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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7호 | 2015년 7월 10일 발행
오경숙이 안내하는 그리스 비극의 세계
오경숙이 옮긴 존 바턴(John Barton)·케네스 카벤더(Kenneth Cavander)의 ≪그리스 비극(THE GREEKS)≫

신들도 미쳐 버린 불화의 사과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던져진 사과 한 알이 세 여신을 질투의 화염으로 안내한다.
전쟁이 시작되고 10년 동안 계속된다.
수없는 인간이 죽고 난 뒤 사람들은 깨닫는다.
여인은 가짜였고 전쟁은 진짜였다.

미리네: 옛날에,
펠레우스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는 바다 요정 테티스를
바닷가 동굴 안에서 사로잡았어.
인간과 신들이 모두
결혼식에 참석했어.
모든 신들이 그곳에 왔지,
사람들이 말하기를
모든 인간이, 신들과 인간이,
축제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건 그게 마지막이었대.
맞아, 신들을 이 땅 위에서 볼 수 있었던
위대한, 잊을 수 없는,
마지막 시간이었지.
코러스: −하지만 불화의 여신은 제외되었어.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지만
그녀 역시 참석했지.
−내 생각엔, 오늘날
우리 인간들이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신은 바로 그 불화의 여신이야.

≪그리스 비극≫ 존 바턴·케네스 카벤더 지음, 오경숙 옮김, 473쪽

초대받지 못한 참석자가 남기고 간 것은?
황금 사과를 던지고 가 버린다. 황금 사과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세 여신, 곧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가 사과를 차지하기 위해 격렬하게 다툰다. 불화가 시작된다.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다.

사과의 주인은?
아프로디테다.

어떻게?
세 여신은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를 말해 줄 용기 있는 남자를 찾는다. 파리스다. 헤라는 자신을 선택하면 재물과 권력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아테네는 지혜를,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인을 약속한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인이 누구인가?
헬레네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부인이었다. 파리스는 헬레네를 데리고 트로이로 달아난다.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트로이 전쟁인가?
헬레네가 납치되자 과거 그녀의 구혼자들이 동맹군을 결성한다. 트로이는 스파르타와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아내를 잃은 메넬라오스와 그의 형 아가멤논 외에도 여신 테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와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그리스 동맹군으로 참전한다.

전쟁은 언제 끝나나?
10년 만에 그리스군의 승리로 끝난다. 오디세우스의 ‘트로이 목마’ 전략이 승패를 결정지었다. 그리스군은 트로이 여인들을 포로로 잡아 고향으로 향한다.

헬레네는?
긴 전쟁으로 고통받은 그리스와 트로이의 여인들은 모두 헬레네를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전이 시작된다.

어떤 반전인가?
파리스와 함께 달아난 여인이 헬레네의 환영, 곧 가짜 헬레네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진짜 헬레네는 이집트에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헤라가 진짜 헬레네를 데려가고 대신 그녀의 환영을 남겨 두었다. 아프로디테와 파리스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헬레네는 가짜였지만 전쟁은 진짜였다. 한 그리스 군인이 진실을 알고 한탄한다. “전쟁은 진짜였고 살상도 마찬가지였어요. 신들이 잔혹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건 죄악입니다, 미쳤어요.”

≪그리스 비극≫은 어떤 작품인가?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들과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엮어 각색한 작품이다. 존 바턴이 번역가 케네스 카벤더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 작품 전체를 공연하는 데 9시간이 걸리는 대작이다.

존 바턴은 누구인가?
1927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1960년에 피터 홀과 함께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를 창단했고, 현재는 이 극단 자문 연출가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각색과 연출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 준다. 아킬레우스나 아가멤논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에게 고대 신화를 들려주는 작업에 관심을 쏟아 왔다. ≪그리스 비극≫이 그 결과다.

그리스 비극이 전하는 메시지는?
죄와 복수, 화해, 무죄와 결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인간이 고통을 체험하면서 겪는 인식 변화를 보여 준다. 폭력과 전쟁을 통해 이룬 문명은 결국 그로 인해 파멸할 운명이라고 말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오경숙이다. 우석대학교 공연예술뮤지컬학과 교수이며 연극집단 뮈토스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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