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부: 산업사회 인간의 민속설화
2593호 | 2015년 5월 19일 발행
드디어 출간, 매클루언의 첫 책 <<기계신부>>
허버트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이 쓰고 박정순이 옮긴 <<기계신부: 산업사회 인간의 민속설화(The Mechanical Bride: Folklore of Industrial Man)>>
열나는 세상의 아이스 워터
체온이 오르고 숨이 빨라지고 머리가 뜨거워지는가?
달리지 않아도 그런가?
건강검진이 원인을 찾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미디어 메시지를 점검해야 한다.
비판 의식이 없다면 체온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이 시대는 최고의 교육으로 훈련된 수많은 개인들이 집단적인 대중의 마음속을 파고들기 위해 전천후 사업을 벌이기로 작정한 첫 번째 시대다. 그리고 그 의도는 ‘빛’이 아니라 ‘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서문’, <<기계신부>>, xii쪽.
“이 시대”란 언제인가?
이 책, <<기계신부: 산업사회 인간의 민속설화(The Mechanical Bride: Folklore of Industrial Man)>>를 쓴 마셜 매클루언은 1951년에 이렇게 말했다.
어떤 시대였나?
테크놀로지와 상업주의가 상호 침투하여 대중의 의식을 마비시킨 시대다.
테크놀로지와 상업주의의 상호 침투가 뭔가?
테크놀로지는 뉴스와 광고, 연예오락물을 매개로 상업주의를 활용하고, 상업주의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대중을 ‘기계 숭배’로 이끄는 경향을 말한다.
기계 숭배라고 할 때 기계란 무엇을 말하는가?
과학과 테크놀로지다. 효율과 능률, 힘과 속도, 표준화와 획일화, 안전과 완벽, 관료주의를 가리킨다.
숭배는 무엇을 말하는가?
대중의 기계 가치 내재화를 가리킨다. 그 결과 인간 신체의 아름다움까지 숫자로 표준화하고 우리 몸을 대체 가능 부품의 집합체로 생각하게 된다.
대중이 기계 숭배에 빠지는 이유는 뭔가?
광고와 오락 산업의 메시지는 은밀하게 기계 숭배를 전파한다. 수많은 미디어 이미지는 빛이 아니라 열을 만든다.
열이 뭔가?
미디어 이미지가 대중을 장기적 흥분 상태로 끌어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중은 몽유병 상태가 되고 무기력해진다. 의식 마비 상태다.
미디어가 대중 의식을 마비시키는 방법이 뭔가?
현실이 아니라 환상을 보여 준다. 설득이 아니라 마취로 우리 욕망을 일깨운다. 그렇게 인간의 행동을 조종한다. 이것이 미디어의 힘이다. 우리는 알면서도 여기에 끌린다.
알면서도 끌려가는 이유가 뭔가?
미디어는 우리의 물이자 공기이며 일용할 양식이기 때문이다.
환상과 마취는 어떤 모습으로 실재하는가?
서적·패션·육아·오일·화장품·성형·건강·음료·오락 광고를 보라. 기계 문명의 가치를 대변하는 광고가 대중의 꿈과 욕망을 다양한 방식으로 자극한다.
어떻게 설득하는가?
남보다 뛰어나고 싶은가? 성공하고 싶은가? 경쟁에 밀리지 않으려는 대중의 욕망은 끊임없이 자신과 주변을 비교하게 만든다. 상업주의 미디어는 은밀하게, 끊임없이 이들 메시지를 전달한다.
대중은 어떻게 설득당하는가?
자신들의 꿈을 말해 주는 대중매체의 오락이나 광고의 이미지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그것을 갖고 싶고 그것을 닮고 싶고 그것이 되고 싶어 한다.
탈출구는 없는가?
매클루언은 미디어 메시지에 대한 비판 의식을 제안한다. 비판 의식 없이 광고나 오락 이미지를 직접 보는 수용자들은 “마치 거울 없이 메두사의 얼굴을 직접 바라본 사람과 같다”고 경고한다.
이 책, <<기계신부>>는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소비자 심리를 이용한 미디어 메시지의 작동 방식을 짚는다. 그것의 숨은 기능, 곧 기계 숭배 전파의 현실을 폭로한다.
폭로의 방법은 무엇인가?
1950년대 미국의 광고, 만화, 영화 포스터, 신문 지면의 이미지 59개를 단편으로 삼아 시대의 전경을 그린다. 서로 단절되고 단속적인 것들을 통합하여 전체의 모습을 드러낸다.
왜 단속, 단절을 이용해 전체를 드러내는가?
책이 갖는 논리와 선형의 연속성을 깨뜨리기 위해서다. 이십 세기 초의 큐비즘과 아방가르드 운동, 애드거 앨런 포와 제임스 조이스의 시와 문학에서 사용된 기법과 시선을 원용한 것이다.
논리와 선형의 연속성이 깨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연속성의 세계, 곧 우리의 미디어 현실에서 우리가 미처 볼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사람들을 강력하게 조종하고 착취하는 미디어 이미지의 숨은 기능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2015년의 대한민국에서도 유효한가?
그렇다. 매클루언은 미디어 사회의 예언자 아닌가? <<기계신부>>는 2015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매일매일의 미디어 생활을 현장 중계하는 듯하다.
고전 반열에 오른 책인데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
1950년대 미국 대중문화의 등장인물에 생소한 독자, 종횡무진의 상상력과 박식에 놀랄 독자를 위해 무려 412개의 옮긴이 주석을 달았다. 매클루언의 문제의식과 사고방식을 보다 쉽고,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 꼭 권하고 싶은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열고 신문과 잡지를 펼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피할 수 없는 독자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정순이다.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