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그리운 날
시인의 말
2005년 7월 1일, 아내가 다른 세상으로 옮겨 갔다.
돌이켜 보니 마흔 해 넘도록 내 삶의 중심이었다.
그와 함께, 그로 하여, 그를 위하여
그에게 들려줄 시를
한 자 한 자 마음에 문신을 새기듯 써 보았다
내 글씨만 보면 웃던 생시처럼
저세상에서도 보고 웃었으면 좋겠다.
박제천
돌아간 아내에게 보내려 마음을 옮겨 글을 적는다. 다시 쓰는 시는 기억의 서판 위에 문신된다. 아내는 그의 글씨를 볼 때마다 웃었다고 하는데 왜, 그랬을까? 말의 울림을 지탱하려는 육신의 고달픔을 위로하려 했을까? 시인의 글자는 여전히 졸렬한데 마음의 울림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