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억압은 따로따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계급, 나이 등 정체성을 구성하고 규율하는 지배 체계들이 얽히고설켜 우리를 옥죄는 거대한 그물을 형성합니다. 이 그물을 찢고 나 자신을 온전하게 재정의하려면 그만큼 다양한 관점과 사유가 필요합니다. 페미니즘은 이러한 필요를 기민하게 포착하고 발 빠르게 대응해 왔습니다. 철학, 문학, 사회사상 그리고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짚고 참신한 대안을 마련합니다. 다채로운 상상과 생생한 삶의 경험으로 페미니즘을 혁신한 사상가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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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레즈비언 여성의 경험으로 직조한 ‘교차성 이론’ ≪오드리 로드≫
오드리 로드는 흑인 페미니스트이자 백인 여성과 결혼해 딸과 아들을 기르는 레즈비언 엄마였습니다. 여러 위계의 교차점에 선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지식으로 생산하며 현대 페미니즘 이론을 크게 혁신했습니다. 로드가 생산한 지식은 다양한 권력 체계들이 복잡하게 맞물려 서로를 강화하는 양상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그러한 체계들에 맞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온전히 정의하고 긍정하는 일은 생존의 문제고 앎의 문제며 다른 이들과 함께 온전히 살아가는 삶을 쟁취하는 정치입니다. 로드의 존재론·인식론·관계론에서 우리를 에워싼 억압과 혐오에 맞설 방법을 발견해 봅시다.
박미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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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 페미니즘’에서 찾은 상상의 힘 ≪모이라 게이튼스≫
‘상상’은 허구에 그치지 않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성적 차이는 특정 이미지로 상상되며, 이때 상상은 여성과 남성의 실제 삶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칩니다. 즉 상상은 물질적이고 사회적이며, 그 까닭에 정치적입니다. 모이라 게이튼스가 현재 사회의 상상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이유입니다. 게이튼스는 스피노자의 상상 개념을 새롭게 해석·확장하고, 여성에 대한 특정 이미지가 수치심 등의 정서와 결합하는 방식을 밝힙니다. 오늘날 사회에 범람하는 성차별적 이미지들을 불식하고 더 나은 상상계로 나아갈 방법이 이 책에 있습니다.
조꽃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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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확장하는 페미니즘 ≪캐럴 페이트먼≫
교과서적 해석에 따르면 사회계약론은 ‘모든 시민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근대 민주주의를 정초했습니다. 캐럴 페이트먼은 이러한 해석이 간과한 측면을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계약의 주체가 누구였는지, 이때 ‘여성’은 어느 위치에 놓여 있었는지 되묻습니다. 루소·로크·홉스 등 초기 계약이론가들의 사상을 새롭게 독해하고, 남성은 주체가 되고 여성은 대상이 되는 사회계약 속 ‘성적 계약’의 내용과 그 영향을 해설하며, 오늘날 전 세계적 화두인 ‘동의’ 개념과 ‘기본소득’ 논의를 페미니즘 관점에서 탐구합니다. 페미니즘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황정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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