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영 동화선집
오디오북 특집 2. 더러운 마음을 위해
남미영이 짓고 정선혜가 해설한 ≪남미영 동화선집≫
동화의 이유
지식으로 교만해지고 실패로 비굴해지고 폭력으로 위악해지기 이전의 모습, 어른이 되기 전 어른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맑고 투명하고 순수한 마음을 다시 찾기 위해서 우리는 동화를 읽는다.
진군나팔 소리에 맞춰 수백 송이의 장미꽃이 병정들의 활시위를 떠났습니다. 빨간 장미, 분홍 장미, 노란 장미, 주홍 장미, 흰 장미, 흑장미… 수많은 장미꽃이 포물선을 그리며 일제히 시위대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씨융− 씨융− 씨융−.”
여왕이 망원경으로 망루 아래를 내려다보니, 장미꽃이 시위대 앞에 눈송이처럼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앞장서서 달려오던 청년이 우뚝 멈추어 선 것입니다. 그리고 발 앞에 떨어지는 장미꽃 한 송이를 줍는 것입니다. 청년은 장미꽃을 코끝에 대고 잠시 향기를 맡더니, 꽃이 날아온 망루 위를 그윽이 올려다보았습니다.
<공주님의 첫사랑>, ≪남미영 동화선집≫, 남미영 지음, 정선혜 해설, 111쪽
어느 곳에서 벌어지는 일인가?
‘공주님의 첫사랑’이란 나라의 이야기다.
‘공주님의 첫사랑’이 나라 이름인가?
그렇다. 사연이 있다. 큰 싸움터이던 나라가 공주님의 첫사랑으로 꽃을 사랑하는 평화로운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전환의 계기는 무엇이었나?
위에 인용한 장면이 출발점이었다. 자신을 반대하는 시위대에게 화살 대신 장미꽃을 쏘았다.
장미를 쏜 이유가 뭔가?
공주 시절 여왕은 변장을 하고 궁 밖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구경 다니곤 했다. 그때 만난 한 청년과 사랑에 빠져 청혼까지 받았지만 공주란 신분이 드러날까 봐 스스로 사라진 일이 있다. 시위대를 지휘하는 청년이 바로 그였다.
화살과 장미는 무엇의 상징인가?
화살은 대립과 증오, 장미는 대화와 포용을 의미한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화살이 아니라 장미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인가?
내 생각만 옳고 남은 틀렸다는 생각은 수준 낮은 정치철학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다. 한국 정치의 수십 년도 그랬다.
화살에서 장미로 전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국민을 통치의 대상에서 사랑의 대상으로 다시 생각하는 통치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현실에서 쉽지 않지만 문학은 이런 꿈을 꾼다. 꿈꾸는 문학이 있는 한 이런 일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이 장면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
당신의 주제 의식은 무엇인가?
작가는 자기 작품을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품은 키워드는 ‘아름다움’이다. 겉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속의 아름다움, 맑고 투명하고 착한 마음이 찰랑이는 삶, 철학에서는 그것을 진실, 진리라고 부르는 듯하다.
남들은 당신 작품에 대해 뭐라고 말했나?
평을 들은 적이 별로 없다. 해설자 정선혜는 ‘열쇠의 문학’이라는 표현을 썼다. 작가가 발전하려면 비평을 받아야 한다. 나도 더 많은 평을 듣고 싶다.
‘열쇠의 문학’이 무엇인가?
동시대인들이 슬픔을 잊고 기쁨과 소망을 얻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는 의미다. 시대의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거울의 문학’과 대비되는 의미다.
열쇠를 쥔 이는 누구인가?
어린이다. 순수한 동심이다.
동심이 뭔가?
말 그대로 ‘어린이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으로 교만해지고, 실패로 비굴해지고, 폭력으로 위악이 되기 이전의 맑고 투명하고 순수한 마음이다. 예수가, 석가가, 마호메트가 추구한 세계이고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추구한 정신이다.
아동문학의 이유도 그곳에 있는가?
그렇다. 아동문학은 동심을 되찾는 문학이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문학이다. 그래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읽어야 하는 문학이다. 어린이는 아름다움의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른은 더렵혀진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가?
삶의 본질을 꿰뚫는 안데르센의 혜안, 뜨거운 인간애를 가진 빅토르 위고와 스토 부인의 정열, 이야기를 만드는 기술이 탁월한 마저리 윌리엄즈의 재능을 두루 갖춘 작가가 되고 싶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6·25를 소재로 한 동화, 사회 개혁의 기폭제가 되는 동화, 아름다운 그림 동화를 쓰려고 한다.
자신이 읽은 오디오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좀 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작가였다면 하는 생각을 했다. 맑고 투명하고, 그윽하게 들리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당신은 누구인가?
남미영이다. 동화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