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세상
눈부신 세상
눈부신 세상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 ≪나태주 육필시집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중에서
새해 조금 더 나를, 이웃을, 세상을 사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마지막 눈이 내릴 때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동안, 시는 인간의 혼으로 존재할 것을 믿는다”. 문충성 시인의 시관을 살펴볼 수 있는 말이다. 제주도 향토시로 유명한 그는 1000여 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을 보여 주었다. 그가 직접 시 58편을 골라 ‘이 시대 아무리 어리석은 짓이라 할지라도 멋있게’ 쓴 육필 시에서 제주도의 토속적인 정한과 ‘인간의 혼’을 느껴 보자. 문충성 지음 |
기다림 이생진 시인의 별명은 ‘섬 시인’이다. 어렸을 적부터 섬을 매우 좋아해 직접 찾아간 섬이 1000여 곳에 달하며, 섬에서 시를 쓰고 풍경을 그리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시의 주제 또한 주로 섬의 정경이나 도민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시인이 직접 시 60편을 엄선하고 손 글씨 한 자 한 자에 섬에 대한 사랑을 가득 실었다. 이생진 지음 |
밥 냄새 오탁번 시인은 어려서부터 명석하고 글 실력이 출중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학원문학상에 당선되었고 신춘문예에서는 동화, 시, 소설이 잇달아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1998년에는 전문 계간지 ≪시안(詩眼)≫을 창간해 한국 시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기도 했다. 그가 직접 시 50편을 선별하고 40년 동안 걸어온 시의 궤적을 육필로 베껴 쓴 시집을 소개한다. 오탁번 지음 |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 백무산은 현실 참여 시인이자 노동자 시인이다. 노동 현실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언어로 노래했다. 노래는 광장에서 곧바로 구호가 되었다. 지난겨울에도 그는 광장에서 시민과 함께였다. 누군가에겐 위협이, 누군가에겐 위안이 된 시를 시인이 “사춘기적 글씨로 또박또박” 써 내렸다. 백무산이 직접 고른 54편이다. 백무산 지음 |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나태주는 전통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을 노래한 서정시인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언어와 합치하고 영혼을 불어넣는 것이 참된 시인의 작업’이라는 신념하에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시 강연을 진행하며 시가 필요한 이유와 시 작법을 널리 전하고 있다. 표제시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와 최근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풀꽃>을 비롯한 시 58편을 시인이 직접 엄선했다. 나태주 지음 |
새벽의 하산 시의 지향점은 이념의 실현과 사회적 목적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고 역설한 인물이 있다. 이운룡 시인이다. 그는 존재의 본질 인식에 대한 미의식의 언어로 시를 표현했다. “죽는 날까지 청춘으로 살다가 죽은 다음 날에야 하얗게 늙으리”라는 말에서는 그의 시 창작을 향한 경건하고 엄숙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운룡 시인이 직접 고른 시 73편을 소개한다. 이운룡 지음 |
나를 던지는 동안 오봉옥은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시대의 본질과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자 한 시인이다. 그는 시집 ≪붉은 산 검은 피≫ 필화로 옥고를 치르는 고난을 겪었고, 시어에 방언을 자주 사용하고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힘쓰는 등 고유어를 지키고자 노력했다. 그가 직접 쓴 시에서 오랫동안 죽은 영혼과 교통하던 ‘젊은 오봉옥’, 의욕만 앞선 ‘서툰 오봉옥’을 만나 보자. 오봉옥 지음 |
2939호 | 2018년 1월 2일 발행
눈부신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