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근대 소설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혹자는 한국 근대 소설이 동시대 세계 문학과 비교해서 작품성이 부족하고, 가부장적 사상이 올드해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요. 그런데 말이죠, 내가 지금 왜 이런 모습으로 여기 있는지 알려고 하다 보면 근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신파와 안타까운 무식함은 한국인이라면 아주 친근하기도 하고요.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을 거쳐 내게도 남아 있는 모습이니까요.
한국 추리문학의 아버지 김내성의 대표작
조선 최초의 장편 탐정 소설입니다. 1939년 「조선일보」에 연재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한국 추리 문학의 전설로 남아 있어요. 지금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의 호흡은 한국 추리문학의 아버지인 김내성의 내공을 여실히 보여 줍니다. 추리 소설로서의 형식과 미학적 특질을 두루 갖추고 있죠.
재미있습니다. 변사 같은 어조와 신파적인 표현이 중간에 살짝 섞여 있는데, 그게 또 특유의 맛이 있어요. 저작권이 없어 여러 판본이 출간되었는데, 지만지 판본은 연구자가 옛날식 표현과 틀린 표기까지 확인하고 그대로 살린 초판본이죠. 다른 출판사에서 현대어로 교열해서 출간된 버전이 읽기는 쉽지만, 교열 과정에서 생긴 오류와 중간중간 표현이 빠진 것들이 많이 보여요. 특히 원고에 손을 대면서 스타일의 품격이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원작과 비교했을때 수준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초판본이 더 낫습니다.
자유와 평등의 첨예한 갈등이 핵전쟁으로 비화하여 인류가 멸망한 어느 세기, 미지의 화자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남매의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사생아 이창의 일대기입니다. 작가는 자유와 평등이 근친상간하여 한국전쟁이라는 사생아를 낳았다고 인식합니다. 사생아 이창의 탄생에 얽힌 사연은 곧 이념 대립이 낳은 민족상잔의 비극, 한국전쟁에 대한 암시죠. 액자식 구성과 알레고리를 통해 강력한 문명 비판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장용학은 한국전쟁과 전후의 극한적인 궁핍, 폐허, 왜곡, 타락 속에서 실존적 현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적으로 날카롭게 환기시켰습니다.
교묘하게 나쁜 소설, 자유부인
1954년 신문에 연재되면서 ‘중공군 40만 명보다 더 무서운 해독’이라는 비난을 받은 작품입니다. 교수의 부인이 가정에서 벗어나 자유를 즐기다 탈선의 길로 빠진다는 내용입니다. 외설 시비가 있었지만 《자유부인》이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가부장적 가치관의 시대를 엿볼 수 있어요. 다른 근대 소설과 비교했을 때 지금 맞춤법과 큰 차이가 없어 초판본으로도 거의 문제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상을 고려한다 해도 빈부, 신분, 권력의 차이를 공고화하는 속물적 태도가 글 전반에 깔려 있어요. 스캔들 탓에 보수적인 주제 의식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보수적인 가치관을 옹호하는 주제를 담고 있죠. 특히 악의적인 태도로 여성을 어리석고 천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1939년 첫 발표 이후 수십 년간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소설이 연재된 ≪매일신보≫의 구독률을 두 배 이상 높였을 정도로 당시엔 인기가 대단했어요. 일부 인물들의 비합리적 행동, 우연에 의한 전개, 유치한 줄거리가 거슬릴 수 있으나 그 틈새로 나름 알콩달콩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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