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커뮤니케이션이 결정한다 4. 경청스타일
선택 2012, 커뮤니케이션이 결정한다 04. 경청 스타일
먼저 잘 들어야 한다
대선 후보에게 이미지는 선택이 아니라 전략이다. 이미지 PR을 위해선 의사소통 전략이 필요하고, 여기에는 경청, 대화, 설득, 토론, 인간관계 등 다섯 가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동원된다. 이 중에서 가장 우선해야 함에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 경청이다. 경청(Listening)은 듣기(Hearing)와는 다른 개념이다. 듣기는 단지 발화자의 메시지에 노출되는 것이지만 경청은 정보, 조언, 이해, 도움을 주기 위해 교류하는 역동적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각 후보의 경청 스타일을 통해 이미지 전략의 일단을 살펴본다.
먼저 경청 스타일은 ①사람 지향적 ②행동 지향적 ③내용 지향적 ④시간 지향적 스타일로 분류할 수 있다. ‘사람 지향적’ 스타일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에 관심을 갖는다. 즉 사람들의 기분을 맞출 수 있는 피드백을 제공한다. ‘행동 지향적’ 스타일은 청취하는 메시지가 완벽한(error free) 핵심 내용이기를 원한다. 애매모호한 메시지를 거부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원한다. ‘내용 지향적’ 스타일은 청취하는 메시지의 사실과 세부 내용에 초점을 맞춘다. 내용이 비전문가에 의한 비논리적인 주장이면 즉각 반박하는 성향이 있다. ‘시간 지향적’ 스타일은 메시지가 간결하게 제시되기를 원한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자주 시간을 점검하곤 한다.
박근혜
행동∙시간 지향적…유연성 없는 고집스러움
★★★☆☆(3.0)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전문 정치인으로 결연한 의지를 보일 때 ‘전투복’(바지 정장)을 입는다. 따라서 애매모호한 메시지보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경청하는 ‘행동 지향적’ 경청과 간결한 메시지를 선호하는 ‘시간 지향적’ 스타일로 분류할 수 있다. 박 후보는 여성들과의 집중적인 접촉과 경청을 통해 최초의 여성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유권자에게 박 후보의 경청 스타일은 유연성이 없는 ‘고집스러움’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경청 시 상대방 입장이 아닌 자신이 이미 준비한 답을 가지고 방어적 또는 선택적 경청을 한다. 좀 더 상대방을 배려하는 쌍방향 교류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문재인
내용∙사람 지향적…내용 길어지면 조급해져
★★★☆☆(3.5)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특전사 출신 변호사로 모든 핵심 이슈를 저울질한 다음 논리적 주장을 펼치는 ‘내용 지향적’ 경청과 사람들을 배려하는 ‘사람 지향적’ 스타일이 강하게 나타난다. 문 후보는 서민과 복지 대통령 후보답게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직접 인력 시장을 방문하여 취업 희망자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방식에 대해 시기와 방법 등 많은 선택권을 안 후보에게 양보함으로써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의 경청 스타일은 확실하지 않고 내용이 길어지는 경우에는 조급함을 나타낸다.
안철수
사람∙시간 지향적…공감과 배려가 지나치면?
★★★★☆(4.0)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교수·기업인 출신으로 <청춘콘서트>를 통해 사람들과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사람 지향적’ 경청과 시간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간 지향적’ 스타일이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안 후보는 상대방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쌍방향 교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 보니 다른 후보들보다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운 이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즉 국민의 눈높이 수준에 가장 적합한 경청 스타일의 소지자다. 하지만 너무 포퓰리즘에 기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어떤 경청 스타일이 가장 바람직한지 몇 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면 상황과 유권자층에 따라 융통성 있게 경청 스타일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박 후보는 다양한 유권자층의 니즈(needs)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 중심의 경청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문 후보는 간결한 메시지를 청취할 수 있는 경청 노력이 필요하다. 안철수 후보는 애매모호하지 않고 확실한 메시지 청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최양호 조선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미지 PR≫ 지은이, ≪위기 커뮤니케이션≫ 옮긴이
박/문/안 커뮤니케이션 누적 평점
박근혜 ★★★★★★★★★★★★☆(12.5)
문재인 ★★★★★★★★★★★★★★☆(14.5)
안철수 ★★★★★★★★★★★★★★☆(14.5)
입이 하나 귀가 둘인 까닭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잘 듣는 사람들이다. 잘 듣기 위해서는 청취, 이해, 기억, 해석, 평가, 반응의 원리를 알고 기술을 익혀야 한다. 경청에도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지 PR≫ 최양호 지음, 2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