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단편선
요조는 소노가 죽은 것을 알고 있었다. 어선에 흔들거리며 실려 왔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 별이 빛나는 하늘 아래서 정신을 차렸을 때, 여자가 죽었느냐고 먼저 물었다. 한 어부는 “안 죽었어, 안 죽었어,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다. 자비심 가득한 말투였다. ‘죽었구나’라고 희미하게 생각하면서 또 의식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요양원이었다. 하얀 나무 벽으로 된 비좁은 방에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그중 누군가가 요조의 신원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요조는 하나하나 분명하게 대답했다. 밤이 지나자 요조는 큰 병실로 옮겨졌다. 사건을 알게 된 요조의 고향에서 사건 처리를 위해 세이쇼엔에 장거리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요조의 고향은 여기서 200리나 떨어진 곳이다.
<어릿광대의 꽃>,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 5∼6쪽
지금 요조의 실존 좌표는 어디인가?
그는 소노라는 여자와 동반 자살했다. 소노는 죽고 그는 살았다.
소노는 누구인가?
긴자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다. 전직 교사인 남편도 있다. 생활고 때문에 자살한다.
요조의 자살 동기는?
소노가 원인이었을 거라고, 요조 가족은 생각한다.
그녀가 유부녀였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친척 동생 고스게의 생각은 다르다. 여자는 단순히 동반자일 뿐, 다른 근본 원인이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자살의 ‘근본 원인’이 뭔가?
마르크시즘이다. 요조는 좌익운동의 행동대 대장이었다. 약한 몸으로 도망다녀야 했고 그 결과 생활고에 시달린 것이 원인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히다의 생각은 다르다.
누구인가, 히다는?
무명의 조각가, 요조와 중학교 때부터 친구다. 요조를 우상으로 여기고 뭐든 그를 따라 했다. 조소를 전공한 것도 미대에 간 요조의 영향이었다.
히다가 생각하는 자살 동기는 뭔가?
유부녀와의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싫어하는 여자와 죽으려 하겠는가?
진짜 이유는 뭔가?
퇴원을 앞두고 요조는 간호사에게 사연을 털어놓는다. 모든 게 원인이었다. 좌익운동에 회의를 느꼈다. 집안의 경제 지원이 끊기면 거지가 될 처지였다.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소노가 일하는 술집에 서너 번 갔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유부녀였다.
다자이 자신의 이야기인가?
그렇다. 그는 1930년에 카페 여종업원과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 여자는 죽고 다자이는 살았다. 자살방조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좌익 가담도 사실인가?
실제 경험이었다. 그러나 시점은 다르다. 자살 시도는 좌익운동을 막 시작한 때였다. 자살 동기가 되긴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좌익운동을 부각한 이유는 뭔가?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당시 사회분위기다. 엘리트라면 누구나 한 번쯤 좌익운동에 몸담았던 격동기였다. 둘째 다자이는 부르주아 집안 출신이다. 그에게 좌익운동 경험은 매우 특별한 사건이었다.
다자이가 자기 이야기를 소설로 쓴 이유가 뭔가?
그는 자신의 내면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오바 요조라는 분신을 통해 자기 연민을 드러낸다. 대표작 <인간실격> 외에 이 책에 함께 실린 <만원>, <버찌> 역시 자전적인 작품이다.
자기 연민이란?
지울 수 없는 과거 죄의식에 대한 고백을 작품을 통해 완성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다자이 오사무는 누구인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다. 20세기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한다. 사카구치 안고와 함께 일본 퇴폐주의 문학을 이끌었다.
어떻게 살다 갔나?
1909년 쓰시마 가문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귀족원 의원이었다. 다자이는 기생과 결혼하면서 가문에서 쫓겨난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했다. 약물중독 때문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는데 그사이 아내가 친척 청년과 사통한다. 이 사실을 알고 또 한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결국 1948년 “이젠 더 이상 쓸 수가 없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교제하던 여성과 강에 투신한다. 두 사람의 시신은 다자이의 서른아홉 번째 생일날 발견되었다. 16년 동안 150여 편의 작품을 썼다.
당신은 누구인가?
전수미다. 한국외대에서 다자이 오사무 문학 연구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701호 | 2015년 7월 27일 발행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는 누구일까?
전수미가 옮긴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太宰治 短編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