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한 리더십, 희곡 주인공에게 듣는다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고전에는 다양한 리더십이 나타납니다. 어떤 리더는 현대에도 모범으로 삼을 만한 이상적인 통치력을 보여 주고, 어떤 리더는 위기를 수습하며 백성의 존경을 한몸에 받다가 비참한 마지막을 맞습니다. 혼란과 불안이 만연한 시대에는 포퓰리즘으로 민심을 사로잡는 사이비 리더십이 극성을 부립니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리더의 자질을 평가할 안목과 혜안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습니다. 희곡 주인공에게서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카리스마 리더십, ≪헨리 5세≫
영국이 가장 사랑하는 왕 ‘헨리 5세’를, 영국이 자랑하는 작가 셰익스피어가 재현해 냈습니다. ≪헨리 4세≫의 방탕한 철부지 왕자 ‘핼’은 ≪헨리 5세≫에서 위엄을 갖춘 현명한 통치자로 성장해 있습니다. 자신을 얕보던 프랑스에 대적해 전쟁을 치르면서도 적국에 대한 약탈을 금지하는 이상적이고 공정한 군주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전세가 불리해졌을 때 그의 리더십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당당함을 잃지 않고 지친 병사들을 독려하며 명예심을 자극한 헨리 5세의 연설은 후대에도 널리 인용되는 명문입니다. 결국 아쟁쿠르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프랑스 왕국에 입성해 자신의 요구 조건을 관철해 낸 헨리 5세는 지금까지도 영국 국민들 마음속에 최고의 군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종환 옮김 왕국을 위해 모든 걸 바친 헌신의 리더십, ≪영국 왕 엘리자베스≫
1601년 사순절의 첫날인 재의 수요일 전날 밤, <헛소동> 공연을 마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체임벌린 극단의 초라한 숙소에 뜻밖의 방문객 엘리자베스 1세가 나타납니다. 연인이었던 에식스 백작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직후입니다. 이날 밤, 예리한 재치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배우와 젊은 극작가 셰익스피어, 고뇌가 깊은 여왕은 밤새 삶과 정체성, 성 그리고 사랑을 놓고 격렬하게 논쟁합니다. 엘리자베스 1세는 위엄을 가진 강력한 군주여야 했기에 자기 손으로 연인을 처형해야만 하는 고통스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논쟁 속에서 여왕은 점차 자기 안에 가둬 왔던 여성성과 인간성을 마주하지만 마지막 선택은 결국 영국이었습니다. 영국을 위해 여성이기를 포기하고 더욱 강력한 군주가 되기로 결심한 여왕은 번뇌를 끝내고 연인의 사형 집행을 단행합니다. 토머스 핀들리 지음, 오경숙 옮김 파멸을 자초한 불통의 리더십, ≪오이디푸스 왕≫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테베의 왕이 됩니다. 시민들은 스핑크스의 위협에서 테베를 구한 오이디푸스를 열렬히 지지하며 따릅니다. 하지만 곧 도시에 역병이 돌고 신의 저주가 내렸다는 소문이 퍼집니다. 테베 시민들은 오이디푸스가 다시 한번 테베를 구하리라 믿습니다. 오이디푸스 역시 그런 믿음에 부응하듯 테베 시민들 앞에서 “반드시 재앙을 물리치겠다”고 공포한 뒤 신탁에 따라 선대왕 라이오스의 죽음에 얽힌 비밀에 성큼성큼 다가갑니다. 주변의 만류와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향해 앞으로만 나아간 결과는 끔찍했습니다. 친부 살해와 근친상간의 죄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왕의 위엄은 바닥에 떨어집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주어진 운명에 맞서 투쟁하는 숭고한 영웅 오이디푸스를 통해 지혜와 위로를 전하는 고전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오이디푸스에게서 오만과 불통으로 파멸을 자초한 실패한 리더의 전형을 봅니다. 소포클레스 지음, 김종환 옮김 혼란을 틈타 등장하는 사이비 리더십, ≪참칭자 드미트리≫
역사적으로 참칭은 거짓 왕이나 거짓 정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참칭을 순전히 러시아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다른 어느 국가보다 러시아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참칭 문제를 간과하고 러시아 역사를 기술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푸시킨, 고골을 비롯한 러시아 문학가들이 러시아의 참칭 황제를 소재로 작품을 썼습니다. 수마로코프가 소재로 삼은 것은 러시아 참칭을 대표하는 수도사 오트레피예프입니다. 그는 자신을 죽은 드미트리라고 주장하며 러시아 황궁에 입성해 폭정을 일삼습니다. 그가 가짜라는 소문이 퍼지고 민중 봉기가 일어나 측근들까지 반란에 가담하면서 참칭자 드미트리는 몰락합니다. 그 외에도 러시아 역사에는 무려 열네 명의 참칭 황제가 있었습니다. 사이비 리더십은 불안과 혼란의 시대에 “진짜 군주”의 존재를 믿고 싶어 하는 백성의 열망을 먹고 자라나 결국 백성의 삶을 망가트렸습니다. 알렉산드르 수마로코프 지음, 조주관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