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못 간 지 벌써 2년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코로나로 모든 대면 활동을 조심하며 2년여를 보냈습니다. 다시 극장에서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연극을 즐길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가는 첫 관문에서 극장이 선택한 드라마를 모아 봤습니다. 11월에 공연될 작품들의 원작 희곡부터 읽어 보세요. 재미와 감동이 더할 것입니다.
버나드 쇼가 꼽은 가장 위대한 비극 ≪리어 왕≫
<리어 왕>은 조지 버나드 쇼가 꼽은 “가장 위대한 비극”입니다.
세 딸에게 효심 대결을 시켰다는 리어의 이야기는 고대 영국의 전설과 야사에도 나옵니다. 셰익스피어는 역사 기록을 약간 변형해 희곡을 썼습니다. 리어는 모든 걸 가졌던 인간입니다. 왕국, 사랑하는 세 딸, 부와 권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것들을 한꺼번에 잃고 난 뒤에야 두 딸의 현란한 말이 아니라 코딜리아의 침묵에 진실한 사랑이 깃들어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이미 코딜리아가 허무하게 죽어 버린 뒤였죠. 야사엔 오히려 리어가 코델리아와 연합해 두 딸을 내쫓고 왕국을 되찾았다고 쓰여 있습니다. 희곡 <리어 왕>과는 좀 다른 결말입니다. 셰익스피어는 리어의 뒤늦은 후회, 코델리아의 죽음, 절망한 리어의 절명으로 이야기를 마치며 비극성을 최고로 끌어올렸습니다. 리어의 비극은 곧 인간 존재의 비극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사는 내내 허상을 붙들기 위해 아등바등하다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그 모든 게 덧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게 인간이라고 말합니다.
극적 관점으로 에지 있게 재현한 최신 사회 이슈 ≪머릿속의 새들≫
팔로마 페드레로는 지금 스페인에서 가장 중요하고 혁신적인 극작가입니다. 첫 희곡집 ≪밤의 유희≫과 두 번째 희곡집 ≪머릿속의 새들≫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두 권의 희곡집을 출간하며 그녀의 관심사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에서 인종 차별, 세대 갈등, 테러리즘, 폭력 등 다양한 사회 이슈들로 확장됩니다. 무대와 대사는 간소합니다. 평범한 공간, 보통의 대화 속에 도사린 현대 사회 문제를 부각하고 일상을 낯설게 재현하기 위한 그녀만의 방식입니다.
그중 <다른 방에서>는 새로운 모녀 관계를 탐색한 단막극입니다. “엄마처럼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며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 뒤 페미니즘의 최전선에서 편견과 싸워 온 한 여성이 어머니가 되어 직면하게 된 딸과의 갈등을 그립니다. 존경받는 여성이 되는 데 성공했지만 존경받는 어머니가 되는 데는 실패한 여성을 보여 주며 팔로마 페드레로는 새로운 유형의 모녀 갈등이 여성 앞에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스탈린과 연애편지, 이 어색한 조합은 국내 연극 무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페인 이야기꾼 후안 마요르가의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 후안 마요르가는 어느 날 서점에서 불가코프가 쓴 ≪스탈린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견합니다. 검열 때문에 출판과 공연의 길이 막힌 러시아 극작가 불가코프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독재자 스탈린에게 선처를 구하는 편지를 썼다는 사연이 작가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스탈린 같은 절대 권력자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대는 지났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중의 취향과 관점, 자본의 논리 앞에서 창작자가 자신도 모르게 세간의 눈치를 보는 일이 새로운 검열 문제로 떠오릅니다. 이런 ‘자기 검열’은 무엇이 어떻게 걸러진 건지 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무섭습니다. 후안 마요르가는 불가코프가 권력자를 의식하다 자기 검열을 넘어 권력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게 되는 과정을 보여 주며 “작가는 누구를 위한 글을 써야 하는가” 하고 묻습니다.
지금 청년들의 고민, 주제의식 그리고 언어 ≪2021 대학생 2인극 선집≫
국내 2인극 공연 활성화에 기여해 온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이 올해 21주년을 맞았습니다. 국내외 공식 참가작과 초청작, 대학 참가작 수백 편이 매년 2인극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관객과 만납니다. 무대 위 2인의 배우가 만들어 내는 극적 긴장은 대규모 스펙터클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중에서도 대학 참가작은 청년 창작자 특유의 창조성과 기발함으로 페스티벌에 활력을 불어넣는 축제의 꽃입니다. 매년 수많은 참가자들이 2인극 페스티벌을 통해 ‘청년 정신이 빛나는 참신하고 실험적인 작품’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2020년 월드 2인극 페스티벌 대학 참가작 가운데 우수작을 선별해 모았습니다. 청년 세대의 현재 고민과 주제의식, 꿈과 이상, 현실인식을 골고루 보여 주는 작품들입니다.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청년 창작자들이 기울인 노력과 고군분투의 흔적 또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커뮤니케이션북스(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