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합의의 분석
사상, 법률 정치 신간 <<국민 합의의 분석>>
민주주의의 가격
이번 미국의 대통령과 의회 선거에 정치권이 사용한 비용은 6조 3162억 원으로 예측된다. 대한민국 정부가 2012년 대선을 치르기 위해 책정한 예산은 2363억 원이다. 19세 이상 유권자 4052만 8052명의 투ㆍ개표에 필요한 돈이다. 후보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돈이 559억 원이므로 대통령 뽑는 데 최소 4000억 원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진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이 상실하게 되는 권리다. 문제는 복잡하다.
≪국민 합의의 분석≫이라는 책은?
바람직한 헌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묻는 책이다. 의사 결정 규칙을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의식인가?
이 책의 553쪽을 보자.
사람들(몇몇 사람들이건 혹은 모든 사람들이건)에게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는 어떠한 사회 조직도 인간에 의한 인간의, 그리고 집단에 의한 집단의 착취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우리의 구성은 우리가 이 점을 아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대안적인 제도들 가운데서의 관련 선택은 더불어 사는 비용을 효과적으로 극소화해 주는(편익을 극대화해 주는) 집합을 선택하는 것으로 환원된다. 시장 조직으로부터 정치적 조직으로의 전환은 특정 개인들과 집단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외부 비용을 부과하는 기회를 어떤 식으로도 제거하지 않는다.
주요 개념은?
책 전체에 걸쳐 일관성 있게 언급되는 개념은 외부 비용과 의사 결정 비용이다. 헌법적 선택과 운영적 선택, 로그롤링도 중요하게 다룬다.
외부 비용과 의사 결정 비용이 무엇인가?
민주주의 의사 결정 규칙의 사용에 드는 비용이다.
예를 들면?
과반수 투표를 이야기해 보자. 이때 한 개인이 소수파에 속할 가능성으로 말미암아 입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피해가 외부 비용이다. 과반수 연합을 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협상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의사 결정 비용이다.
의사 결정에 동의해야 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외부 비용이 적어지는가?
그렇다. 과반수 규칙일 때보다 만장일치 규칙일 때 외부 비용이 적다.
의사 결정 비용도 마찬가진가?
반대다. 만장일치 규칙일 때보다 과반수 규칙일 때 의사 결정 비용이 적다.
어떤 규칙이 최선인가?
문제에 따라 최적의 규칙은 달라진다. 두 비용의 합인 사회적 상호 의존 비용이 최소가 되는 의사 결정 규칙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반수 규칙이 정답이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다. 무조건 과반수 규칙을 적용하려 드는 것은 잘못이다.
뭣이 잘못인가?
과반수 규칙이란 이해가 다양한 정치 체제에서 광범위한 합의를 얻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의사 결정 규칙일 뿐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최적 대안은?
많은 정치적 문제에서 만장일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의사 결정 규칙, 곧 보강된 다수결 규칙이 단순 과반수 규칙보다 더 바람직하다.
보강된 다수결 규칙이라니?
3분의 2결과 같은 것이다. 양원제를 사용하면 각 원에서 단순 과반수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종합적으로는 단원제에서 보강된 다수결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의사 결정 규칙과 바람직한 헌법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의사 결정 규칙들이 적정하다면 그러한 의사 결정 규칙들을 담은 헌법에 대해 국민은 개념적 만장일치를 나타낸다. 만약 그렇지 못하거나 처음에는 합의를 보였던 헌법에 차후 이견을 보이게 되면, 헌법 개정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적정한 헌법 개정 규칙을 정하는 것도 헌법적 선택의 문제다.
제임스 뷰캐넌과 고든 털럭은 어떻게 의기투합했는가?
고든 털럭이 1958년 가을 버지니아 대학교 토머스 제퍼슨 정치경제연구소에 1년간 박사후 특별 연구원으로 가게 되었다. 거기서 그 연구소의 이사장인 제임스 뷰캐넌과 유대를 형성했다. 그때 같이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이 책의 바탕이 되었던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1959년 9월 같이 책을 쓰기로 최종 결정을 했다. 사실상 1959년부터 1960년까지 책의 대부분을 썼다.
당신은 누구인가?
경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황수연이다. 공공선택론을 공부하는 학도다.
공공선택론이란?
정치 현상에 경제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가?
대학과 대학원에 다닐 때 어느 학문이나 이론에도 별로 만족하지 못했다. 그러다 공공선택론을 만난 뒤 푹 빠져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방황하지 않는다. 읽고 생각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고든 털럭을 알고 있는가?
세 차례의 교환 교수 시절 학문적으로 많은 도움을 얻었다. 1991년 풀브라이트 교환 교수로 선발되었을 때였다. 당시 한미교육위원단이 방문하고 싶은 학자를 알려 달라기에 고든 털럭 교수를 1순위로 적어 냈다. 워낙 유명한 학자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가 기꺼이 환영한다는 편지와 함께 나를 애리조나 대학교로 초청해 주었다.
이 책을 예전에 번역하지 않았나?
1999년 시공사에서 동아대 전상경 교수와 공역으로 출판했다. 전 교수는 영어 실력은 물론이고 공공선택론 분야에 대한 지식도 뛰어났기 때문에 내가 큰 외부 편익을 얻었다. 그러나 그 책은 절판이 되었다.
이번에는 왜 혼자서 번역했는가?
처음 공역을 했을 때 나와 전 교수 사이에 번역 방식 및 내용과 관련한 이견이 있었다. 그리고 전 교수가 공공선택론에서 한중일 비교 재정 연구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해서 혼자 번역하게 되었다.
이 책은 고전의 자격이 있는가?
공공선택론의 최고의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선택 운동이 태동하는 계기가 될 정도로 근본적인 아이디어를 담은 책이다.
학계 평가는?
경제학계에서는 헌법적 정치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학생들의 필독서가 되고 있다. 반면 정치학계에서는 기대만큼 널리 수용되지 못하는 것 같다. 정치학은 주로 기존 규칙 아래서 운영적 결정 연구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이 책의 유효성은?
포퓰리즘이 기승이다.
왜 포퓰리즘이 기승을 떨까?
정치가와 유권자가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모르고 과반수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시장이 할 일과 정부가 할 일을 밝히는 기준을 알 수 있다. 과반수 민주주의는 큰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번역이 쉽지 않았겠다.
원문의 문장이 길 때 번역 문장에서 우리말 수식 관계가 복잡해진다. 독자가 읽기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난감했다. 책 내용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