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프랑스 현대 소설, 마르그리트 뒤라스 신간 <<고통(La Douleur)>>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수치
그것은 문학이다. 현대에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가운데 하나가 되었지만 그녀는 문학의 바닥에 무엇이 있는가를 본다. ‘사고와 감정의 놀라운 혼돈’은 그 현실성 때문에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문학의 내용이다. 인간은 왜 이럴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문학뿐이다.
내가 그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고 매일 그녀는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날, 나는 지네타에게 언젠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벌써 그의 귀환에 대해 조금 썼다고. 이 사랑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다고. 그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나는 이 남자, 로베르 L을 더 잘 알게 되었으며 나는 그를, 그 자체를, 세상의 그 누구도 아닌 그를 이루고 있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다고. 세상에 살면서 그에게 주어진 수용소 시절 동안 그를 지킨 특별한 축복에 대해 그에게 이야기했다고. 지성, 사랑, 독서, 정치,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나날들, 그에겐 개인적인 것이지만 모든 사람의 절망이라는 동등한 무게로 이루어진 이 축복에 대해.
≪고통≫,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유효숙 옮김, 103쪽
어느 대목인가?
이 단편집의 첫 작품인 <고통>에서 뽑았다. 남편 로베르 L이 기적처럼 생환한다. 하지만 뒤라스를 기다리는 것은 극도로 쇠약해진 그가 죽음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간병하는 것뿐이었다.
<<고통>>은 어떤 책인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서전이자 레지스탕스 문학이다. <고통>과 함께 <이 글에서 피에르 라비에라는 가명으로 불리는 X씨>, <카피탈 카페의 알베르>, <친독 민병대원 테르>, <꺾어진 쐐기풀>, <파리의 오렐리아>가 실렸다.
그녀가 <<연인>>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한 것이 1984년인가?
그날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고통>>은 어떤 작품인가?
나치 포로수용소에 정치 유형수로 끌려간 남편 로베르 앙텔므를 기다리는 동안 쓴 일기문이다. 희망과 절망의 교차, 기다림 등을 ‘고통’이라는 제목 아래 진솔하고 간결한 문체로 표현했다.
<<고통>>은 작가에게 어느 정도의 고통이었나?
40여 년 후 이 원고를 다시 대하면서 “건드릴 생각조차 못했던 사고와 감정의 놀라운 혼돈과 마주치게 된 것이다. 이런 사고, 감정과 견주어 볼 때 문학이란 내게 수치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자신의 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그 순간 자체가 <고통>이었다고 고백한다.
<<고통>> 이후 뒤라스는 무엇이 되는가?
남편이 살아난 뒤 그녀는 그와 이혼하고, D로 지칭되는 디오니스 마스콜로의 아들 장을 낳는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일하던 그와도 몇 년 후 결별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녀의 평생의 친구로 남는다.
이 글에 등장하는 프랑수아 모를랑은 누구인가?
프랑수아 미테랑이다. 레지스탕스 시절 그는 뒤라스 부부와 깊이 연관되었고 두 사람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글에서 라비에라 불리는 X씨>>는 어떤 이야기인가?
남편이 체포된 뒤 한 게슈타포와 만났던 일을 이야기한다. 단편소설의 형식을 차용하지만 앙텔므를 체포했던 게슈타포인 샤를르 뒤발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 듯하다.
남편을 구하기 위해 그녀가 정부 관계를 맺었던 뒤발인가?
레지스탕스 활동과는 모순되게 이 시기 게슈타포나 친독 성향의 작가들과 가까이했던 뒤라스의 전적은 그녀 사후 논란이 된다. 뒤라스는 남편이 강제 포로수용소에 있는 동안 남편을 구하기 위해 뒤발의 정부가 되었다.
<<카피탈 카페의 알베르>>와 <<친독 민병대원 테르>>은 전쟁 후 이야기 아닌가?
나치의 패전 직후 나치 독일에 협력한 프랑스인들을 단죄하는 이야기다. 이 글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테레즈’라는 가명으로 뒤라스는 자신을 이야기한다.
상황의 급반전인데 뒤라스는 무엇을 보았나?
예전에 레지스탕스 대원들은 게슈타포에게 쫓기고 감시받고 체포되어서는 고문을 받거나 포로수용소로 보내졌다. 하지만 이제 나치에 협력했던 친독 민병대원들을 취조하고 고문한다. 해방과 함께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바뀐 것이다. 나치 패망 직후 해방을 맞은 당시 프랑스의 분위기를 레지스탕스 대원들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이 책과 뒤라스를 언제 만나게 되었는가?
프랑스에 유학하던 시절 뒤라스 작품 전체를 다 읽었다. 그녀를 좋아했다. 귀국해서 1997년 한 출판사의 제의로 이 책을 번역해 출간했으나 곧 절판되었다. 이번에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제의로 전체 번역 원고를 수정하고, 해설을 증보해 새롭게 펴내게 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유효숙이다. 우석대 연극영화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