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리 작품집
정호웅이 엮은 ≪김동리 작품집≫
부처를 만나고, 예수를 만나고
굿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고 전통과 일상이 춤추고 나와 너가 우리가 된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가 되고 예수를 만나면 예수가 되어 우리 속에 살아 있다.
믿기 어려우나 이러한 이야기도 있다. 그가 산에 가 기도를 올릴 적엔 아무리 밤중이라도 무서움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한번은 마을 장난꾼들이 그를 놀래 주려고, 그가 산에서 내려오는 다리 우에 허수아비를 맨들어 세우고는, 몇 사람이 다리 아래 숨었다가 그의 옷자락을 잡어 댕겼다 한다.
이때 모화는 한숨을 쉬고,
“이 구신이 모화를 몰르나?”
태연히 서서 이렇게 호령하매, 다리 아래 있던 사람들이 모두 넋을 잃고 쓰러져 버리었고, 이 통에 그들은 무서운 병을 얻어, 그 뒤 한 사람은 죽고, 다른 몇 사람은 모화가 굿을 해서 도루 병을 낫게 한 것이라 한다.
모화는 큰 굿뿐 아니라 객귀도 곳잘 물리첬다. 남의 집 장사일 같은 데나 가서, 부정한 음식을 먹고 갑자기 오한이 들고, 조갈이 나고, 눈이 캄캄 어두워지고, 머리가 갈라지는 듯 벌룸거리고 할 적엔 모화가 와서 물밥이나 한 바가지 물리면 당장 시언해지며 잠이 드는 것이라 한다.
≪김동리 작품집≫, <무녀도>, 김동리 지음, 정호웅 엮음, 32~33쪽
모화는 무녀인가?
이름난 무당이다. 사람들은 큰 굿을 해야 할 때면 반드시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그녀에게 위기가 닥친다.
무당에게 닥치는 위기란 어떤 것인가?
마을에 예수교가 들어온다. 예수교도가 늘어가고 예전엔 반갑게 맞던 이들도 이제는 그녀를 괄시하기 시작한다.
모화는?
불길 같은 질투를 느낀다. 이적은 신령님이 그녀에게만 허락한 특별한 권능인데 예수교가 들어온 뒤로 서울 부흥 목사도 기도를 하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떠들기 때문이다. 이때 그녀에게 또 다른 화가 닥친다.
무엇이 찾아오는가?
벙어리인 딸 낭이가 임신을 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임신의 사유를 찾는다. 모화는 “신령님을 느껴” 잉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자 예수교를 믿는 몇몇 마을 사람은 그녀를 저주한다.
예수교도의 저주에 그녀는 어떻게 맞서는가?
자신의 딸이 해산하는 날 말이 터질 것이라고 예언한다.
말이 터지는가?
아니다. 딸은 유산을 하고 여전히 말을 하지 못한다. 이적을 기다리던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비웃고 모화의 아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아들을 비난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낭이는 집에만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여동생을 범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모화의 반격은 무엇인가?
미쳐 버린다. 얼마 뒤 부잣집 며느리가 소에 몸을 던져 그녀는 굿을 하게 된다. 밤이 되자 죽은 사람의 혼백을 부르면서 물속으로 들어간다. 빠져 죽는다.
딸과 아들은 어떻게 되나?
딸은 멸치를 팔다 돌아온 아버지를 따라 떠나고 아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주제는 샤머니즘과 예수교의 투쟁인가?
아니다. 모화의 마지막 굿이다. 여기서 무당과 죽은 영혼은 하나가 되고 무당의 육신과 정신이 춤과 소리로 승화한다. 그녀는 인간 세상의 온갖 관계들에서 풀려나 신의 세계를 노닐다가 무아지경에서 죽음의 세계로 건너간다.
무당의 죽음은 무엇인가?
그녀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존재성을 완전히 실현하고 자신의 ‘자신 됨’을 지킨다. 그녀의 죽음은 하나의 완성이다. 모화 같은 강한 주체가 등장하는 것이 김동리 문학의 특성이다.
김동리 문학의 특성이 뭔가?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끝끝내 자신을 지켜 내는 강한 주체가 그를 둘러싼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끝끝내 지켜 내고자 하는 ‘자신 됨’은 종교적 믿음, 핏줄에 대한 자부, 절대의 사랑, 고독, 자존 의식 등이다.
이 책에는 어떤 작품을 실었는가?
<무녀도>, <황토기>, <두꺼비>, <역마>, <등신불>, 모두 다섯 편이다. 모든 작품에서 강한 주체의 존재성이 드러난다.
김동리는 누구인가?
소설가이자 시인이고 뛰어난 비평가이기도 하다. 그는 개작을 자주, 많이 하기로 유명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도 개작인가?
처음 발표한 원작을 수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덜 다듬어진 상태 그대로의 원작을 통해 독자는 창작의 산실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으며 창작 중인 작가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호웅이다.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