영희 평론선집, 허혜정 엮음 현 철 평론선집, 백지연 엮음
백 철 평론선집, 이승하 엮음 홍기삼 평론선집, 김춘식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