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커뮤니케이션이 결정한다 9. 미디어정책
선택 2012, 커뮤니케이션이 결정한다 09. 미디어 정책
미디어 정책의 색깔
대선 한 달여를 남긴 시점에서 세 후보의 미디어 정책 공약의 대강이 문서와 측근들 입을 통해 제시되었다. 정책이란 국가가 개입하여 규제, 지원, 육성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미디어 현실의 개선이 미디어 정책의 목표라 할 수 있다. 미디어 현실은 미디어 인프라와 산업이 한 축을,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제작·편집이 다른 한 축을 이룬다. 따라서 미디어 산업 육성과 건전화 그리고 미디어 독립과 언론 자유 확대가 바로 ‘개선’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여당 박근혜 후보의 미디어 정책은 미디어 소유, 경영을 포함한 미디어 산업 육성과 콘텐츠 생산 확대에 무게중심이 놓여 있다. 이에 비해 야권 후보들은 다분히 언론 자유와 편집·제작 독립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박근혜
자유주의적 정책 기조 유지⋯미디어 독립성은 어디에?
★★★☆☆
MB정권은 미디어 소유, 경영의 자유화를 통해 미디어 경쟁력 제고를 추구하는 자유주의적 미디어 정책 기조를 채택했다. 박근혜 후보도 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제기한 공영방송 소유구조 개혁의 맥락도 산업경제적 미디어 정책 접근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미디어의 독립성이라든가 편집∙제작의 자유 제고란 정책 목표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박 후보는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및 단말기기 등 분야의 정책을 총괄하여 추진하는 ITC통합정책기구 신설을 공약함으로써 현재 지경부, 방통위, 문화부, 행안부 소관의 칸막이식 미디어 정책 추진을 극복하겠다고 했다. 통합적으로 정책을 마련해야 ITC 종사자 100만 시대에 정보 강국의 미디어 대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적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비판에 기반을 둔 개선
★★★★☆
문재인 후보는 미디어 정책으로 매스미디어, 디지털 뉴미디어, 콘텐츠 인프라, 그리고 제작∙편집의 독립성 등 각론적이고 구체적인 개선 영역을 포괄하여 제고 방법과 해결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현 집권당의 미디어 정책 실패, 예컨대 언론 자유 위축, 편집∙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 위기 초래, 미디어 생태계의 심대한 교란과 훼손 등을 집중 부각하며 개선책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 후보는 미디어 공공성∙독립성, 민주적 여론 형성 같은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현 미디어 관계법을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노-사 동수의 편집∙편성위원회 구성을 법제화하여 방송 자유와 편집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의 정부∙여당 중심적 공영방송 규제를 민주적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하며, 방통심의위의 불공정 심의를 시민 참여적 심의 기구로 전환시키겠다고 했다.
안철수
콘텐츠와 통신 정책 등 전문적⋯저널리즘 개선은 취약
★★★★☆
안철수 후보는 융합 미디어 콘텐츠 육성과 통신 시장 활성화 정책 공약이 다른 후보에 비해 전문성과 현실성 측면에서 돋보인다. 통신 요금 산정의 투명성 제고, 통신 소비자 선택권 확대, WiFi망 확대,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 등 통신 기업과 통신 이용자의 통신 복지 증대에 미디어 정책의 무게가 실려 있다. 그 결과 저널리즘 미디어의 현실 개선 방법론은 터치하는 수준의 공약에 그치고 있다. 안 후보의 미디어 정책은 △인터넷 표현의 자유 보장과 자율 규제 확대 △공영방송 거버넌스 차원의 이사회 구성과 추천 방식의 민주적 시스템화 △방송 통신 정보기기 제조업, 포털 업계 등의 상생 발전을 위한 법제 마련 △콘텐츠 종사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 지원 △콘텐츠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IT 기반 콘텐츠 산업의 집중 육성과 계층적∙지역적인 디지털 디바이드 극복 △체감 통신비 인하 등의 6가지 전략으로 집약된다.
세 후보 모두 미디어 공공성, 공익성 실현이나 미디어 기업과 콘텐츠 산업 육성, 방송∙통신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 복지 확대를 정책 공약으로 제시하고는 있으나 역점을 약간씩 달리 두고 있다. 공통된 문제점은 이러한 화려한 정책 공약이 미디어 현실에 대한 꼼꼼한 분석과 진단의 단계 없이 마구잡이로 제시된다는 데 있다. 유권자들에게 우선 잘 보이고 인기 있는 미디어 정책과 대안들이 뜬금없이 나열되어 제시되다 보니 아이디어 차원의 “정책 상품”으로 진열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후보들의 미디어 정책 색깔은 미디어와 민주주의의 관계, 미디어가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 그리고 각종 디지털 뉴미디어들의 시장 편입과 디지털 미디어 복지 등에 대해 후보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방정배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미디어 정책론≫ ≪비판 커뮤니케이션≫ 공저자
박/문/안 커뮤니케이션 누적 평점
박근혜 ★★★★★★★★★★★★★★★★★★★★★★★★★★★★★(29.0)
문재인 ★★★★★★★★★★★★★★★★★★★★★★★★★★★★★★★★☆(32.5)
안철수 ★★★★★★★★★★★★★★★★★★★★★★★★★★★★★★★★(32.0)
미디어 정책의 존재 이유
현대는 미디어 정치와 미디어 정책이 공존하는 사회다. 전달자 중심의 미디어 정치냐 수용자 중심의 미디어 정책이냐 하는 문제는 그 사회가 선택할 문제다. 이제 우리 사회도 효율과 성과주의 중심의 미시적 미디어 정치에서 벗어나 성숙한 시민사회 정착을 위한 거시적 미디어 정책으로 눈을 돌릴 때다. 이 책은 그 디딤돌을 놓으며, 미디어 정책의 존재 이유가 민주주의의 구현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미디어 정책론≫ 방정배 외 13명 지음, 530쪽,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