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유종원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당나라 때도 한류가 있었던 거 아세요? 한유의 한과 유종원의 유인 한류(韓柳)였어요. 이 둘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고문 운동을 이끌었죠. 당송팔대가로 묶이는 명문장가들이지만, 둘은 정말 달랐습니다. 한유는 골수 유학자였지만, 유종원은 유학이 근간이되 불교와 도교를 두루 포용한 합리적 진보였으니까요. 그래도 둘은 ‘한류’로 묶여 후대 사람들이 기억하게 되었죠. 당시엔 도저히 같이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하나로 묶이는 경우가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고전을 읽는 거겠죠?
당송팔대가인 중국 최고의 문장가 유종원의 산문선입니다. 500여 편의 산문 중에 대표작 22편을 골라 소개했어요. 유종원의 산문 중에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글이 ‘정원사 곽탁타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네, 바로 그 저자입니다. 나무를 아주 잘 키우는 정원사가 있어 사람들이 그 비법을 물으니, ‘저는 나무가 오래 살고 잘 번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고, 나무의 천성에 따름으로써 본성을 충분히 발휘하게 해 줄 수 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는 그 이야기죠.
이 책은 그의 산문을 정치적 경계와 교훈, 우화 형식의 글, 산수의 아름다움을 쓴 기행문, 직설적으로 논지를 전개한 산문 네 가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종원은 다양한 사상을 포용했고 정치적 포부가 컸습니다. 결국 ‘영정혁신’이라는 정치 개혁에 동참했다 실패하고 귀양을 가요. 아무래도 글을 잘 쓰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죠. 오랫동안 귀양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겪은 사회적 모순과 불합리한 일, 그리고 귀양지의 산수를 표현한 산문이 많습니다.
산문선과 같은 시기, 즉 귀양 가 있을 때 쓴 시입니다. 유종원 시에는 비분과 원망,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의 흔적이 보입니다. 유종원의 시는 산수시와 풍자시가 특히 뛰어난데, 아무래도 인생의 후반부를 거의 귀양 생활로 보냈고, 그가 있었던 영주와 유주의 아름다운 산수가 계속 소재를 제공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의 산수시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산수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재적 경물과 내재적 감정을 결합한 것으로 귀양 생활을 하며 느낀 울분과 향수가 깃든 것입니다. 정치적 포부가 컸던 사람이니 풍자시 또한 뛰어날 수밖에 없었겠죠. 그는 160여 수를 남겼는데, 이 책은 대표작 50여 편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에 대한 중국 문인들의 찬사가 해설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어요.
조야첨재는 ‘조정과 재야에서 보고 들은 것을 모두 기록했다’는 뜻입니다. 당나라 문인 장작(650~722?)이 지었는데, 유명한 천재였어요. 그는 응시한 거의 모든 시험에서 1등으로 선발되며 ‘청전(靑錢)학사’로 불렸는데, 나중에 이 말이 시험을 볼 때마다 합격하는 사람을 뜻하는 성어가 되었을 정도죠. 이 책은 조정의 고사, 특히 측천무후 집정 시기(650~705)를 중심으로 정치의 부패상이나 잔혹한 권력 투쟁에 대해 우회적으로 충고하거나 날선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재야의 고사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얘기를 합니다. 여러 계층 인물의 특이한 언행과 일화, 귀신, 요괴, 불교와 도교에 관한 고사 등이 실로 광범위해요. 장작이 정말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모두 기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엔 6권 371조의 고사가 수록되었고, 당대의 사람이 당대를 기록하여 자료적 가치가 높습니다. 특히 생동감 넘치는 구어체로 사람을 표현한 어휘가 풍부해요. 장작은 인물을 품평하길 좋아하고 시정 규탄을 즐겨서 당시 사람들에게 경박하다고 미움을 받았는데, 그의 평소 생각과 성격이 이 책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아직 완역본이 출간되지 않아, 세계 최초의 완역본입니다.
범성대는 유능한 관리였지만 몸이 약했습니다. 이 책은 결국 병가를 얻어 사천의 성도에서 고향 소주로 돌아가게 된 범성대가 4개월 동안 쓴 뱃길 일기입니다. 그가 출발한 사천의 도강언과 아미산, 삼협, 여산 등은 중국의 대표적 명승지들입니다. 범성대는 전원 풍경화를 보는 듯한 묘사와 농민의 애환을 담은 전원시인으로 유명해요. 남송사대가로 칭송되는 그의 문학적 재능과 감수성으로 여행의 설렘과 흥분, 즐거움, 때로 맞닥뜨리는 위험한 상황에서의 두려움과 긴장,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수려한 대자연, 그를 마주한 경이로움과 감탄을 온전히 표현해서 우리를 그 여정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명나라의 문인 진굉서가 평생을 소원하던 장강 여행을 이 책을 읽음으로 대신했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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