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독립문’은 한글 표기와 달리 실제 발음에서는 ‘동님문’으로 소리 난다. 이때 독립문을 문자대로 표기하면 ‘Dokripmun’이 된다. 그러나 소리의 변화를 인정하면 ‘Dongnimmum’으로 적어야 한다. 이 두 원칙 사이의 논쟁은 한글 표기 원칙의 변화와 이에 따른 로마자표기법의 잦은 개정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
‘로마자표기의 목적과 원리’,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15쪽.
로마자표기법이 뭔가?
로마자를 일상언어로 사용하지 않는 언어권에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로마자로 자신의 언어를 표기하는 규범이다.
특별한 목적이란?
글로벌 시대에는 자국 언어나 문자만으로 세계인과 소통하기 어렵다. 기본 소통을 위해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표기문자가 필요하다.
어떻게 적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문자대로 적거나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문자대로 표기하면 어떻게 되나?
표기자의 입장에서 편리하고 전산화가 쉽다.
소리대로 표기하면 어떻게 되나?
수용자 입장에서 유리하다.
선택의 기준이 있나?
사회적 합의가 있을 뿐이다. 옳다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
한국은 어떻게 표기하나?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전사법이다.
왜 전사법을 택했나?
외국인에게 한국어 음성체계에 가장 근접한 발음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문자보다는 음성 소통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소리로 적으면 어떤 강점이 있나?
문자로 표기하면 우리말의 다양한 소리 변화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현행 표기법은 소리 변화 인정 원칙을 적용한다.
소리로 적어서 문제가 되는 예는?
‘박민호’라는 이름을 부르면 ‘방민호’ 또는 ‘방미노’가 된다. 이름 변화는 개인 정체성 훼손이라고 보기 때문에 인명은 소리와 관계없이 글자대로 적는다.
예외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바람직하지 않다. 예외가 많은 규정은 규정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규정은 얼마나 견고한가?
어느 쪽이 절대적이고 완벽할 수는 없다. 장단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유사하다. 시대와 사회의 인식 변화에 따라 표기 원칙이 다소 바뀌어 왔다.
어떻게 변했나?
표기법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네 번 제정·개정되었다. 1959년 표기법만 전자법을 원칙으로 했다. 나머지는 모두 전사법, 소리 위주의 원칙을 채택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중국과 일본은 특이하게 일단 정해진 표기법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로마자표기법은 절대적으로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 나라 사정이 왜 다른가?
모두 외국인이 처음 표기법을 만들었다. 우리는 잦은 개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중국과 일본은 불편한 부분이나 이론적으로 적절치 못한 점도 꾸준히 홍보하고 계몽하여 자리를 잡았다.
나라마다 로마자표기를 지지하는 이유는 뭔가?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문자 가운데 로마자보다 사용 빈도가 높은 문자는 없다. 현재 로마자가 가장 좋은 표기 수단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영어는 어떤가?
로마자냐 영어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매우 중요한 논쟁거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로마자 인식이 부족하다. 로마자를 영어로 인식한다. 로마자가 아닌 영어 표기 전환은 검토해 볼 만하다.
표기법을 바꾸는 데 위험은 없나?
로마자를 사용하는 국가들과 관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 책,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은 무엇을 다루나?
국어의 로마자표기 개설서다. 로마자의 정의, 표기 목적, 원칙, 우리나라 표기 변천사를 알 수 있다. 인명·지명·도로명의 표기, 번역 문제, 남북의 로마자표기법 같은 현실적 문제도 다룬다. 독자는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확한 표기를 통해 한국 문화의 세계화라는 공통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세계화와 로마자표기법의 관계는 무엇인가?
글로벌 시대 외국과 소통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뤄진다. 외국에서 문화 정보를 입수하거나 외국으로 내보내기다. 전자의 언어적 역할은 번역이나 통역이고 후자는 로마자표기다. 한국어의 국제적 사용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다.
한국어와 국제 사용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표기 원칙이 없다면 대외적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데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혼란의 예를 들 수 있나?
문학작품의 작가 이름 표기가 아주 다양하다. 소설가 이문열은 Lee Mun-yol, Yi Munyol, Yi Munyŏl, Yi Munyôl, Yi Mun-Yol, Yi Mun-yol로 쓰인다.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현재 표기법이 불완전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그러나 규정이 없는 것보다는 불완전한 규범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낫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경일이다. 건양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다.
2744호 | 2015년 9월 15일 발행
로마자표기법의 특별한 목적
정경일이 쓴 ≪국어의 로마자표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