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의 언어
시원한 책 3. 기계야, 오해하지 마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가 쓰고 서정신이 옮긴 <<뉴미디어의 언어(The Language of New Media)>>
기계와의 대화법
톱니바퀴를 민다. 빛을 쏘인다. 글자와 숫자를 쳐 넣는다. 원하는 그림을 클릭한다.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말로 한다. 눈짓을 보낸다. 생각한다. 우리가 컴퓨터와 대화해 온 방법이다. 방법이 바뀌면 내용도 달라진다.
인간-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된 것은 겨우 반세기 전이었지만, 이미 인간의 기억과 경험을 재현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강력한 문화 전통, 즉 문화 언어를 제공하고 있다.
_ “02 인터페이스”, <<뉴미디어의 언어>>, 97쪽.
인간에게 언어란 무엇인가?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고 생각을 표현하며 타인에게 전달하는 도구다.
미디어 언어는 어떤 언어인가?
표현에 초점을 맞춘 언어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의한 새로운 방식의 표현 가능성은 언어처럼 법칙과 패턴,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언어와 미디어 언어는 무엇이 다른가?
표현의 도구라는 측면에서 기능이 같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다르기 때문에 콘텐츠가 다르다. 인간 언어는 인간 두뇌의 특수성에 기반을 둔다. 미디어 언어는 각 미디어의 특성과 표현의 잠재성에 기반을 둔다.
미디어 특성이 표현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디지털 기술 이전과 이후의 영화 미디어 언어를 비교해 보라. 기존 영화 문법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며 선형 서사 구조였다. 그러나 디지털 영화는 하나의 영화가 다양한 내용을 병렬적으로 배치하고 표현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 책, <<뉴미디어의 언어>>는 무엇을 말하는가?
뉴미디어가 올드미디어의 기능과 가능성을 모방하고 극복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는 모습을 그린다.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문화와 예술을 기술 관점에서 살핀다.
뉴미디어 언어의 토대는 무엇인가?
문화 인터페이스다. 문화 인터페이스란 인간, 컴퓨터, 문화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텍스트, 사진, 영화, 음악, 가상환경과 같은 문화 데이터와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용어다.
문화 인터페이스는 어떻게 언어 기능을 구현하나?
GUI와 같은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떠올려 보라. 우리가 정보를 소화하고 사용하는 방식은 언어에 의해 결정된다. GUI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을 이것이 결정하지 않는가?
GUI는 출현 이후 무엇을 했는가?
텍스트 편집, 정보 검색, 건축 설계에서 영상과 음악 편집에 이르는 광범위한 문화적 행위가 GUI라는 인터페이스를 바탕에 두고 진행되었다. 그 결과 기존의 수많은 문화 인터페이스를 바꾸어 버렸다.
이 새로운 언어의 특징은 무엇인가?
기존의 인터페이스를 활용하고 변형하며 빠르게 진화한다. 미디어 언어가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진다.
새로운 미디어가 과거의 문화 인터페이스를 이용할 수도 있는가?
그렇다. 전자책을 보라. 종이에 활자가 인쇄된 것도 아니고 물리적으로 넘길 수도 없으며 두께도 없다. 스크린 화면일 뿐이다. 그러나 전자책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흔히 활용되는 스크롤다운 방식 대신 책을 넘기는 것과 같은 화면 구성과 사운드를 구현한다. 책의 사용 경험을 디지털 스크린에서 구현하면서 과거의 인터페이스, 곧 책의 인터페이스를 차용한 것이다.
뉴미디어 언어의 문화 형식은 무엇인가?
원형(loop) 서사다. 뉴미디어 언어의 또 다른 토대, 곧 데이터베이스에 바탕을 둔 표현 방식이다.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문화 데이터의 반복 사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과거의 선형 서사 못지않게 원형 서사가 문화 전면에 등장했다.
원형 서사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
컴퓨터게임이다.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 곧 앞으로 가고, 뒤로 가고, 총을 쏘고, 옆으로 돌고와 같은 몇 개의 행위가 계속 진행되면서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 몇몇 예술영화에서 인간의 반복적 욕망 표출 심리를 표현할 때 이러한 방식을 차용한다.
영화에서 뉴미디어 언어가 일으킨 변화는 무엇인가?
영화 몽타주를 변화시켰다. 영화는 따로 찍힌 영상 이미지들이 편집이라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연속된 이미지로 인식되도록 만들어져 왔다. 뉴미디어는 이런 선형적으로 연속된 이미지의 몽타주만이 아니라 영화 안에서 여러 이미지가 한 프레임 안에 등장하는 병렬식 몽타주 기법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시간 중심 서사가 아니라 공간 중심 서사라는 영화 문법이 재생한 것이다.
누가 이 책의 독자인가?
문화 콘텐츠를 연구하는 사람, 또 문화 콘텐츠의 변화와 그 방향에 관심과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이 그리는 디지털 미디어의 계보학을 접하며 문화에 일관된 발전 방향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뉴미디어가 가능하게 해 준 문화적 지평의 광대함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서정신이다. 스프링컨설팅의 CE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