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405년 11월, 도연명은 짧은 관직 생활을 끝냅니다. 집에 돌아가면서 ‘귀거래사’를 짓고 이렇게 말하죠. “굶주림과 추위가 비록 절실해도, 나에게 어긋나는 일들이 번갈아 괴롭게 했다. 시험 삼아 세간의 일을 따른 것은, 모두 입과 배가 나를 부린 것이었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과 어떻게 살 것인가의 갈등은 정말 오래된 인간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돌아가자꾸나!
제발 사귐을 쉬고 노님을 끊자. 세상과 내가 서로 어긋났으니, 다시 가마 탄들 무얼 구하랴? 친척들의 정겨운 대화를 기뻐하고, 금琴과 책 즐기며 근심 잊으리라. 《도연명 전집 2》, ‘귀거래사’의 ‘사’ 일부 도연명은 이백, 두보, 소동파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중국 시인입니다. ‘귀거래사’와 동양의 유토피아를 제시한 ‘도화원기’는 누구나 한 번쯤 제목을 들어 봤을 정도로 유명하죠. 도연명은 위진남북조 시대의 사람으로 이백의 시에 그 흔적이 완연하고, 소동파는 도연명의 시에 일일이 화답하는 ‘화도시(和陶詩)’를 남겼어요.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의 수많은 문인들도 ‘화도시’를 지어 그를 추앙하고 숭상했지요.
도연명은 불의한 부귀영화를 버리고 소박한 농부의 삶을 택한 전원시인입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쉽고 평범한 말로 글을 썼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사유는 한없이 깊고 넓어요.
이 책은 도연명의 시와 문을 모두 모은 전집입니다. 꼼꼼한 주석과 정확한 번역, 각 작품에 대한 해설은 물론, 최근의 연구 성과들을 반영한 상세한 해설을 싣고 있어요. 특히 부록에서 도연명에 대한 여러 문헌상의 기록과,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국 학자 위안싱페이의 논문을 함께 소개했어요. 한시와 도연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유용하고 귀한 정보가 많습니다. 《도연명 전집 1》《도연명 전집 2》 도연명 지음, 양회석 · 이수진 옮김
《제왕운기》 《빈왕록》의 저자로 유명한 동안거사 이승휴의 문집입니다. 목은 이색이 서문을 써주었죠. 30종이 안 되는 귀하디 귀한 고려 시대 문집 중 한 권인데, 몽고의 침입과 원나라의 내정 간섭으로 격동하던 고려 후기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어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습니다.
이승휴는 당대를 풍미한 문장가였습니다. 특히 1273년 원나라에서 황후와 황태자를 책봉하자 이승휴가 원나라에 서장관으로 파견됩니다. 이때 그가 올린 표문을 보고 원 세조와 문신들이 아주 탄복했어요. 동행했던 송송례도 “문장이 중국을 감동시킨다는 말은 임자를 두고 하는 말이오”라며 감탄했지요. 이렇게 능력이 있었지만 강직했던 이승휴는 그 문장력으로 충렬왕과 측근들의 실정을 간언했다 파직당합니다. 결국 도연명처럼 전원으로 물러나 살았어요. 이 문집에는 그의 뛰어난 문장과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담겨 있습니다.
《동안거사집》 이승휴 지음, 진성규 옮김
《유한계급론》으로 유명한 소스타인 베블런이 자신의 연구 중에 가장 종합적이라고 자평한 책입니다. 그는 소유와 경쟁이 출현하면서 금전 문화가 시대의 정신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에 따라 차등적 이익과 불공평한 차별이 당연한 현상으로 자리 잡았고요.
베블런는 ‘다윈적 진화론’으로 경제 환경 변화를 설명하는데, 특히 물질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인간의 중요한 본능으로 ‘장인 본능(instinct of workmanship)’을 꼽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원시 시대부터 기계산업 시대까지 기술 변화에 따라 시대를 나누고, 어떤 환경에서 장인 본능이 제 역할을 다하며 기술 발전을 주도했는지 밝히고 있어요. 특히 미래를 내다본 듯 오늘의 현실을 정확히 꼬집고 있는데, 경제적 주체인 개인이 노동자보다는 소비자로 인식된다는 정체성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했습니다. 한 가지 지식이나 기술에 길들어 대안을 찾지 못하는 ‘훈련된 무능(trained inability)’도 이 책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이에요.
《장인 본능 : 그리고 산업 기술의 상태》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양소연·유승호 옮김
미국이 낳은 가장 독창적이고 예리한 경제학자이자 사회 비평가ㅡ털먼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독창적이며 심오한 사회이론가ㅡ헌트
미국이 낳은 최고의 미국 비평가ㅡ밀스
교란의 수장ㅡ슈펭글러
소스타인 베를런은 남북전쟁이 끝난 후 ‘금칠을 한 시대(Gilded Age)’라고 표현되는 미국 자본주의의 폭발적 성장 시대를 산 학자입니다. 대공황의 시작이었던 1929년 증시 대폭락을 몇 달 앞두고 생을 마감했으니, 그가 본 것은 스탠더드오일, J. P. 모건 등 오늘날 거대 재벌의 대명사가 된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산업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과 이로 인해 빈부 격차와 계급 간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이었죠.
그는 시대를 초월한 사회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지만 당시 주류 경제학의 허위의식을 폭로한 경제학계의 이단아 혹은 반항아로 불립니다. 미국의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이지만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불운한 사상가로 언급되기도 하고요. 소스타인 베를런의 대표작입니다. 이 책은 《유한계급론》의 14장 가운데 그의 사상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되는 4장 ‘과시적 소비’와 8장 ‘생산 활동의 면제와 보수주의’를 골라 소개한 ‘천줄읽기’ 시리즈입니다.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가 ‘유한계급론’으로 번역되었는데 有閑은 시간이 많아 한가하고 재산이 많다는 뜻이죠. 이 책에서 베블런은 약탈과 기만으로 재산을 축적해서 사치와 방탕한 생활을 일삼던 미국의 부자들을 예리하게 비판합니다.
그는 사회 불만의 원천이 노동 계급의 빈곤이 아니라 박탈감, 즉 ‘상대적 박탈감’이며, 경쟁적 획득은 누군가 더 많이 갖는 한 끝나지 않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 없이 행해지는 상류층 소비를 ‘과시적 소비’라 언급하며 물질 만능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어요. 이렇게 소비가 경제적 동기보다 사회적 동기로 추동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사회적 소비 이론’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통쾌한 비판의 카타르시스를 줄 뿐만 아니라, 미시경제학에 새로운 소비 이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경제학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습니다.
《유한계급론 천줄읽기》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한성안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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