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 평론선집
2662호 | 2015년 7월 1일 발행
한국문학평론선집 출간 특집 3. 한국에서 무산대중문학의 길
오태호가 엮은 ≪김기진 평론선집≫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실패와 성공
폭발, 복수, 투쟁만으로 무산대중의 문학은 불가능하다.
주장은 묘사되어야 하고 현실에서 숨 쉬어야 한다.
발자크는 현실을 묘사함으로써 당대의 세계관을 굴복시킨다.
사실이 관념을 이긴 것이다.
완전히 실패라는 이 작품의 작가는 누구인가?
회월 박영희다. 인용문은 ‘소설의 내용과 형식 논쟁’ 가운데 한 편이다.
소설의 내용과 형식 논쟁이 뭔가?
소설에서 내용, 곧 작가의 세계관이 우선임을 주장한 박영희와 형식, 곧 서사와 묘사의 적실성이 우선임을 주장한 김기진이 벌인 논쟁이다. 프롤레타리아 문학평론사의 첫 논쟁이었다.
논쟁의 발단은?
1926년 12월 ≪조선지광≫에 김기진이 발표한 <문예 월평>이다. 그는 최서해·방인근·조명희·이기영의 작품을 평했고 박영희의 <철야>와 <지옥 순례>를 언급하며 그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도전장의 내용은?
박영희의 소설이 “기둥도 없이, 서까래도 없이, 붉은 지붕만 입히어 놓은” 비소설적 건축이라고 혹평했다. 앞으로는 문채(文債)에 못 이겨 실패한 작품을 내놓지 않기를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주장의 근거는?
박영희의 작품에서 작가의 세계관이 작품의 묘사력을 압도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관점인가?
그렇다. 엥겔스가 발자크의 작품 세계를 분석하며 ‘세계관에 대한 리얼리즘의 승리’를 강조한 대목을 상기하라. 그 논리에서 보면 지극히 타당한 지적이다.
박영희의 대답은?
한 달 뒤 같은 지면에 반박문, <투쟁기에 있는 문예비평가의 태도>를 발표했다.
뭐라 반박했나?
현 단계는 투쟁기이기 때문에 소설을 완전한 건축물로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프롤레타리아 문화가 하나의 건축물이라면 프롤레타리아 예술은 그 구성물 중 하나이므로 서까래도, 기둥도, 기와도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진의 대응은?
박영희의 반박이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한, 히스테리컬한 감정 대응이라고 다시 비판했다. 김기진은 프롤레타리아문학이 프롤레타리아의 심의(心意)의 투영이기 때문에 “특별히 ‘선전을 위한 문학’이라는 일종의 기계론”이 성립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논쟁의 결말은 무엇인가?
김기진은 논리에서 우수했지만, 문단 바깥의 사회주의 단체는 박영희의 편을 들었다. 김기진은 “고개를 숙이고 謝罪하고 압날을 盟誓하겟다”며 논쟁을 일단락했다.
이후 프로문학의 진로는?
박영희가 프로문학 운동의 헤게모니를 쥐고 방향 전환을 주도하면서 카프의 정치주의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7년 뒤 박영희가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며 상실한 것은 예술 자신이었다”라고 탄식하며 카프를 탈퇴할 때 김기진은 <문예 시평>을 발표해 박영희를 비판하고, 프로 작가들의 실패를 자성했다.
프로 작가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로 작가의 이데올로기적 세계관의 노골적 주입과 작품에서의 도식적 유형화, 둘째로 비평가들의 연구와 지도의 불성실과 불충분, 곧 직무 유기라고 김기진은 진단했다. 이러한 인식은 작가의 세계관과 작품의 리얼리티, 비평가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 당대뿐만 아니라 2010년대인 현재에도 유효하고 적절한 진단이라고 판단된다.
한국 문학평론사에서 김기진의 자리는 어디인가?
1920년대 이래로 창작과 비평을 통해 프로문학을 주창한 근대문학의 선구자다. 박영희와 벌인 논쟁 외에도 임화, 염상섭과 ‘대중화 논쟁’을 벌이며 현대 문학평론의 기초를 닦았다. 비평가로서의 선구적 업적과 그 유지를 계승하기 위해 1990년 한국일보사에서 ‘팔봉비평문학상’이 제정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오태호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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