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북스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컴북스에서 보내드리는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고전 완독은 꽤 어려운 일입니다.시대가 변했으니 공감이 안 되는 구절도 있고, 어떤 책은 정말 너무 길어요. 내 시간을 그 정도 투자할 만한지 판단을 못합니다. 안 읽어봤으니까요. 그래서 고전은 읽어야 할 책 목록에 항상 올라 있지만 계속 후순위로 밀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고전은 번역자가 있죠. 그 번역자가 원작의 핵심 5%를 문장 그대로 발췌하고 작품 해설도 해준다면? 이 작품이 뭔지 금방 알 수 있겠죠. 맘에 들면 기쁘게 완역본 독서를 시작하면 돼요. 아니면, 그냥 끝내면 됩니다. 발췌본만으로도 충분히 아는 척 할 수 있거든요!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 도스토옙스키
읽어야 할 책 목록에 항상 들어가 있지만 계속 후순위로 밀리는 대표적인 작가. 바로 도스토옙스키 아닐까요.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4대 장편을 합하면 5000여 쪽에 이르니 선뜻 시작을 못합니다. 원서발췌 시리즈로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4대 장편을 주말에 모두 끝낼 수도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다 읽은 사람도 드문 책입니다. 발췌본은 전체 243쪽인데 발췌 175쪽, 해설이 50쪽. 시작하니 순식간에 50쪽 넘어가네요. 금방 몰입되고 쑥쑥 읽힙니다. 인물, 스토리 금방 파악되고, 주요 부분 원작 그대로 읽을 수 있고, 역자가 생략한 부분은 간단하게 설명해놔서 내용 이해에 문제가 없어요.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꽤 있네요. 라스콜리니코프가 노파를 살해하기 전에 꾼 꿈이 그렇게 끔찍했는지 몰랐어요. 18세의 소냐는, 그냥 너무 불쌍합니다.
5%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장편이자 결정판입니다. 막장 중의 막장 드라마죠.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삼각관계로 얽혀 있는데 그게 부자간이고 형제간이에요. 근친살해가 주요 플롯이고요, 인물들이 워낙 생생하고 파워풀합니다. 역시 속도감 있게 쭉쭉 읽힙니다.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사랑한 작품이라지만, 너무 우울한 내용이에요. 작가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을 때 쓴 거라 그런지, ‘구원은 없다’가 주제네요.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사람도, 돈, 권력, 성적 타락이 만연한 지금 세계에서는 ‘백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10% 악령
작품 속 인물들은 각각 하나의 거대 이데올로기를 상징해요. 개인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무신론, 물질 만능주의 등 작가의 눈에는 이 모든 서구 사상이 러시아를 병들게 하는 악령이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이후 러시아의 사상가들과 니체를 비롯해 21세기 히친스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현재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영향을 미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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