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을 위한 e-헌법, CyberLaw
성선제·류종현·강장묵이 쓴 <<네티즌을 위한 e-헌법, Cyber Law>>
물질과 정보의 투쟁
인터넷 사이트 제공자가 유통되는 정보의 가치와 성격을 판단하면 내용에 책임을 지게 된다. 편집하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는다. 방관하면 자유고 개입하면 구속이다. 물질의 세계에서도 그런 때가 있었다.
사이버스페이스가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사이버스페이스는 기본적으로 경계가 없다. 나라와 단체는 도메인 네임으로 구분된다. 속지주의 같은 법체계가 통용되지 않는 이유다.
여기서 범죄가 일어났을 때 어느 법이 준거법인가?
모호하다. 텍사스주 서버에서 전송된 음란물을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어 보았다. 어느 주법으로 처벌해야 할까?
어느 지역의 법을 준거로 삼느냐에 따라 처벌과 규제가 달라지나?
물론이다. 텍사스주는 보수적이어서 여성 가슴 노출의 음란성을 인정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가슴 노출만으로 음란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한국에서 징역형이 될 사건이 중국에서는 사형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음란물 문제가 특히 심각해지는 이유는?
인터넷으로 불법 유통되면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광속도로 전송되고 배포된다. 사실상 법으로 통제 불가능하다. 기술이 법 규제를 무력화하는 단적인 사례다.
음란물이 사이버스페이스를 이용할 때 법이 무력해지는 사례는 어떤 것인가?
특정 인물의 음란비디오가 사이버스페이스에 노출되면 삭제나 프라이버시 보호가 영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정보 수집 비용보다 정보 삭제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음란물을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표현된 저작물로 인정하는 대한민국 대법원 판례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외국 음란 사이트에서 이런 허점을 악용해 우리나라 네티즌을 저작권 침해로 무차별 고소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사이버스페이스가 음란물의 분출구로 오염되면 사회적, 법률적 분쟁으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사이버스페이스의 그레샴 법칙은 어느 정도 현실인가?
화폐경제에서 그레샴 법칙은 명목가치가 같은 화폐가 여러 가지 유통될 때 실질가치가 높은 화폐는 감추어지고 실질가치가 낮은 화폐만 통용된다는 원리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도 이 그레샴 법칙이 적용된다. 인터넷 저질 정보가 창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정보가 유익한 정보를 몰아낸다.
사이버 명예훼손과 익명성은 어떤 관계인가?
명예훼손의 구성 요소는 사실의 적시(허위 사실도 포함)와 공연성이다. 이 중 사실의 적시와 관련해 적시자가 사이버스페이스의 익명성 뒤로 숨으면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진다는 점이 문젯거리다.
여기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신분이 중요 쟁점인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를 명예훼손 문제의 주체로 설정하면 익명성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책임 소재 파악과 문제 개선이 한층 용이해진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는 언제 명예훼손성 콘텐츠에 책임을 지게 되는가?
명예훼손과 관련된 온라인 콘텐츠에 간섭하여 그 콘텐츠를 올리고 내리고 하는 편집자 역할을 맡았다면 법률적으로 명예훼손의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콘텐츠를 그대로 두고 편집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현재 법률의 난점이 거기에 있다. 특정 게시물을 간섭하지 않고 방치하면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결국 일을 많이 한 사람이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이 대안일 수 있는가?
미국에서 만든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와 정화를 꾀하는 조항이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명예훼손이나 언어폭력처럼 문제가 되는 콘텐츠에 대해 명확한 통지를 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게 돼 있다. 사이버스페이스의 건전한 문화를 진작시키고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프라이버시권과 자기정보통제권은 무엇이 다른가?
프라이버시권이 간섭받지 않을 권리라면 자기정보통제권은 자기 정보에 관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다.
이 둘 사이의 내용상 차이는 무엇인가?
프라이버시권에서는 이성친구와의 전화 통화처럼 나의 은밀한 정보가 보호 대상이다. 반면 자기정보통제권의 보호 대상은 주민등록번호나 혈액형, 신체 사이즈처럼 나의 객관적 개인 정보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자기정보통제권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자기 정보는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다.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어떤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라는 얘기다. 스팸이나 해킹에 도용되는 게 이 개인 정보라는 점에서 자기정보통제권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하는 사이버 법의 쟁점은 무엇인가?
인터넷 공간에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역할을 강화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 사이버스페이스의 그레샴 법칙을 척결할 수 있는 합리적 규제에 관한 입법도 시급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류종현이다. MBC 뉴미디어 뉴스국 부국장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다. 저작권을 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