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스타일
9월의 새 책. 다큐멘터리에서 내용과 형식의 변증법
오원환이 쓴 <<다큐멘터리 스타일>>
스타일은 메시지다
스타일, 곧 양식은 그릇이나 형식을 뜻한다. 내용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내용은 형식을 따르기 마련이다.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으면 우리가 마시는 것은 헌 술이 된다.
다큐멘터리는 현실과 맺고 있는 관계의 힘과 더불어 형식을 통해 전달된다.
“다큐멘터리로 보는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 스타일>>, xv쪽.
다큐멘터리에서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다큐멘터리 장르에 대한 감독의 고유한 신념을 담아내고 표현하는 그릇이다.
스타일과 신념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다큐멘터리를 대하는 시각과 태도가 촬영과 편집을 통한 현실 재현 방식으로 구체화되기 때문이다. 스타일의 차이는 현실 재현 방식의 차이다.
재현 방식의 차이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감독의 촬영 방법 차이에서 확인된다. 카메라의 존재감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력, ‘실제’라는 영상 재료를 획득해 ‘진실’에 어떻게 다가설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생각과 행동은 다양한 촬영 방식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촬영 방식이란 어떤 것인가?
다큐멘터리는 ‘부지불식간의 기록’이거나 ‘카메라 앞에서 촉발된 것’ 또는 ‘카메라를 통해 구성된 것’이 된다.
재현 스타일은 얼마나 다양한가?
관찰적, 설명적, 참여적, 수행적 양식이 있다. 이 중 한 가지가 지배적 양식이 되지만 종종 여러 개가 혼합 구현되기도 한다.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양식은 무엇인가?
관찰적, 설명적 양식이다. 관찰적 양식은 감독이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둠으로써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며, 설명적 양식은 해설 내용의 논리적 구성으로 청중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키려 한다.
참여적, 수행적 양식은 뭐가 다른가?
현실 개입이 더 깊다. 참여적 양식에서 감독은 현실의 촉매 역할을 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수행적 양식에서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이 처한 사회적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표현한다.
이 책, <<다큐멘터리 스타일>>은 무엇을 말하는 책인가?
감독들이 촬영과 편집을 통해 추구했던 가치, 이 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접근 방식을 재현 스타일에 따라 정리했다. <북극의 나눅>, <주택 문제>, <어느 여름의 기록>과 같이 다큐멘터리 역사에서 주목받은 작품 10개를 사례로 선정했다.
<북극의 나눅>은 어떤 스타일인가?
관찰과 참여를 혼합한 참여적 관찰 스타일을 정립한 영화다. 이국적 부족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기존 기행 영화에서 벗어나 이누이트 부족을 ‘좁고 깊게’ 파고들었다.
좁고 깊게 파고들기 위해 플래허티는 어떻게 했나?
16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이누이트족 부족장 나눅과 함께 지내고 친밀하게 교류하며 교감의 폭을 넓혔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부족 사람들과 협력했다. 현장에서 촬영한 필름을 부족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그들의 의견을 구했으며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다른 각도와 거리에서 재촬영을 했다.
그래서 그는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었는가?
촬영 대상에 대한 외부자의 시선이 아니라 내부자의 시선을 보여 주었다. 문명인의 시점에서 본 나눅의 모습 대신 나눅 스스로가 자신들을 보는 방식을 작품에 담아냈다.
이 양식은 이후 어떻게 발전되는가?
시네마베리테로 이어진다. 영화 제작자와 대상의 상호 참여를 통해 거리를 없앤다는 정신을 이어받은 스타일이다. 시네마베리테의 트레이드마크, 곧 감독이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화적 진실을 촉발하는 촉매 역할을 수행하는 점에서 참여적 스타일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시네마베리테가 나타날 수 있었는가?
영상 기술 장비의 발전이다. 경량의 카메라, 고감도 필름, 소형 녹음 장비의 개발로 다큐멘터리 감독은 트라이포드와 조명장비 없이 적은 인원으로 삶의 현장에 깊숙이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시네마베리테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
<어느 여름의 기록>이다. 1960년 여성 두 명이 파리의 거리, 공원, 자동차 정비소, 가정집을 방문하여 다양한 시민들에게 행복한가를 묻는 현장 인터뷰를 진행한다. 다소 흔들리지만 자유롭게 유영하는 핸드헬드 카메라가 다양한 숏 사이즈와 앵글로 현장감을 증대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 문제>는 어떤 스타일을 대표하는 영화인가?
설명적 스타일이다. 아서 엘턴과 에드가 앤스테이가 공동 연출한 이 영화는 슬럼가의 노후한 주택에 거주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비위생적이며 불편한 거주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주택 문제>의 작품 주제는 무엇인가?
영국 근대화 과정에서 야기된 불평등한 삶의 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민주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에 대한 노동자 스스로의 인식 고취와 정부 차원의 개선책을 촉구하는 것이다.
변혁의 도구인가?
그렇다. <주택 문제>를 비롯해 <가난한 사람들의 영양 결핍>, <공교육의 문제>와 같은 영국 다큐멘터리 운동의 영향을 받은 영화들은 설명적 스타일을 차용해 국가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고, 그 원인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려 했다. 이들 영화가 사회적 다큐멘터리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누구를 생각하며 이 책을 썼는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학생들이다. 재현 스타일은 그 자체가 메시지이며, 감독의 신념과 가치관이 형식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오원환이다. 군산대학교 미디어문화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